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결혼이주민의 안정적 체류보장을 위한 실태조사’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2월 기준 우리나라의 결혼이주민 수는 28만 8,603명, 그중 대다수는 여성(83%)입니다.
이들 결혼이주여성 중 920명에게 물어본 결과 42.1%가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은 유형은 욕설. 이외에 신체적 폭력은 물론, 성적 학대나 건강상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감금이나 외출 방해 등 활동의 자유를 구속하거나 고국과 단절을 강요하고, 경제적으로 가해지는 가정폭력도 있었습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 ‘누구한테 요청할지 몰라서’, ‘아무 효과도 없을 것 같아서’ 등 여러 이유로 가정폭력을 당해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주목해야 할 것은 ‘체류자격이 불안정해질 것이 두려워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과 응답하지 않은 사람이 매우 많다는 부분입니다. 결혼이주민은 혼인관계를 유지해야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 국적 취득 시에는 배우자의 신원보증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 취득의 그 순간을 위해 폭력을 참고 덮어두고, 드러내지 않으려는 피해자들이 ‘무응답’ 비율만큼 많으리라 추측되는 이유지요.
괴로움을 벗어나 이혼을 하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닙니다. 이혼 후 일정기간 체류하면 국적을 취득할 수는 있지만, 이혼 시 배우자의 귀책사유를 반드시 입증해야 하기 때문. 자칫 한국을 떠나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결국 한국인 배우자에게 보이지 않는 권력이 주어지고, 이게 또다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 결혼을 했는데 가족이 아닌 갑과 을의 관계가 돼서는 안 되겠지요?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뉴스웨이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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