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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운명, 항고심에 달렸다

법원, KCGI 주주제안권 인정…한진칼 즉각 항고
이르면 12일 전후 판결…방어 최선은 2심 승리
항고 기각시 표대결 불가피…최악엔 패배 가능성도

그래픽=강기영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거센 경영권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는 한진칼 주주총회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 소액주주 의결권 확보 작업에 돌입하며 표대결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조 회장은 KCGI의 주주제안권 행사에 대한 2심 재판에 기대를 걸고 있다. KCGI의 의안상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1심 결과가 뒤집어질 경우, 이번 주총은 당초 예상보다 무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지난 5일 KCGI가 낸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일부 인용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KCGI의 특수목적회사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 등을 상대로 낸 의안상정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주주가 6개월 주식 보유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3%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진칼은 곧바로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KCGI가 요구한 의안 중 ▲김칠규 회계사 감사선임 ▲조재호 서울대 경영대 교수, 김영민 변호사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설치 시 조 교수, 김 변호사 감사위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총액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감액 ▲감사 보수한도 2억에서 3억원으로 증액 등이 인용됐다.

법정공방의 시작은 KCGI의 지분 보유 시기에서 비롯됐다. 상법 제542조의 6에 따르면 6개월 전부터 계속해서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자가 주주제안과 같은 소수주주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KCGI가 설립한 그레이스홀딩스 등기 설립일은 지난해 8월 28일이지만, 한진칼에 주주제안서를 보낸 시점은 올해 1월 31일이다. 지분을 인수한지 6개월이 안되는 만큼, KCGI가 소수주주권한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KCGI는 6개월 이상 지분 보유 요건이 필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상법 제363조2에 따라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3% 지분을 가진 주주는 주총 6주 전이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KCGI는 한진그룹이 ‘6개월 룰’을 이유로 주주제안 안건 상정을 거부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달 21일 법적대응에 나섰다.

가처분 소송은 긴급을 요하는 사건에 대해 빠른 시간 안에 법원의 결정을 구하는 제도로, 통상 판결까지 15일 이내가 소요된다. 하지만 상황의 시급성을 인지한 1심 재판부는 소송제기 일주일 만에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 결과는 이르면 이달 12일 전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칼은 항고 결과 이후 주총일과 주총 안건 등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주총일 2주 전까지 의안을 확정해 주주들에게 고지해야 하는데, 대한항공과 같은 27일날 주총을 연다고 가정하면 늦어도 13일 전에는 항고심 판결이 나와야 한다. 만약 이 기한을 넘으면 KCGI가 요구한 의안이 주총 안건으로 자동 상정된다.

조 회장 측은 서울고등법원이 되도록 빨리 판결을 내리길 바라고 있다. 특히 1심과 달리 한진칼의 손을 들어준다면, 앞서 인용된 5개의 의안은 상정되지 못한다. 이 경우 조 회장은 KCGI에 유리하게 흘러가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의 정관변경 안건만 막아낼 경우, 경영권을 한층 수월하게 방어할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 범위의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이번 주총에서 ‘임원이 횡령·배임을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 임원직에서 자동 해임된다’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제출하기로 했다. 현재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유죄가 확정되면, 조 회장은 자동으로 이사진에서 해임된다.

2심에서도 한진칼이 제기한 항고가 기각된다면, 주총에서 표대결을 치뤄야 한다.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28.7%를 확보하고 있다. 2대 주주인 KCGI는 10.81%, 3대 주주인 국민연금 6.7% 순이다. 국민연금과 KCGI가 한 편에 선다고 가정하더라도 총수일가 반대표는 17.51%에 불과해 조 회장 측이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5% 미만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표심은 예측할 수 없다.

KCGI는 이미 1월부터 소액주주 포섭에 나섰다. 한진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에게 신상정보와 보유주식, 수량, 연락처 등을 알려달라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는 의결권 위임이 주총 2주전부터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 사전에 소액주주 리스트를 미리 파악해 위임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달에는 법원이 KCGI가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및 복사 가처분 신청을 허용하면서, 우호세력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KCGI는 한진칼 소수주주 중 조 회장 우호 지분을 표결에서 배제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KCGI 측은 “대한항공 임직원, 대한항공 자가보험, 대한항공사우회 명의 주식 224만1629주(3.8%)는 특수관계인 지분으로 볼 수 있지만 신고가 돼 있지 않다”며 이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야한다는 입장이다. 한진그룹은 “차명주식이 아니다”고 즉각 반박했지만, 법정공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 회장은 배당 성향 확대 등 주주친화책을 담은 중장기 발전 방안을 내며 소액주주 달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KCGI, 소액주주 3자가 연대해 표대결을 벌이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면 조 회장의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 더욱이 KCGI가 상정한 안건들이 수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조회장의 지배력 약화도 불가피하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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