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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희 기자
등록 :
2019-06-13 07:01

“규제 강해지니 관료 돌아왔다”…금융권 협회장에 ‘官 출신’ 득세

여신금융협회장에 김주현 전 예보 사장
저축은행중앙회·손보협회장도 관 출신
규제강화 기조에 금융당국과 협상 중요

(왼쪽)여신금융협회장 후보로 추전된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오른쪽)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사진=뉴스웨이 DB

금융권에서 ‘힘 있는 회장’이 환영받는 모양새다. ‘관피아(관료+마피아)’라는 비판 보다는 금융당국과 업계를 잘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인물을 선호하면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내정자가 결정된 여신금융협회를 비롯해 저축은행중앙회장과 손해보험협회장 자리는 모두 관료 출신 인사가 꿰찼다.

◇규제 강해지자 관 출신 회장 ‘역할론’ 부각=여신금융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7일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번 회장 선거에는 총 10명의 지원자가 몰리면서 회추위는 사상 처음으로 쇼트리스트를 구성하는 등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최종 후보 선출 전 카드사노조와 여신금융협회 노조가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하는 성명을 발표한데다 금융당국에서 추전하는 후보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잡음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잡음에도 관료 출신인 김 전 사장이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업계의 위기감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란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융당국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관료 출신이 회장이 적임자라는데 뜻을 모은 셈이다.

민간 출신인 현임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은 카드업계의 생존과 직결되는 가맹점 수수료 개편 논의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가서비스 축소 허용과 같은 숙원에 대해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드업계의 경우 지난해 11월 카드수수료 인하가 결정된 이후 올해 1월 말부터 낮아진 수수료율이 반영되면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분기 일부 카드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당기순이익이 급감하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특히 금융감독당국과 카드업계는 카드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후속 보완 대책을 논의하고 있어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만한 협회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전 사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는 행시(25회) 동기로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재무부 증권국, 국제금융국, 금융정책실 등을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 금융정책국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에는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맡으면서 금융당국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다.

손보협회와 저축은행중앙회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민간출신 협회장에서 모두 관료 출신 협회장으로 바뀌며 ‘관 출신’ 회장에 거는 기대감을 보여줬다.

저축은행의 경우 예금보험료 인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개선 등 업계를 둘러싼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회장은 ‘규제 완화’를 핵심 과제로 내세워 회원사들의 마음을 얻었다. 박 회장은 취임사에서 “단기적으로 금융당국 등과 협의해 저축은행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행시 26회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보험제도과장, 국고국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관치’ 우려도 여전…업계선 “지켜봐야”=관료 출신 회장을 보는 시선에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치(官治)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업계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보다는 금융당국 정책에 이끌려 갈 수 있다는 걱정이다.

김 전 사장의 경우 앞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카드업계 노동조합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그동안 관료 출신 협회장이 업권과 협회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당국의 거수기 역할만 한 것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금융당국과의 연줄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뜻이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위원장은 “카드산업 위기는 정부의 정책실패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에 맞설 수 있는 인사가 협회장으로 선출돼야 하며 협회를 망쳐온 관료출신들에게 맡길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가 강해지면서 관료 출신 협회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라며 “과거와 다르게 낙하산 인사가 아닌 회원사의 투표로 정해진만큼 기대감도 큰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융당국을 상대로 업계의 입장을 대변할지, 오히려 당국 정책에 끌려갈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han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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