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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퇴진 요구한 KCGI 본심은···삼남매 경영승계 차단 목적

조양호 퇴진 요구한 KCGI 본심은···삼남매 경영승계 차단 목적

등록 2019.01.22 17:01

이세정

  기자

2대주주 KCGI, 한진그룹 경영개선 방안 공식 발표지배구조위 설치 등 사실상 조 회장 퇴진 공식 요구3세경영 문제점도 강하게 지적···전문경영 전환 강조회사평판 실추땐 임원금지···현아·원태·현민 삼남매 겨냥

조양호 퇴진 요구한 KCGI 본심은···삼남매 경영승계 차단 목적 기사의 사진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KCGI의 궁극적인 목적은 조현아·원태·현민 등 총수 3세의 ‘경영승계 차단’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CGI가 지난 21일 공개적으로 발표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은 총 117장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로 구성됐다. 이 자료는 크게 ▲신뢰회복 프로그램 5개년 계획 ▲한진그룹은 지금 ▲코리아 디스카운트 및 나아갈 길 ▲KCGI 소개 참고자료 4가지 파트로 나눠져 있다.

자료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세계적인 글로벌 항공·물류 전문 그룹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가치는 매우 저평가되고 있다. KCGI는 대주주 일가의 각종 갑질 행태와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 합리성을 상실한 계열회사 지원에 따른 과도한 부채비율, 불필요한 유휴자산 보유와 방만경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CGI는 앞서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 등 3가지 방안이 담긴 계획서를 조 회장 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조 회장 측과 회사 경영진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부득이하게 이 제안서를 공개적으로 밝혀 한진그룹 주주들과 임직원,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지배구조 개선 및 책임경영체제 확립 방안이다. KCGI는 우선적으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며 사실상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지배구조위원회는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1인, 일반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인 및 외부 전문가 3인 등 총 6인으로 구성된다.

명분은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대한 사전 검토 및 심의를 담당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회장이 추천할 수 있는 이사가 1명으로 제한되는 만큼, 총수일가 입김이 닿지 않는 인력을 대거 배치해 경영권을 견제하려는 조치다. 사측과의 힘대결에서도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구상도 내포됐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와 CEO 등 경영진 선임을 위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 도입도 요구했는데, 조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의 경영 배제 의중이 담겨 있다.

KCGI는 이 외에도 비주력자산과 적자사업을 정리해 과도한 부채비율을 낮추고, 신용등급을 상승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일반직원들로 이루어진 상설 협의체를 조직해 한진그룹의 사회적 책임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사회책임경영 모범규준을 채택하고, ‘한진인(人)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 등 소통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재계에서는 KCGI의 칼날이 조 회장의 자녀인 삼남매를 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KCGI는 이번 공개 제안서의 35%에 달하는 부분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및 나아갈 길’ 파트에 할애하며 3세 경영의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자료에서는 3세 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높은 상속·증여세 때문에 지분율이 감소하게 되는데, 2%대 주주에게 ‘오너’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3세는 전세대에 비해 기업의지와 사명의식이 부재하고, 새로운 동력 발굴 실패로 성장이 정체된다고 지적했다. 경영교육의 실패는 무능력과 결정장애, 무모한 투자(심심병)로 이어지고 2,3세의 경영 능력 부재와 갑질 등 사회적 물의는 재벌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킨다. 경영세습은 일감몰아주기와 편취, 현저히 낮은 배당과 연관이 있다.

KCGI는 소유경영을 전문경영으로 교체해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경영 위험을 낮추고 시장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진그룹 창업주는 고 조중훈 선대회장으로, 장남인 조양호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다. 3세인 삼남매 모두 경영 경험이 있지만, 공식적인 승계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KCGI는 준법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범죄 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삼남매를 겨냥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인하대학교 부정편입학 의혹을 받고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해 ‘물컵 갑질’과 진에어 불법 등기임원 재직 논란으로 곤혹을 치뤘다. 현아·현민 자매는 현재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KCGI의 호텔사업 등 적자사업 정리 요구가 현아·현민 자매의 경영복귀 차단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두 자매가 계열사 등기임원에 오르는 등 우회적으로 경영복귀를 시도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봉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09년부터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맡아 그룹 내 관광, 호텔, 식음료 부문을 총괄했다. LA월셔그랜드호텔도 조 전 부사장이 진두지휘한 프로젝트다. 2011년에는 왕산마리나 건설을 추진하는 왕산레저개발 설립 당시 대표이사를 맡은 바 있다. 조 전 전무도 2017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에 오르며 호텔사업 경영에 개입해 왔지만, 현재는 보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한편, 한진그룹은 KCGI 경영개선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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