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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등록 :
2019-06-03 07:47

[중견그룹 내부거래 실태①]공정위, 대기업 뺨치는 중견 오너家 정조준

자산 5조원 이하 중견그룹 조사
대기업 비교해 그동안 감시소홀
경제개혁연구소 지적 30곳 유력
첫 타깃은 통행세 의혹 KPX그룹

그래픽=강기영 기자

대기업의 내부거래 등을 통한 일감몰아주기 행태가 정부의 규제 강화로 서서히 해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그룹들은 오히려 내부거래를 늘리면서 오너일가의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올해는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준대기업(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는 자산 2~5조원 규모의 중견그룹을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자산 5조원 미만 기업집단은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 등의 제재는 받지 않지만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지원금지 규제는 적용된다. 그동안 공정위가 대기업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하면서 자산 5조원 미만의 중견그룹은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했다.

이 때문에 중견그룹들의 일감몰아주기 행태가 대기업 못지 않게 심각하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공정위 역시 중견그룹의 행태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 자산 2~5조원 규모의 중견그룹은 100여개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풍산그룹, 대성그룹, 넥센그룹, 동원그룹, 농심그룹, SPC그룹, 대상그룹, 오뚜기그룹 등 30여곳이 공정위의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제개혁연구소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는 비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사례에 대한 보고서를 3차례에 걸쳐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에는 총 30곳의 중견그룹이 포함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직을 맡기 전까지 몸담고 있던 민간단체다.

중견그룹의 내부거래 행태도 대기업과 다르지 않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가 일감을 몰아주기, 회사기회유용의 수혜회사가 되면서 계열사들이 받는 손실이 오너일가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공정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 대기업 가운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성장하면서 중견그룹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곳도 있다. 이들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몰아주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최근 중견그룹인 KPX의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그룹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KPX그룹은 지주회사인 KPX홀딩스를 중심으로 KPX케미칼, 진양화학 등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KPX그룹의 오너일가 지분율이 100%인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계열사로부터 ‘통행세’를 챙긴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통행세는 두 회사간 거래가 가능한 상황에서 중간에 끼어 수수료를 챙기는 행태를 의미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KPX케미칼로부터 약 52억원어치의 물품을 매입했고, 베트남 현지법인인 VINA FOAM에는 약 68억원어치의 물품을 팔았다. 공정위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두 회사간 거래를 중개하면서 실질적인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공정위가 KPX를 첫 타깃으로 한 만큼 통행세를 챙기고 있는 중견그룹들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는 최근 통행세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등 대기업들도 통행세 의혹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는 중이다.

강길홍 기자 sl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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