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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기자
등록 :
2019-08-23 12:35

‘세기의 재판’ 페이스북 승소 판결문 살펴보니…방통위 사실상 ‘완패’

접속경로 변경 현행법상 이용제한 보기 어려워
인터넷 품질관리 책임은 콘텐츠업체 아닌 통신사
콘텐츠업체 규제시 명확한 규정 없는 한 신중해야

사진=연합뉴스 제공

세기의 재판이라고 꼽혔던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간 소송이 페이스북의 승소로 끝났다. 접속경로 변경에 따라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며 방통위가 내린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접속경로 우회가 이용의 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콘텐츠 사업자가 인터넷 품질을 관리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또 재판부는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넓히는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2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의 페이스북과 방통위 간 행정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준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핵심 쟁점으로 꼽힌 전기통신사업법 상 이용제한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결했다. 판결문 내용 상으로만 보면 방통위의 완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접속 경로를 홍콩으로 변경, 이용자들 사이에서 접속 지연 등의 불만이 속출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3월 방통위는 접속경로 변경으로 서비스 품질이 떨어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고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 2달여만인 지난해 5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우선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의 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방통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판단, 과징금 처분을 내렸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이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해 이용자들에게 서비스 접속 지연, 불편을 끼친 점은 인정했지만 전기통신사업법 상 이용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트래픽과 전송용량 등 외부 요인에 의해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위반행위가 형벌법규의 적용대상도 되기에 엄격하게 해석, 적용해야 하며 처분 대상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되거나 유추 해석해서는 안된다”면서 “접속 지연이나 불편까지 이용의 제한에 해당한다면 전송용량, 트래픽양 등 여러 요소에 의해 좌우돼 법 집행 여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콘텐츠 사업자에 대해 품질 관련 규제를 확장할 시 인터넷의 순기능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인터넷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 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자유롭게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으며 인터넷의 이런 기능은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 사업자가 있어서 고양될 수 있다”면서 “콘텐츠 사업자에 대해 품질 관련 법적 규제 폭을 넓힐 시 정보제공 행위 역시 규제 받을 수 밖에 없어 명확한 규정이 없는 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도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통신 서비스의 품질은 콘텐츠 업체가 관리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도 명확히했다.

재판부는 “인터넷망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트래픽이 다양한 경로로 전송되기 때문에 품질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응답속도 등의 품질은 통신사가 관리,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지 페이스북과 같은 콘텐츠 업체가 관리,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설령 페이스북이 망접속료와 관련한 통신사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접속경로를 변경했다 해도 추가 입법과 같은 명확한 제제 수단 없이 법 해석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고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이 통신사와 망접속 협상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기 위해 접속경로를 변경, 이용자들에 피해가 발생해 제재 필요가 절실했다 해도 추가 입법을 통해 명확한 제제수단을 마련하기 앞서 문언-체계적 해석 범위를 벗어나면서까지 쟁점조항 범위를 확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진 기자 l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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