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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싸움에 등터진 한화생명…기준 아닌 논란 따라 종합검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뒤쪽 배경은 (왼쪽부터)한화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본사. 그래픽=뉴스웨이 DB

금융감독원이 보복성 검사 논란을 의식해 올해 보험업계 첫 종합검사 타깃을 삼성생명에서 한화생명으로 바꿔 조준했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을 둘러싼 금융당국과 업계 1위사의 ‘고래’ 싸움에 상대적으로 작은 2위사 ‘새우’의 등이 터진 격이다.

하반기 삼성생명에 대해서도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초 정한 선정 기준 보다는 논란을 의식해 검사 대상과 시기를 결정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9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한화생명을 상대로 종합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검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금융업권별 검사 대상 명단을 최종 조율 중이다.

당초 종합검사 대상 1순위는 지난해 7월 금감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 권고를 거부해 정면충돌한 삼성생명이었다.

한화생명 역시 같은 해 8월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결정을 불수용했지만 특정 가입자에 국한된 데다 상대적으로 미지급금 규모가 작아 후순위로 분류돼왔다.

국내 생명보험업계 1·2위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불명확한 약관을 이유로 덜 지급한 즉시연금은 각각 4300억원(5만5000건), 850억원(2만5000건)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보복성 검사 논란이 확산되면서 윤석헌 금감원장의 부담감이 커졌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윤 원장 본인이 즉시연금 가입자여서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는 논란까지 번졌다.

결국 금감원은 종합검사 세부 시행 방안을 발표하면서 소송 중으로 법원의 최종 판단이 필요한 사항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부분, 즉 즉시연금 문제에 대해서는 준법성 검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한 발 물러섰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며 민원을 제기한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다. 오는 12일에는 금융소비자연맹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반환 청구 공동소송 첫 공판이 예정돼 있다.

그럼에도 윤 원장이 사실상 검사 대상으로 지목해 온 삼성생명에 대해 실제로 검사를 실시할 경우 보복성이라는 딱지가 붙을 수밖에 없다.

윤 원장은 정무위 업무보고 당시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가능성에 대해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삼성생명도 종합검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종합검사에서 즉시연금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다른 문제점을 집중 추궁하거나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우회 압박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 같은 점 때문에 더 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불편한’ 삼성생명 대신 상대적으로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만한’ 한화생명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사 대상 선정 기준이 아니라 여론과 논란에 따라 검사 대상을 정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은 종합검사 순서와 시기에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4년여만에 부활하는 검사의 첫 대상인 만큼 상징성이 크다.

금감원이 지난 3일 확정 발표한 4대 평가항목은 ▲소비자 보호 ▲건전성 ▲내부통제·지배구조 ▲시장영향력이다.

소비자 보호 항목의 공통 지표에는 민원 건수 및 증감률, 권역별 지표에는 보험금 부지급율이 포함돼 있다. 내부통제·지배구조 항목과 시장영향력 항목 권역별 지표는 각각 계열사 거래 비율, 자산 규모 등으로 나뉜다.

이 같은 선정 기준은 사실상 대기업 계열의 대형 보험사, 그 중에서도 삼성생명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즉시연금 부분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삼성생명이 첫 검사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생명은 총자산 290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보험사다. 규모가 크다 보니 단순 민원 건수도 가장 많을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하반기 삼성생명에 대해서도 종합검사를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준대로 검사 대상과 순서를 정했는지는 의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논란에 무릎을 꿇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를 강행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결국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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