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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등록 :
2019-07-29 11:16

수정 :
2019-08-02 09:43

[배철현의 테마 에세이] 승화(昇華) ⑤안목


안목(眼目) ; 사소함과 단순함 속에서 아름답고 거룩한 것을 찾는 능력

승화(昇華)된 인간은 과거에 연연해지 않는다. 아니 자신의 삶에서 과거를 제거했기 때문에 기억할 수도 없다. 그것은 마치 꽃을 찾아 훨훨 날아가는 나비가, 애벌레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것은 마치 내가 세상으로 나오기 전에 10개월 정도 있었던 어머니 뱃속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과 같다.

전혀 새로운 상태로 진입한 인간은 과거라는 편견과 자신의 발전을 저해하는 습관을 끊은 지 오래다. 과거라는 추상이 만들어낸 유물이 교리敎理이며 이념理念이다. 인간은 자신이 동의한 적도 없고 고백한 적도 없는 과거의 교리와 이념의 노예가 되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먼 옛날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를 풀기위해 만들어 놓은 ‘임시방편臨時方便’을 우리는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장식하여 우상처럼 떠 받든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색안경을 착용하여 세상을 보려한다. 위대한 개인은 색안경을 벗어 던지는 자다. 그(녀)는 오늘 여기에 자신의 눈앞에 등장한 당면한 문제를 자신의 두 눈으로 직시하고 그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자다.

위대한 개인은 한마디로 안목眼目을 지닌 자다. ‘안목’이란 자신에게 당장 떨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떠올리는 능력이다. 인생은 언제나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 두 갈래 길의 연속이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이란 시의 내용처럼, 두 길 다 좋아 보여, 두 길 다 걸어 보지 않고는, 어느 길이 더 나은 길인지 미리 추측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가야할 길을 안다. 자신이 이끄는 대중의 의견들은 항상 분분하고 동시에 상충된다. 대중은 서로 상충하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수가 원한다고, 그 방안이 옳을 수 없고, 소수가 주장한다고, 그 방안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는 당면한 문제에 대해 깊이 숙고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여, 깊은 성찰을 통해 그 방안을 도출시켜야한다. 지혜로운 침묵이 그를 인도할 것이다. 지혜로운 침묵을 통해 산출되는 신의 선물이 ‘안목’이다.

안목에 대한 탁월한 비유가 복음서에 등장한다. 한 농부가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천국天國’을 발견하였다. 예수는 천국에 대한 비유를 <마태복음> 13.44에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설명한다:

“천국은 마치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사람이 이를 발견하면, 숨겨 두고 기뻐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안목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하는 보물을 인식하고 발견하고 소유하는 실력이다. 농부가 보물을 발견한 장소는 금은방이 아니라, 자신이 땀과 눈물을 통해 생계를 유지시켜주는 일상인 밭이다. 그는 자신이 사시사철 땀을 흘리는 노동의 현장인 밭에서,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였다. 보물은 원래 숨겨져 있기 때문에 값비싸다. 보물이 흔하다면, 그 가치를 잃는다.

농부는 자신이 밭을 갈다 쟁기에 걸린 물건이 돌인지 아니면 보물인지 처음에는 알지 못한다. 자신의 밭에 그런 보물이 발굴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은 흔히 소중하고 귀한 것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다고 세뇌 당해왔다. 우리 교육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생존-장비는 ‘내 안에 잠재된 어떤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겨 습득되는 저 밖에 존재하는 재화, 명성, 혹은 힘이라고 설교한다.

교육이란 영어 단어 ‘에듀케이트’educate의 어원이 지칭하듯이, 교육이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어떤 것을 ‘밖’(e-)으로 ‘인도하는’(ducare) 체계적인 훈련이다. 내가 내 마음 속에 발견한 것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마음이 ‘보물寶物’이다. 그 보물은 자기-신뢰이며 자기-확신이다. 이것은 일시적이고 이기적인 오만과는 다르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자신만을 보물을 가지고 있다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타인에게 친절하고 겸손하다. ‘안목’이란 자신이 발견한 원석을 갈고 닦아 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는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정성이다.

농부에게 밭이란 그의 ‘일상日常’이다. 일상은 보통사람들이 어제하던 일의 반복이며 그냥 지나치는 모든 것들이다. 위대한 개인은 ‘일상’을 남다르게 본다. 안목은 위대한 작곡가나 화가의 작품에 대한 전문적인 감정사가 해석에 사용하는 도구만이 아니다. 안목은 일상에서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아 보는 단순하고 사소한 것들을 유심히 그리고 인내를 가지고 보려는 의지다. 매일 매일 다가오는 인생을 생경하고 낯설게 보는 연습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 대한 탁월한 안목을 지닐 수 있다.

안목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것을, 나도 보려는 욕심이 아니다. 안목은 남들이 지나친 것을, 남다르게 볼 수 있는 힘이다. 안목은 드러난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것, 숨겨진 것, 은닉된 것을 발견하고 응시하는 내공이다. 2세기 그리스도교 영지주의 문서인 <도마복음서>는 보물을 찾는 열정을 담은 어록이 있다. 영지주의는 기원후 1,2세기 지중해 지식인들의 그리스도교 이해로, 예수의 신성만을 강조하는 그리스도교 사상이었다. 기원후 4세기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의 제국종교가 되면서, 이단으로 낙인찍혀 사라졌다. 100년 전 고고학자들이 이집트 낙-함마디라는 장소에서 콥트어(고대 이집트어의 마지막 단계언어)로 기록된 영지주의 파피루스를 발견하여 그 사상이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도마복음서> 어록 2번은 은닉된 것을 발견하는 안목을 수련하는 단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무엇을 찾는 사람은, 그것을 찾을 때까지 찾는 행위를 멈추지 말아야한다.
그들이 그것을 찾았을 때, 당황하여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런 후 그들이 (한동안) 혼란에 빠진 상태를 유지하면, 자신들이 발견한 세계를 보고 놀랄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만물을 지배할 것이다.”


안목은 일생의 사소함과 단순함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것을 찾는 능력이다. 안목을 얻기 위해 오랫동안 수련하지 않는 사람들은, 환경을 탓하고 운명을 탓한다. 자신의 불운을 야기한 장본인은 자신뿐이다. 안목을 지니는 자는 보고 또 보는 사람이다. 그 반복적인 응시를 통해 대중이 볼 수 없는, 공동체가 가야할 길을 선명하게 보는 자다. 그는 듣고 또 듣는 사람이다. 반복적인 자기청취를 통해, 내면에서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확신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다.

<도마복음서> 어록 3에서 천국의 위치를 정확하게 집어준다.

“당신의 리더들은 당신에게 말할 것입니다.
‘보십시오. 천국은 하늘에 있습니다.’
그러면 하늘의 새들이 당신들보다 앞서 이미 천국에 가 있는 셈입니다.
또 당신의 리더들에 다음과 같이 말할 것입니다.
‘보십시오. 천국은 바다 속에 있습니다.’
그러면 물고기가 당신들보다 앞서 이미 천국에 가 있는 셈입니다.
천국은 당신들 안에 있고, 천국은 당신들 밖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리더들은 모든 사람들이 경험하고 싶어 하는 천국을, 대중들이 갈 수 없고 확인할 수 없는 높은 하늘이나 깊은 바다에 있다고 호도한다. 그러나 위대한 리더는 삶에 대한 깊은 묵상과 성찰을 통해, 대중들 마음속에 존재하는 천국을 깨닫게 유도한다. 리더는 안목을 통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없는 것을 듣고, 느낄 수 없는 세계를 상상하는 예술가다.

자, 여기 안목의 숭고함을 그린 그림이 하나 있다.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1774-1840년)는 <안개바다 위에 있는 방랑자>(1818년)라는 그림으로 리더의 안목과 결기를 숭고하게 표현하였다. 학자들은 최근에 뒷모습만 보이는 이 모델이 누구인지 알아냈다. 그는 나폴레옹과 전쟁을 벌인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를 위해 전쟁에 참가하다 전사한 특수요원 대령 프리트리히 고트하드 폰 브린켄Friedrich Gotthard von Brincken이다. 그는 평상시 독일 드레스덴 남동쪽에 우뚝 솟은 엘베산맥을 관리하던 산림청 최고관리였다. 그는 1814년 프러시아-니폴레옹 전쟁에서 전사하였다. 이 그림은 본 브린켄에 대한 웅장한 비문인 셈이다.

폰 브린켄은 깊은 녹색 외투와 긴 부츠신발을 착용했다. 그는 안개가 낀 산맥들을 조용하게 내려 보고 있다. 오른 손으로 바위위에 걸쳐놓은 지팡이가 그의 몸을 지탱한다. 그는 경치에 몰입하여 황홀경을 경험하고 있다. 그는 검고 갈라진 바위위에 올라가, 끝없이 펼쳐진 경치를 온몸으로 포옹하고 있다. 이 그림 전체의 중심점은 그의 정중앙에 위치한 가슴이다. 그의 가슴은 이 그림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우주의 중심이다.

프리드리히는 논리, 이성, 질서를 기반으로 한 18세기 계몽주의를 무너뜨린 1789년 프랑스혁명의 정신을 담았다. 작가와 예술가들은 인간의 가슴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자신들의 창작의 영감이 되는 감성, 상상력 그리고 숭고함을 발굴해냈다. 그는 폰 브린켄의 뒷모습을 그렸다. 폰 그린켄은 이 그림을 보는 우리다. 프리드리히의 아바타인 폰 브린켄, 그리고 폰 브린켄이 된 우리, 그리고 우주가 합일合一되는 순간을 그렸다. 승화된 개인은 자신만의 일상이라는 거룩한 산에 올라 남다른 안목을 훈련하는 자다. 그리고 그 안목을 자신의 몸에 지닌 자다.

<안개바다 위에 있는 방랑자>독일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1774-1840년), 유화, 1818년, 94.8 cm × 74.8 cm ,독일 함부르크 미술관



<필자 소개>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공부하였다. 인류가 남긴 최선인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며 다음과 같은 책을 썼다. <신의 위대한 질문>과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성서와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성서는 인류의 찬란한 경전이자 고전으로, 공감과 연민을 찬양하고 있다. 종교는 교리를 믿느냐가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연민하려는 생활방식이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빅히스토리 견지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추적하였다. 이 책은 빅뱅에서 기원전 8500년, 농업의 발견 전까지를 다루었고, 인간생존의 핵심은 약육강식, 적자생존, 혹은 기술과학 혁명이 아니라 '이타심'이라고 정의했다. <심연>과 <수련>은 위대한 개인에 관한 책이다. 7년 전에 산과 강이 있는 시골로 이사하여 묵상, 조깅, 경전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블로그와 페북에 ‘매일묵상’ 글을 지난 1월부터 매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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