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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보신주의 탓?”···금융권 클라우드는 ‘걸음마 단계’

“규제·보신주의 탓?”···금융권 클라우드는 ‘걸음마 단계’

등록 2019.06.11 07:47

차재서

  기자

글로벌 금융사 ‘클라우드 도입’ 확산에도 국내는 지지부진···HR·회계 등 일부 국한감독규정 개정했지만 도입 장려 ‘역부족’사고 날까 우려하는 보수적 관행도 문제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오크노스뱅크(Oaknorth Bank)’는 영국의 첫 클라우드 기반 은행이다. 이들은 시스템 이전을 마친 뒤 현재 모든 업무를 클라우드로 운용하고 있다. 기존 은행보다 한 발 앞선 시스템 변경과 최신기술 적용으로 성장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온라인 은행 ‘캐피탈 원(Capital One)’은 핵심 업무인 캐피탈뱅킹과 콜센터 등에 클라우드를 활용 중이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IDC) 5곳을 닫았으나 클라우드의 서비스형 플랫폼(Paas) 환경을 공고히 함으로써 업무 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다. 신규 애플리케이션 배포 시간도 수년·수개월에서 주단위로 단축시켰다.

ICT기술 발전과 맞물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클라우드’ 도입 시도가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더딘 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관련 제도가 자리를 잡지 못한 가운데 사고에 대한 우려와 금융권 특유의 보신주의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금융회사 사이에서 IT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미진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2021년까지 연평균 20.5%씩 성장한다는 가트너의 전망과 대조적이다.

실제 국내 금융회사 중에는 KB금융그룹이나 신한금융, 우리은행 정도가 클라우드를 도입했지만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업무에 국한된 상태다. KB금융은 인사관리(HR) 시스템을, 우리은행은 자체 메시징 시스템을 각각 클라우드 환경에서 운용하며 신한금융은 미국지점 인터넷 뱅킹 플랫폼에 클라우드를 적용했다. 해외 금융회사처럼 핵심 업무에서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사례는 전무하다. 앞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했던 ‘토스뱅크’가 클라우드 업체 ‘베스핀글로벌’을 주주로 영입하면서 이 같은 시도에 나설 것으로 점쳐졌으나 일단 예비인가 획득에 실패하면서 나중을 기약하게 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의 금융권 분위기에서 은행 업무의 ‘100% 클라우드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클라우드 기술이 편리함과 위험성을 동시에 떠안고 있어 금융회사 입장에선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데다 관련 제도도 미흡하다는 이유다.

클라우드는 서비스 제공자(CSP)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만큼 IT자원을 빌려 쓰고 비용을 부담하는 컴퓨팅 방식을 뜻한다. 대량의 데이터를 낮은 비용에 처리하는 것은 물론 다수의 이용자와 고성능 자원을 공유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인터넷에 접속된 PC, 모바일 등을 통해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설정 절차가 복잡하지 않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여기엔 단점도 존재한다. 특정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면 리스크로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가령 서비스 제공자가 파산하거나 사업을 철수한다면 서비스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 또 클라우드 환경에 대한 전문성 부족, 시스템 운영상 기술적 오류나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위·변조될 수 있다는 것도 우려스런 부분으로 지목된다. 이는 금융사가 클라우드 도입을 주저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규제를 더욱 풀어줘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연초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으로 클라우드를 통해 활용 가능한 정보 범위가 개인신용정보와 고유식별정보까지 확대됐지만 도입을 장려하기엔 부족하다는 인식에서다. 개인신용정보는 반드시 국내 소재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야 한다거나 당국의 방문 실사가 허용돼야 한다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클라우드 기업 대부분이 해외 업체라 금융회사의 선택지가 좁아진 탓에 기술 도입까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변화를 기피하는 금융권의 ‘보수적 문화’ 역시 이 같은 분위기에 한몫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서비스 구축 초기에 쏠리는 사회적인 관심이 부담스럽고 사고 발생 시 그 책임을 감당하기 싫다는 핑계로 금융회사 내부에서도 의사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각 클라우드 업체가 금융회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부분 생각보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흡한 규제와 금융권 내 만연한 보수적 기업문화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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