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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간담회’에 준비 안된 기자들···조국 데뷔전 만들다

[현장에서]‘깜짝 간담회’에 준비 안된 기자들···조국 데뷔전 만들다

등록 2019.09.03 12:31

임대현

  기자

당일 3시간 전 기자간담회 알려···기자들, 준비 안돼협소한 장소에 매체 1기자로 제한···질문 얻기 힘들어“몰랐다”로 일관한 조국, 큰 한방 없이 간담회 끝나우려가 현실로···SNS에 기자들 사진 올려 조롱하기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기자간담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기자간담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가 어제 국회에서 갑작스럽게 열렸다. 인사청문회가 불발되면서 열린 간담회는 마치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다만, 미처 준비가 안된 기자들이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의혹 해명이 됐다고 보기 힘들어 보인다.

2일 오전 11시55분 국회 정론관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긴급 브리핑을 예고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인사청문회가 무산된 것에 따라 조국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요청했고, 이를 3시쯤에 국회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알렸다. 예정에 없던 갑작스런 발표였다.

기자들 사이에선 여러 의견이 나왔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자들은 “기자들이 들러리 서는 것이다”, “질문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장관 임명에 기자들이 명분만 주는 꼴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청문회 자료 검토와 취재는 기자들이 했던 것들”이라며 긍정적으로 보는 기자도 있었다.

기자들이 우려한 건 또 있다. 지난주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올렸던 ‘한국언론사망’으로 비쳐졌던 악의적인 시선이다. 조 후보자가 언론의 과도한 검증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나, 이를 이유로 여당 성향 지지자들의 언론을 비난하는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그렇다고 정치권 최대의 현안을 놓칠 수 없었던 기자들은 국회 본관 246호에 몰렸다. 이곳은 주로 정당에서 의원총회를 할 때 사용하는 곳이다. 100여명이 들어설 수 있는 장소지만, 국회 기자들을 모두 수용할 만큼 넓진 않았다.

민주당 측은 1개 언론사에 1명의 펜기자만 허용했고, 비표를 나눠줬다. 비표가 없는 기자는 출입을 불허했다. 이 과정에서 극우성향의 유튜브 매체가 퇴장당하기도 했다. 민주당 측은 “해당 매체는 4월30일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켜서 6개월 정지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는 이날 3시30분부터 시작됐고, 홍 수석대변인이 사회를 보면서 질문할 기자를 지정했다. 질문할 시간과 답할 시간을 정하진 않았지만, 질문이 길어지면 짧게 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질문에 따른 대답에 곧바로 추가 질문하는 기자도 있었으나, 한번에 질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기자간담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기자간담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사실상 이날 간담회에서 ‘큰 한방’은 없었다. 조 후보자는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몰랐다”라고 대답했다. 자녀가 장학금을 타게 된 배경이나, 논문에 1저자가 된 이유 등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또한, 사모펀드와 관련해 5촌 조카가 핵심인물임에도 “제사 때 한번 보는 사이”라며 의혹을 모두 부정했다.

조 후보자는 자신의 잘못을 ‘무심했던 가장’ 정도로 포장했다. 딸과 처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치부했다. 또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명백히 의혹이 풀리게 될 것을 자부했다. ‘거짓말 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사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책임을 지겠다”라고 말하면서 ‘사퇴’를 언급하지 않았다.

거듭된 모르쇠 대답에 기자들은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간담회가 자정을 향할 때는 질문도 비슷했고 대답도 비슷했다. 질문은 대부분 ‘왜 이걸 몰랐나’였고, 대답은 ‘몰라서 죄송하다’였다. 정책과 관련된 질문도 해달라는 요청에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대답도 한결 같이 ‘내가 적임자’라는 식이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급하게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우선, 국회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대부분 국회 출입 기자들이 참석하게 된 점이 문제로 꼽힌다. 그간 조 후보자의 의혹을 취재한 기자들은 법무부와 검찰 등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많았다. 담당 기자가 국회에 왔으면 참석이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민주당은 당 출입 매체에 1명의 기자만 참석을 허용했기 때문에 쉽게 참여하기 어려웠다.

또한, 246호는 기자회견을 위한 용도로 협조한 장소였고 좌석에 전기 콘센트가 있지 않았다. 노트북을 들고 조 후보자의 발언을 작성해야 했던 기자들은 노트북 배터리 소모를 걱정해야 했다. 기자가 많은 매체는 노트북을 바꾸거나, 애초에 질문할 기자가 노트북 없이 참석하고 작성은 생중계를 보고 하는 곳도 있었다.

사진=트위터 캡처사진=트위터 캡처

이날 조 후보자는 “밤새워서라도 질문을 받겠다”라고 하면서 실제로 자정을 넘기기도 했다. 다만, 간담회에 많은 기자가 몰리면서 질문할 기회를 얻기가 힘들었다. 질문을 했던 기자가 얼마안가 또 하거나, 같은 매체나 다름없는 기자가 질문을 하면서 볼멘소리를 내는 기자도 있었다. 질문 기회는 홍 수석대변인이 정하면서 기자들은 손을 들고 그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 노력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 일부 기자들이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이 됐다. SNS에는 질문을 했던 기자들의 얼굴들이 나돌기 시작했고, 실시간 검색어에는 ‘한국기자질문수준’이 올라왔다. 준비 없이 갑작스러운 기자간담회가 열린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조국 vs 언론’으로 보았다. 기자들에겐 아쉬운 날로 남겠지만, 정치인 조국에겐 화려한 데뷔전이 됐다.

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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