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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기자
등록 :
2018-11-20 06:30

[대한민국 국장보고서]정책총괄이 파워 甲…정권 따라 핵심요직 바뀌기도

기재부 예산실 내 국장 ‘갑 중의 갑’
부처내 선임국장·대변인도 필수코스
1·2급 인사는 정무적·정권 입맛따라

<그래픽=강기영 기자>


‘가문의 영광’이라고 불리는 2급 고위공무원인 ‘국장’ 안에서도 ‘갑 중에 갑’이 있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파워있는 부처가 존재하고, 각 부처 내에서도 어느 실국을 맞느냐에 따라 승진 코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 정부내 실세 부처는 어디일까? 바로 ‘기획재정부’다. 우리나라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다른 정부 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내 줄 예산 결정권을 쥐고 있으니 실세일 수밖에 없다. 돈줄 쥐고 있는 기재부는 정부내 ‘갑’이다.

그럼 실세 부처 기획재정부내에서 실세 부서는 어디일까? 한마디로 ‘갑중의 갑’은 어디일까? 뭐니 해도 돈(예산) 권한을 쥐고 있는 ‘예산실’이다. 예산실은 한 해 수백조원이라는 엄청난 나라 돈을 각 정부부처와 지자체에 배분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부처 내 실세 중 실세다. 같은 정부내에서도 예산을 받아야 그 부처의 업무를 진행할 수 있어 항상 기재부 예산실에 목을 조아리게 된다.

기재부 예산실 근무는 출세의 지름길이다. 특히 예산실내 국장 자리는 기재부내 승진을 위한 핵심 코스다. 예산실 국장으로 예산 배정 업무를 하면 다른 부처 업무를 훤히 알게 되어 마치 그 부처 국장을 맡았던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이후 기재부를 떠나 다른 부처 고위직으로 가는데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기재부 예산실장은 특별한 잘못을 하지 않는 한, 사실상 차관자리가 보장되고 잘하면 장관까지 하는 노른자위 요직이다. 예산실장은 예산총괄심의관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예산실 내에서도 예산총괄심의관, 사회예산심의관, 경제예산심의관인 넘버 쓰리까지는 어느 정도 경쟁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 중 사회예산심의관은 승진까지 승진은 어렵다고 보는 편이다. 기재부 내의 차관보 자리는 경제정책국장, 세제실장은 조세총괄정책관 등이 정석 승진 코스다.

사진 = 기재부 제공

이 외 각 부처도 실세인 실·국들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과거 지식경제부부터 에너지 쪽을 본인들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에너지 관련 국들이 파워있는 국에 통한다. 그러나 최근엔 탈원전 여파로 에너지 쪽보다는 통상쪽에서 치고 올라오는 추세이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 내에선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담합 등 불공정위를 적발·처벌하는 기업집단국, 카르텔조사국, 시장감시국 등이 실세에 속한다. 고용노동부 안에선 고용과 노동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데 핵심 역할은 하는 곳은 본부 내 3개의 실(기획조정실·고용정책실·노동정책실)이며, 이에 속하는 국장들의 파워가 셀 수 밖에 없다.

각 부처마다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서도 부처를 통틀어 공통적으로 실세인 곳도 있다. 평균적으로 대변인실은 꼭 거쳐야 한다는 얘기들은 과거부터 익히 들린다. 최근 기재부 내에서 구윤철 예산실장(행정고시 32회) 후임으로 안일환 예산총괄심의관(32회)이 승진 이동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안일환 국장은 기재부 내 대변인부터 예산통까지, 정식 승진 코스를 밟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32회) 역시 2015년 산업부 내 대변인 자리를 거쳐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특허청 청장을 거친 인물이다. 해양수산부의 차관 자리의 승진 코스로 알려진 기조실장 자리에 있는 박준영 기조실장(35회)은 행정고시 3혁신인사기획관, 어촌양식정책관, 영국대사관 공사참사관,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부처 내에서 특히 총괄, 정책이 붙은 과국을 선임과 선임국이라고 부르는데 이 곳도 실세에 속한다. 어느 부처든 선입과 과장을 해야 국장으로 승진이 유리하며, 선임국의 국장을 거친 사람이 실장 승진에도 훨씬 유리하다.

다만 국장에서 실장으로 승진할 시에는 복불복인 경우가 많다. 1급 승진은 지역이나 학연 또는 정치권 실세와의 연줄을 통한 입김이 작용하기도 한다. 국장실장급 승진은 청와대에서 관여하기 때문에 같은 라인별로 경쟁을 하더라도, 전문성보단 정무적인게 중요하게 작용키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난 박근혜 정부에선 대구·경북(TK) 출신이 우선이였지만,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는 암묵적으로 TK는 힘들다는 얘기들도 떠돈다. 어느 부처든 실세 실·국은 존재하고 각 부처마다 승진 수순이 있지만, 결코 인사는 운빨도 크다는 것이 정론이다. 같은 부처의 선배가 어느 실세 라인에 자리잡고 있느냐도 후배들의 승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과거 기재부 내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기재부 인사에 숨통이 트였다는 얘기가 돌았다. 현오석 전 부총리 시절 기약 없이 대기하던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단(고공단)들이 실제로 다른 부처 승진이나 영전성 보직이동을 통해 희망업무에 투입될 수 있었다. 선배들이 각 중요 보직을 맡게되면 후배들의 운신의 폭도 키워주는 셈이다.

간혹 부처 내에서 기존 인사 관행을 뒤엎고 이례적인 파격인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행시 기수가 낮은 후배가 선배를 앞지르고 실장으로 승진하는 경우들이다. 이 같은 주인공들이 나올 때마다 관가 안팎에선 ‘깜짝인사’의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는 기류가 크다. 인사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는 확증은 없지만. 파격인사 또는 인사가 미뤄지고, 발탁과 탈락 이유가 석연치 않게 되면 온갖 루머가 횡행하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 기획재정부 고위관료들이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직간접으로 인사청탁을 한 문자가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실세’는 ‘권한’에 버금가는 ‘책임’이 있게 마련으로, 그만큼 막대한 업무에 시달린다”면서도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어떤 조직이든지 인사를 통해 그만큼 보상을 받는 것이 목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장 이상 고위공무원은 동기나 선후배끼리 경쟁이 심하다 보니 인사청탁이 이뤄지는 경우들도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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