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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19-05-16 11:08

수정 :
2019-05-16 16:50

인력탈취인가 자발적 이탈인가…LG화학-SK이노 ‘처우’ 따져보니

전기차 배터리 핵심기술 유출 소송전
“이직 종용 비밀 빼내” vs “자발적 이직”
SK이노, 연봉 압도적 우위…평균 1억 이상
LG화학, 철저한 성과주의…낮은 연봉 문제
상반된 조직문화도 이직 요인…복지는 비슷


전기차 배터리 인력유출 논란을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의도적으로 핵심 인력을 빼가면서 배터리 기술도 탈취했다며 미국에서 소송전을 걸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터무니없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자사의 우수한 기업문화와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자발적으로 이직했다고 반박한다.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늦게 뛰어든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된 배경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존재하지만, 두 회사의 연봉과 처우 등을 비교하면 SK이노베이션으로의 인력이동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LG화학은 1990년대 초반부터 약 30년간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된 기술연구를 해온 국내 선두업체다. LG화학은 현재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가치 상위 20개 중 13개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도 세계 4위다.

하지만 직원들의 급여와 처우를 살펴보면, 업계 평균 이하로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최근 3년간 LG화학 전지부문 직원들의 평균 연봉 인상률은 7.5%다. 2016년 7200만원(남자 기준)에서 2017년 8000만원으로 800만원(11.1%) 늘었다. 2018년에는 8300만원으로 전년보다 300만원(4%) 인상되는데 그쳤다.

LG화학 연봉이 ‘짠’ 이유는 성과에 기반한 보상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성과에 따라 사업부문별, 개인별로 성과급을 차등지급한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은 그동안 적자를 이어오다 지난해 4분기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손실을 내고 있다. 이런 영향들로 전지부문 연봉은 LG화학 주력 사업인 기초소재부문 등에 비해 낮게 책정됐다.

성과급에서도 차별을 받아왔다. 전지부문은 통상 기본급의 100~200% 수준으로 성과급을 받아왔는데, 실적이 악화된 특정 해에는 성과급이 아예 지급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18년 설 명절 성과급으로는 350% 수준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LG화학의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기초소재부문은 500%의 성과급를 받았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보다 10여년 늦게 전기차 배터리 관련 연구를 시작했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10위권에 안착하며 LG화학, 삼성SDI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은 소위 말하는 ‘억대 연봉자’들이다. 2016년 SK이노베이션 연봉은 1억1000억원(전사 기준)으로 나타났다. 이듬해 1억2100억원으로 1100만원(10%)이 올랐고, 2018년에는 1억4200만원으로 2100만원(17.4%) 뛰어올랐다. 연평균 연봉 인상률은 14%에 육박한다. 배터리 사업부의 구체적인 연봉 수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체 연봉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통 큰 성과급 지급으로 유명하다. 2016~2017년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SK이노베이션은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연봉의 50%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계열사와 개인별 업무평가에 따라 차등지급 됐지만,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직원도 연봉의 40%를 성과급을 챙겼다.

최근 들어 LG화학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올 초 전지부문이 무려 500%의 성과급을 받은 것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한 데 따른 보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의 해석은 다르다. 인력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성과급 지급을 늘리는 등 처우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부를 포함한 전 사업부에 기본급의 800~850%에 달하는 성과급을 줬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연간 영업이익이 30% 이상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 여파다. 액수는 예년보다 다소 위축됐지만, 경쟁사를 여전히 앞선다.

기업문화 차이도 인력이동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LG화학은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핵심 사업은 전통사업인 석유화학업이다. 석유화학업은 제조업 중에서도 보수성이 강하게 베어있고, 남성 직원 비중이 높다. 직원들간 상하관계도 경직돼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사인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하며 변화 의지를 내비쳤지만, 속도는 더디다.

SK이노베이션은 비교적 자유롭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조직 문화 혁신을 추진하는 SK이노베이션은 형식적인 업무 관행을 없애거나 축소시키고, 임원 직급제도를 폐지해 수평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SK그룹 전 계열사가 동참하고 있다.

복지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주택자금이나 학자금, 의료비, 휴양시설 지원 등 복리후생 제도는 비슷하게 갖춰져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의 영업비밀 탈취 주장과 SK이노베이션의 자발적 이직 주장 모두 설득력을 얻고 있다”면서 “SK이노베이션으로의 인력이동이 사실인 만큼, 이들을 활용해 기술을 빼냈는지 여부는 소송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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