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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18-08-31 13:01

[NW리포트]여전히 가계대출에 목매는 은행권…금리장사 오명 못 벗어

중소기업 돈맥경화 심화에도 은행권은 수수방관
신한·국민·하나, 가계대출이 기업대출보다 많아
당국 지적에도 수익성 운운하며 기업대출 꺼려
기업과의 상생 위해 기형적 영업행태 혁신해야

인천 남동공단에서 한 중소 제조업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인 A씨는 요즘 들어서 매일이 괴롭다. 실물 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금 상황이 경색되는 이른바 ‘돈맥경화’마저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에 숨통을 트게 하려면 회사 안팎으로 돈이 돌아야 한다. 그러려면 은행에서 대출을 쉽게 받아서 돈을 돌려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은행에서 돈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은행이 추구하는 대출의 포트폴리오가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A씨와 같은 사례는 제조업 공장이 많은 남동공단이 아니더라도 최근 우리 주변에 있는 중소 제조업 회사가 몰린 곳이라면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정도로 요즘 중소기업인들이 돈 구하기는 하늘에 뜬 별을 따오는 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제조업계 일각에서는 머지않은 미래에 국내 중소기업 중 1만개 정도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돌고 있다. 제조업계에서는 은행이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을 더 늘려야 한다고 외치지만 은행들은 난감한 표정만 짓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뉴스웨이>가 국내 4대 시중은행(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의 최근 3년간 대출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3곳의 은행 모두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업대출에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가계대출의 비중이 가장 높은 은행은 국민은행으로 전체 여신 공급액의 54.8%가 가계대출이었다. 이어 KEB하나은행 52.4%, 신한은행 50.5%, 우리은행 48.4% 등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은 우리은행이 51.6%로 4개 은행 중 유일하게 전체 여신 공급액의 절반 이상을 넘었고 신한은행 49.5%, 하나은행 47.6%, 국민은행 45.2%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의 비중이 가계대출보다 적다는 통계는 또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발표했던 ‘은행의 생산적 자금공급 현황’을 보면 국내 14개 은행의 전체 여신에서 기업대출의 비중은 2010년 말 기준 48.8%에서 지난해 말 기준 46.7%로 2.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온다.

물론 이 통계를 해석하려면 각 은행의 특성을 먼저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은행은 전신 중 한 곳인 주택은행과 함께 원래 서민 대상의 가계대출을 주력으로 삼던 은행이었다. 반대로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시절부터 기업 거래 비중이 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문제가 되는 것은 모든 은행의 여신 포트폴리오에서 가계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4대 은행의 전체 여신 포트폴리오 변화 추이를 보면 2016년 상반기 평균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가계대출의 비중은 50.2%였다. 그러나 올 상반기 4대 은행의 전체 여신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51.5%로 2년 사이 1.3%포인트 늘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6년 상반기 기준 48.8%였던 가계대출 비중이 올해 상반기 52.4%로 2년 사이 3.6%포인트 늘었고 우리은행도 2016년 상반기에 46.5%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48.4%로 1.9%포인트 증가했다.

2016년 상반기보다 2018년 상반기의 가계대출 비중이 줄어든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했다.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2년 전 55.4%였으나 올해 상반기는 54.8%로 0.6%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여신 비중에서 가계대출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은 그동안 여러 번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999년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주요 은행의 전체 여신 중 기업대출 비중은 신한은행 74.2%, 하나은행 72.8%, 한빛은행(현 우리은행) 68.6% 등으로 모든 은행이 전체 여신의 70% 정도를 기업대출로 채웠다.

그러나 7:3이던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비중 차이는 20년이 지난 현재 4:6 내지는 4.5:5.5 수준으로 가계대출이 앞서고 있다. 20년 전에는 서민 금융 전담 금융기관이던 국민은행만 가계대출에 집중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은행이 가계대출에 목을 매는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7월 취임 후 일성으로 했던 이야기도 “모든 은행들이 국민은행처럼 영업을 해서야 되겠느냐”며 “은행을 전당포처럼 운영하는 것도 금융 적폐”라고 꼬집은 바 있다.

하지만 은행들도 나름의 할 말이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당국의 정책대로 기업에 생산적으로 대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은행의 수익 창출 환경이나 자산건전성을 감안한다면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가계대출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은행 측 주장이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기업대출에서 연체가 발생할 경우 이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면서 “은행 내부 성과평가지표 중 최우선 데이터가 수익성이다 보니 수익성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꺼려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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