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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서 기자
등록 :
2018-10-18 18:13

최종구 “韓조선업, 회복 시그널…금융권이 ‘방향타’ 역할 해야”

최종구, 간담회 열고 ‘조선업’ 집중 점검
“정책금융 재정립해 경쟁력 회복 도와야”
조선업계, 수주 늘었지만 일감부족 여전
“LNG선 호황에 따른 ‘착시현상’” 우려도

그래픽=강기영 기자

“조선업 생태계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과 구조조정의 방향을 재정립하겠다. 금융이 ‘거저먹는 자(Taker)’가 아니라 ‘만드는 자(Maker)’인 기업을 지원하는 주체로서 ‘실물경제의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조선사 업황 점검 간담회’에 참석해 현장에 모인 업계 전문가와 정책금융기관 담당자 앞에서 이 같이 밝혔다. 바로 전날 ”비 오는데 우산 뺐지 말라”며 자동차 부품업계를 지원사격한 최 위원장의 행보가 이번에는 조선산업으로 이어졌다.

특히 금융을 향해 ‘거저먹는 자’가 되지 말라는 최종구 위원장의 말은 미국 경제 저널리스트 라나 포루하의 저서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 속 문구를 인용한 것이다. 이 책에서 라나 포루하는 다수의 금융기관과 금융 중심적 사고에 사로잡힌 CEO·정치인이 고장 난 시장 시스템을 이용해 자기 배만 불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최 위원장의 발언은 전세계적인 수주량 증가로 조선업이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금융권도 잇속 챙기기에 급급해 조선업계를 외면하지 말고 여신의 만기연장, 신규대출 등 지원에 힘써달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읽힌다.

◇조선업계 여전한 ‘수주절벽’의 그림자=올 들어 수주량이 회복되고 있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여전히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수주절벽의 여파로 ‘일감 부족’이 지속되는 탓이다.

‘조선 빅3’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올 3분기 실적부터 적자로 돌아서거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등의 악재가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 3분기 영업손실 524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할 것으로 관측했으며 삼성중공업 역시 659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은 1369억원의 영업이익 달성이 예상되나 이마저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줄어든 수치다.

이는 말 그대로 현장의 ‘일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수주량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조선업 특성상 신규 수주가 매출로 이어지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작년과 재작년 일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업계에 있어 지금은 그야말로 ‘보릿고개’인 셈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진단에서도 이 같은 양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9월 기준 국내 조선업계의 누적 건조량이 59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집계돼 전년 대비 2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세대로라면 올해 총 건조량은 800만CGT에 미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이 수치는 수주 증가분이 반영되는 내년부터나 2019년 약 850만CGT, 2020년 이후엔 연간 1000CGT 등으로 차츰 회복될 전망이다.

◇연간 수주량 1위 탈환 가능성에 ‘희망’=비록 국내 조선업계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들여다보면 성과가 없진 않다. 전세계 발주량이 2114만CGT(9월 기준)로 작년보다 12.9% 증가한 가운데 적극적인 영업을 바탕으로 연간 수주량 ‘세계 1위’ 탈환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실적은 1100만CGT, 금액으로는 25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수주량이나 금액 모두 전년 대비 약 50%씩 상승한 수치다. 내년엔 LNG선 수주감소 등으로 수주량(1060만CGT)이 소폭 줄어들 수 있겠지만 해양플랜트 기대감에 따라 수주액은 264억달러로 4%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수출입은행 측은 내다봤다.

동시에 국내 조선업계의 점유율도 45%로 전년 대비 15.2%p 상승했다. 중국(30.8%)과 일본(11.5%)을 각각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 한국이 연간 수주량에서 중국을 누르고 7년 만에 세계 1위를 되찾을 것이란 기대감의 근거다.

◇“안심 일러…기술 혁신 고삐 당겨야”=다만 국내 조선업계가 완전한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단정하긴 이르다는 게 산업계와 금융권 전반의 시선이다. LNG선의 다량 수주와 현대상선 특수 등에서 비롯된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이유다.

실제 국내 조선업계는 올 들어 세계 시장보다 월등히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으나 수주 선박 중 LNG선 비중이 35%에 달할 정도로 기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추세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이진 않아 수주량이 다시 급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수주량이 당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지 않는 수준에서 움직였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 6월 작성한 보고서에서 “규제 강화에 대한 세계 선주의 대응책이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발주수요를 제한하고 있다”며 “하반기 신조선 발주도 제한적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조선업계가 지금에 안주하지 말고 기술개발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경고한다. 선박 탄소배출 규제와 평형수 규제 등이 이미 키워드로 자리 잡은 현 시점에 가격경쟁에 연연한다면 기회를 놓칠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중국·싱가폴 등 경쟁국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산업의 높은 품질과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주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면서 “조선산업 전체적으로도 자구노력을 추진하여 적정 수준의 효율화된 생태계를 구축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최근의 수주 호황이 LNG선 등 특수에 따른 일시적 상황인지 장기 발주량 증가로 인한 것인지에 따라 조선사별 경영전략을 돌아봐야 한다”면서 “ICT·스마트 선박 등 혁신역량에 대한 우리 조선산업의 준비상황도 점검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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