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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급한 불 껐지만…경영권 위협 ‘여전’

한진칼, KCGI 주주제안 항고 승소
사외이사 추전·보수 감액, 주총 안건서 삭제
복심 ‘석태수’ 사내이사 재선임안 표대결 예고
국민연금도 부담…조 회장 유죄시 이사직 해임

그래픽=강기영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로부터 거센 경영권 압박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의 항고심 승소로 한시름 덜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조 회장은 최측근인 석태수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두고 KCGI와 표대결을 벌여야 한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21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25민사부는 이날 한진칼이 신청한 가처분 이의 소송에 대해 인용 판결을 내렸다. KCGI의 주주제안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1심을 뒤집은 것.

이번 판결에 따라 주총 안건으로 조건부 상정된 KCGI 측 주주제안은 최종 삭제된다. 한진칼은 앞서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KCGI 측 안건을 조건부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KCGI가 내놓은 안건을 우선 상정하되, 2심 승소시 KCGI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에서 최종 제외하겠다는 전략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당초 KCGI는 감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 총 7건을 주주 제안했다. 한진칼은 KCGI의 지분 보유 시기가 6개월 미만으로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 반면, KCGI는 6개월 지분 보유가 필수조건이 아니라며 맞섰다.

KCGI는 한진칼의 주주제안 안건 상정 거부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달 21일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지방법원은 ▲김칠규 회계사 감사선임 ▲조재호 서울대 경영대 교수, 김영민 변호사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설치 시 조 교수, 김 변호사 감사위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총액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감액 ▲감사 보수한도 2억에서 3억원으로 증액 등 5개 안건만 일부 인용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KCGI의 주주제안 자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한진칼이 항고심에서 패소했다고 가정하면, 한진칼 이사회 추천 사외이사 후보 3인과 KCGI측 제안 후보 2인을 포함해 총 5명의 후보 중 3명을 표결로 선임해야 했다. 이사보수 한도와 감사보수 한도는 한진칼 이사회 안과 KCGI 안 중 표결로 결정해야 했다.

특히 조재호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는 KCGI와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어 자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조재호 교수는 강성부 KCGI 대표의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은사다. 김영민 변호사는 김남규 KCGI 부대표가 삼성전자 법무팀에 근무할 당시 같이 근무한 선배 변호사다. KCGI의 입김이 닿는 인물로 이사회를 채우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한진칼의 승소로 조 회장은 당장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경영권을 견고하게 방어하기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한진칼은 2심 판결에 관계없이 석태수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놓고 KCGI와 표대결을 벌인다.

조 회장 복심으로 불리는 석 대표는 한진그룹 내에서 샐러리맨으로 입사해 전문경영인으로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석 대표는 1984년 대한항공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영기획 팀장과 경영 기획실장 및 미주지역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한진 대표이사 전무를 거쳐 2013년 12월 한진해운 사장을 맡았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에는 한진칼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조 회장은 석 대표를 위해 대한항공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한진그룹 내에서 총수 일가가 아님에도 부회장직에 오른 인물은 석 대표가 유일하다. 이처럼 절대적 신임을 받는 석 대표의 연임이 불발될 경우, 조 회장의 경영부담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표대결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28.7%, KCGI가 12.8%, 국민연금이 6.7%를 보유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조 회장 우호지분이 앞서지만,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KCGI가 공식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고 나선 점도 부담 요인이다. KCGI는 이날 공식 자료를 통해 “석 대표는 한진해운의 대표이사로서 한진해운을 지원해 한진그룹 전체의 신용등급 하락을 야기한 장본인이자, 최대주주의 최측근”이라며 “향후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고 전체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반영할 후보자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진칼 주주들에게 석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으로 의결권을 위임할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제한적 범위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지만, 사실상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탓이다. 국민연금은 ‘임원이 횡령·배임을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 임원직에서 자동 해임된다’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제출, 이번 주총 안건으로 올라있다. 현재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유죄가 확정되면, 조 회장은 자동으로 이사진에서 해임된다.

조 회장은 안건 승인을 필사적으로 저지해야 하지만,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표심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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