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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들, 日 출장 ‘속속’…대외 메시지 있다?

삼성·현대차·SK·롯데 이어 LS도 출장 ‘저울질’
“외교문제 운신의 폭 좁지만”…기업 압박 차원
“여러 의중 있겠지만 조속한 사태 해결은 공통”

지난 1일 시작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이 보름을 넘기면서 현지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재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외교 문제인 만큼 기업 운신의 폭은 한계가 있지만 사태 장기화를 우려한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5박 6일간의 일본 출장 직후 돌아와 ‘비상계획(컨틴전시플랜)’을 사장단에 지시했다. 이후 부문별 사업 전략 구상을 위해 최고경영진과 머리를 맞대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 부회장은 일본 현지에서 수입 다각화와 함께 금융권 관계자를 만나는 등 폭넓은 행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보다 일찍 지난 5일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수시로 일본과 한국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 있는 신 회장은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롯데 사장단 회의가 끝나면 재차 일본으로 건너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신 회장은 재계 대표 ‘일본통’으로 단순 롯데 입장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30대 기업인 간담회에도 양해를 구하고 참석하지 않은 채 일본에 머물렀다. 당장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받는 삼성전자의 불안함과 한일 관계를 떼어놓을 수 없는 롯데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셈이다.

지난 16일엔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사장)이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김 사장은 현재 일본 현지 협력업체 경영진을 만나 원자재 수급 방안을 논의하고 현지 분위기를 직접 살펴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일본에 가야 할 일이 생기면 항상 갔었던 곳이니 갈 수 있다”고 말해 향후 일본 출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중국 출장을 마치고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내년 도쿄올림픽 전 열린 이벤트대회에 참가한 한국 양궁 대표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 수석부회장은 공식 일정이 끝나는 대로 일본 주요 소재 기업을 찾아 공급망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만날 가능성이 큰 기업은 탄소섬유와 전기 모터용 특수자석 등 주로 미래차와 관련한 업체가 거론되고 있다.

명노현 LS전선 사장도 일본의 수출 규제가 확대할 경우 핵심 소재 수입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일본 출장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LS전선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전선 관련 소재 중 대략 9개는 당장 대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계의 ‘일본행’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여러 메시지를 동시에 지닌 행보로 봤다. 외교 문제를 기업에서 반전시키긴 어렵지만 그만큼 ‘카드’를 꺼내 든 것이란 분석이다.

총수나 최고경영진이 직접 발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국내 기업에서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대외 메시지가 첫 손에 꼽힌다. 그 연장선에서 반대로 국내 기업이 일본 기업을 수입 다각화 등의 방법으로 ‘압박’할 수도 있다는 해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 출장 기간 내내 내부적으론 그룹 의사결정 기구가 시시각각 주판알을 튕기면서 총수나 최고경영자를 밤낮없이 후방 지원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이 모든 메시지에는 “사태가 빨리 종료되길 바라는 것”이 공통점이라는 게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출장에서 수입 정상화와 재고 확보 등의 관계 지속을 얘기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다른 여러 채널을 통한 수입 다각화 의지도 설명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CEO 움직임이 하나의 메시지로 읽혀 일본 내 여론을 압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금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계속 일본 출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미 한일 기업들 사이에선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라며 “출장 전에 이미 어디서 누구를 만나고 사전에 어떤 얘기가 오갈 것이란 게 정해진다”고 귀띔했다.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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