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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잃어버린 20년?…“日과는 다르지만 확장기조 취해야 ”

소비자물가 지난달 사상 첫 마이너스 기록
경기침체 악순환에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
“디플레이션 막기 위해 과감한 경기부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가 경기 둔화와 고령화 속 디플레이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년 동안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빠졌던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1965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 0.8%를 기록한 이후 계속 1%를 밑돌다가 8월에는 -0.04%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는 마이너스 물가가 농·축·수산물 가격과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측 요인과 유류세 인하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급식 등 정책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11∼12월께에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유가 급락 등 공급 측에서 다른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소비자물가는 연말께 다시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되지만,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대외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예상 밖의 충격으로 전반적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산시장 불안 등의 충격으로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경제에 악영향이 증폭될 수 있다.

가계는 소비를 미루고 기업은 신규투자와 생산을 축소함에 따라 고용이 감소하고 임금이 떨어지면 소비와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디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디플레이션이 장기간 경기침체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것은 일본이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버블이 붕괴되면서 1990년대에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약 20여년에 걸쳐 만성적 디플레이션에 빠졌다. 이 기간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된 바 있다.

오랜 시간 디플레이션에 시달린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저물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 경제는 강력한 통화 완화정책을 통해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지난 7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디플레이션 극복: 일본의 경험과 앞으로 도전’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일본 경제가 장기간 디플레이션에 빠져든 배경에 대해 “물가에 중립적인 자연이자율이 급격히 하락했고, 자산 버블이 터졌으며, 이어진 금융위기가 원인이었다”고 진단했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경기가 둔화하고 성장률이 떨어지는 한편 고령화 요인까지 맞물려있는 만큼, 마이너스 물가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한국 상품 수출액이 1% 감소할 때 민간 소비는 0.15% 줄고, 소비자 물가는 0.06%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한국의 상품 수출액이 3% 감소하는 시나리오에서는 민간소비는 0.45%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도 0.17%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유가 급락 등의 요인이 있다면 연말에도 마이너스 물가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경제성장률 수준이 많이 떨어져 물가상승 수준도 떨어지면서, 앞으로 마이너스 물가는 종종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한국의 저물가는 국제 유가 하락 등 공급 쪽 요인이 강해서 일본과 상황이 다르다”면서도 “주가 하락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인한 단가 하락, 저출산 심화 등은 2000년대 일본과 비슷한 만큼 향후 물가 하락 기조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석학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9일 “한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의 과감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2019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콘퍼런스’ 기조연설과 기자간담회를 통해“과거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한국은 재정적으로 봤을 때 경기를 부양하거나 확장적 기조를 가져갈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과감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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