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수소경제 시대, 넘어야 할 산 많다

문재인 대통령, 17일 울산서 ‘수소강국’ 선언
화석연료 한계.…그린수소·해외 수입 늘려야
부지 확보 및 고비용·보조금 확보 등도 관건
설치제한·안전관리자 자격완화 등 규제 완화

문재인 대통령이 2일 현대차 넥쏘를 탑승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친환경 미래 자동차로 불리는 수소차 이용자가 빠르게 늘면서, 수소차 보급 확대와 충전 기반시설 확충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는 17일 울산시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한 산업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로드맵에서 정부는 수소차와 연료전기 분야에서 204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2000대 수준이던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2040년까지 620만대(내수 290만대, 수출 330만대)로 확대하고 지난해 14개뿐이던 수소충전소도 120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소경제를 위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우리로서는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신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수소를 새 성장동력으로 보는 것은 한국의 기술력이 앞서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앞으로 걸림돌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대한민국이 수소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그래픽=강기영 기자>

◆수소연료의 안정적 공급

정부는 발전소용 수소연료까지 포함해 연간 수소연료 526만t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 비중을 늘려 추출수소의 비중을 2030년에는 50%, 2040년에는 30% 아래로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한해동안 생산한 연료용 수소량은 총 13만t이다. 2018년 기준 수소공급량 13만t 가운데 90%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 나머지는 갈탄이나 천연가스 등을 이용하는 추출수소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초기에는 부생수소와 추출수소를 늘리는 방식으로 가고 향후 신재생에너지가 확충되면 남는 전기를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얻거나 해외거점 수소 생산기지를 통해 대량의 수소를 수입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은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태양광·풍력 등으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천연자원이 풍부한 해외에서 수소를 생산한 뒤 들여오는 수입 방식으로 얻는 수소가 그린수소다. 이 수전해 방식은 전기에서 수소를 얻은 뒤 다시 수소로 발전을 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수입량을 늘리는 방안은 경제성이 관건이다. 정부는 공급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서 현재 1KG당 8000~1만원 수준인 수소연료 가격을 2040년에는 3000원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수소가격을 급격히 끌어내리기는 쉽지느 않다.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전기가 쓰일 수밖에 없고, 여러 단계에 걸쳐 에너지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원천기술, 생산능력 확보

수소차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확장된다 하더라도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원천기술이나 생산능력 확보도 숙제로 남는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차는 현대 넥쏘가 유일해 넥쏘 판매량은 국내 수소차 보급과 직결된다.

현대차는 최근 충북 충주에 수소차 핵심부품 전담 생산공장을 신축, 연간 생산량 3000대를 확보할 계획이지만 향후 내수는 물론 유럽 수출 물량까지 고려하면 생산공장 증설 등 대책이 필요하다.

수소차 관련 한 전문가는 “수소차는 부품이 많이 필요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선 이를 납품해줄 협력업체가 많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일반차 시장과 달리 협력업체 수가 턱없이 부족해 현대차도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차 부품 협력업체가 증가할 수 있도록 관련 중소기업 연구·개발 비용을 정부나 지자체가 보조해줄 필요가 있다”며 “부품 만드는 곳이 적으면 생산속도도 그에 비례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수소학회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섬유화학단지를 통해 부생수소를 일부 얻어내고 있지만 천연가스의 개질을 통한 추출수소나 수전해 방식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이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발위험이 있다는 인식

무엇보다 수소충전소는 폭발위험이 있어 위험하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원활한 충전소 확산이 가능하다.

최근 정부의 규제가 풀리면서, 이에 발맞춰 서울은 2022년까지 수소차 3000대 보급·충전소 6곳 건립을 추진하는 등 전국 지자체도 앞다퉈 수소차 보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는 폭발위험이 크다’는 인식 때문에 도심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려 해도 주민 저항이 거세 외곽으로 밀려버리기 일쑤다.

‘친환경 수소산업 특별시’를 선포하며 수소차 확대에 일찌감치 뛰어든 창원시만 하더라도 ‘왜 우리 동네에 위험시설이 들어오느냐’는 민원 때문에 창원테크노밸리, 한국전기연구원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 외곽에 충전소 2개를 설치했다.

◆비싼 설치 비용

현재 수소차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으나 상용화에 필수인 전용 충전소는 수천 기가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

제대로 된 수소충전소 1기를 설치하는 데 30억∼35억원이 들 정도로 비싼 비용이 가장 큰 문제다.

연료주입 시간만 5분이 걸려 차가 몰리면 자칫 길가에 길게 줄을 서야 할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충분한 부지 확보도 필수다.

또 일반 주유소처럼 지하에 저장 탱크가 있는 게 아니라, 유조차처럼 생긴 ‘튜브 트레일러’가 수소를 실어 날라 충전해주는 게 일반적이라 관련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수소차 충전소에는 반드시 안전관리자가 있어야 하고 ‘셀프 충전’도 불가능해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수소 충전소 설치 제한 등 각종 규제 완화

최근 정부는 준주거·상업지역에도 충전소 설치를 허용하고 3000㎥ 초과 충전소도 도시계획시설 결정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꽁꽁 묶여있던 규제는 풀리는 추세다.

정부는 이날 규제샌드 박스를 활용해 도심지나 공공청사 등 주요 거점에 충전소를 설립할 경우 입지제한·이격거리 규제 등을 완화하거나 유예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소 충전소 설치 관련 까다로운 규제는 더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학교 및 전용주거지역, 상업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에는 수소충전소 건설이 제한된다.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치원, 대학 등 학교 부지로부터 200m 이내의 부지에는 수소충전소 설치가 어렵다.

또 수소충전소에만 유독 엄격한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에 대한 완화도 시급한 상황이다. 돈이 많이 들고 전문인력도 고용해야 하며 절차까지 번거로우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지 않으면 수소충전소 보급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한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충전소도 규제 샌드박스로 하겠다지만 실제로 해보면 더 많은 규제가 남아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수소차 구매보조금 체계를 완비하고 수소충전소에 대한 설치비용뿐 아니라 현재 검토 중인 운영비 지원까지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소차 판매가 본격화했지만, 아직 수소충전소를 비롯한 인프라는 부족해 연구개발 부문과 함께 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유럽에서는 미래 수소 모빌리티로 보고 충전소를 먼저 깔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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