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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신도시 리포트③] 분당-일산 5억 差…잔인한 양극화

분당 샛별마을 7억8000, 일산 백송마을 2억7000
배후 수요 부터 차이, 강남 흡수한 ‘천당 위 분당’
지하철 3호선 연장도 지지부진, 일산 집값 제자리
자족기능과 교통난 해소 위해 공급속도 조절 필요


‘양극화’는 현 대한민국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 중 하나다. 최근 개봉한 영화 ‘기생충’을 본 관객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역시 부(富)의 양극화라는 메시지가 세련되지만 극명하게 연출됐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선 양극화 그늘에 있는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할 때 모스부호를 사용한다. 국내 신도시 개발 역시 양극화를 피해가지 못했고, 어쩌면 3기 신도시가 발표된 뒤 일어난 1·2기 신도시 주민 집회는 우리 사회에 보내는 모스부호 일지도 모른다.

◆1기 신도시, 출발이 비슷했다고?…배후수요부터 달랐다
서울 집값 상승이 기승을 부리던 1989년, 1기 신도시가 발표됐다. 1기 신도시는 크게 성남시 ‘분당’과 고양시 ‘일산’ 두 곳이었다. 나머지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은 비교적 작은 규모로 계획됐다. 이들 지역의 목표는 강남에 몰리는 인구를 분산시켜, 총 50㎢ 부지에 계획인구 117만명, 약 30만가구 수용이었다.

당초 분당은 총 인구 39만명·주택 9만7580가구, 일산은 27만6000명·6만9000가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됐다.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1기신도시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개발이 진행됐고, 1995년~1996년 사이 준공이 마무리 됐다.

그러나 두 신도시의 운명은 배후수요의 차이에서 갈렸다. 분당은 국내 집값을 견인하는 강남이 배후수요였다. 지속적인 강남 개발로 많은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생산성이 향상됐고, 자연히 거주 수요가 늘어나면서 분당도 함께 성장가도를 걸었다.

반면 일산은 구도심인 종로·중구·마포·여의도가 배후수요였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구도심에 배치 돼 있었기 때문에 일자리도 더 이상 늘지 않았고, 개발 속도도 느려 일산신도시 성장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일산신도시 개발 당시 약속됐던 기업 유치도 원활하지 않았다. 당초 들어오기로 했던 테마파크, 테크노벨리 등도 여전히 지지부진이다. 이런 이유로 일산신도시는 자족기능을 잃고 베드타운(Bed-Town)으로 낙인찍혔다.

특히 교통 여건은 신도시 성장에 큰 차이를 만들었다. 새로 개발되는 택지인 신도시는 기존 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교통이 필수적이다.

분당은 강남의 개발과 맞물려 분당선과 신분당선이 빠르게 개통됐다. 반면, 일산신도시는 지하철 3호선 연장조차 지금까지 지연되고 있다. 일산과 서울 도심을 잇는 거의 유일한 도로는 자유로인데, 이 곳은 출퇴근 시간마다 전쟁통을 방불케 한다.

이런 차이는 집값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1기신도시가 세워진 지 10여년 뒤인 2008년 분당동 샛별마을(라이프․84㎡·준공1992년) 매매가는 4분기 기준 4억2500만~4억5000만원 수준인 반면, 일산동구 백송마을(84㎡·준공1994년) 집값은 2억8500만~3억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후 10년이 지난 올해 초 분당구 샛별마을(우방·84㎡·1994년)은 7억8000만원으로 두배 가까이 뛰었지만, 일산 백송마을은 같은 평형대 매매값이 2억7000만~3억6300만원 정도로 큰 차이가 없었다.

◆잘 된 지역 주변은 또 다른 배후수요 돼…양극화의 대물림
비단 1기신도시 뿐 아니라 2기신도시에서도 양극화는 대물림 됐다. 당초 검단시도시는 상대적으로 값이 싸면서도 교통여건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같은 시기 2기 신도시로 지정된 하남 위례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를 입지로 때문으로 분석한다. 하남 위례신도시는 기존에 수요가 많았던 송파·하남·성남이 연계돼 계획됐고, 위쪽으로는 일원동 아래로는 판교 신도시가 위치해 있어 기존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었다. 자연히 민간 사업자들도 위례에 서둘러 물량 공급을 진행했다.

반면 검단신도시는 배후수요인 강남 일대와 거리가 멀다보니, 수요자는 물론 주택 공급자들에게서도 후순위였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지난해 말 첫 공급이 이뤄질무렵 3기신도시 계획이 발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더 멀어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기 신도시 발표 영향이 검단 신도시에 일정정도 미쳤다고 본다”며 “서울과 더 가까운 3기 신도시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아무래도 분산되면 집값 상승이라든 지 하는 기대심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검단신도시에 올해 초 분양한 아파트 물량은 판판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검단신도시 내 최초 1군브랜드 아파트 타이틀을 달고 분양한 대우건설의 검단센트럴푸르지오도 일부 평형대 청약 미달을 기록했다. 현재도 약 10%의 물량이 미계약 분으로 남아있다.

3기 신도시 구역을 모두 발표한 지난달 7일 이후 첫 분양한 ‘검단신도시 파라곤’은 874가구 모집에 단 65건만 접수되며, 최악의 미달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순위에서도 199명이 추가 신청하는 데 그쳐 610가구나 집들이에 실패했다.

급기야 지난 11일 인천 서구의회는 정부에 검단신도시 활성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3기 신도시 발표 철회가 쉽지 않다면 생상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한 것이다.

이런 사태를 지켜본 부동산 업계는 운정신도시도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이다. 운정신도시는 이곳은 접경지역으로 개발 가능성이 낫고 도시 접근성도 일산 신도시 이후 개선된 게 없다. GTX-A가 교통 호재로 떠오르고 있지만, 착공식만 진행한 후 아직 언제 첫 삽을 뜰지 모르는 상태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파주는 수도권 집값이 튀어오르던 지난해 8~9월 마저 아파트 매매가가 0.1~0.5%가량 하락했다.

최근 3기 신도시 발표 후 관심도가 떨어진 운정신도시 3구역에 ▲대방건설 대방노블랜드 ▲대우건설 더파크푸르지오 ▲중흥건설 중흥S-클래스 등 모델하우스가 동시에 오픈하며 수요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기에는 충분한 시도였다. 그러나 이런 관심이 계약분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벌써 부동산 업계에서는 운정신도시도 검단신도시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3기신도시 발표로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도 침체 돼 있다”며 “초반에 다 소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교통 대책 또한 새로운 게 없기 때문에 청약 통장을 쓸 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3기 신도시라고 다를까?…보여주기식 공급 그만
1·2기 신도시의 양극화 문제의 핵심은 어디가 배후수요가 되느냐였다. 배후수요에 따라 교통 대책이 신속히 추진되기도, 더뎌지기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3기신도시도 입지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과천(7000가구)은 3기신도시 중 최고로 기대를 모는 곳이고, 하남교산(3만2000가구)은 당장은 위례·강동·미사지구 물량이 남았지만 오는 2022년 분양될 당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고양창릉(3만8000가구)은 1기 신도시보다 도심과 가깝고 자족용지가 제일 크기 때문에, 부천대장(2만가구)은 여의도와 마곡과 가깝기 때문에 기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천계양(1만7000가구)와 가구수가 가장 많은 남양주왕숙(6만6000가구)은 3기 신도시 가운데서도 입지 리스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양주왕숙은 여타 자족기능이 거의 없어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 대표는 “남양주왕숙은 3기 신도시에서 가구수가 가장 많지만, 자족기능이 떨어지는 데다 교통도 좋지 않아 현재 일산~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자유로보다 더 심한 교통체층을 겪을 수도 있는 곳”이라며 “보여주기식으로 공급 대책을 마련할 게 아니라, 교통대책과 가구 분양 속도를 조절해 유효한 공급을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섬세하지 못한 신도시 대책은 결국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했고 이로 인한 분노가 최근 터져나오고 있다. 가장 가시적인 현상은 ‘3기 신도시 반대 집회’다.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1기 신도시인 일산 주민과 2기 신도시인 운정·검단 주민들은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하라”며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3기 신도시 개발로 소외된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의 목소리는 시간이 갈 수록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일산·운정·검단 신도시 연합회들은 모두 자족기능을 할 수 있는 시설과, 교통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검단신도시 연합회 관계자는 “신도시 중 가장 교통여건이 열악한 검단에 5호선 검단~김포 연장안 예타면제, 9호선 공항철도 연계운행 차량 증설과 배차간격 단축 실행, 원당~태리 간 고속도로 접속공사 조기 개설을 하루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인천 완정역 광장에서 인천 검단지역 주민 1000여명이 3기 신도시 반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검단신도시 총 연합회 제공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자족기능과 교통 여건 향상이 신도시 양극화 문제의 핵심인 데 공감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존 신도시들이 충분한 자족기능을 할 수 있는 시설과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 역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신도시 지역의 양극화를 대물림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GTX 등 교통수단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특히 최근 3구역 분양에 돌입한 운정신도시는 교통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제2의 일산신도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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