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29일 금요일

  • 서울 11℃

  • 인천 11℃

  • 백령 7℃

  • 춘천 12℃

  • 강릉 13℃

  • 청주 12℃

  • 수원 10℃

  • 안동 16℃

  • 울릉도 13℃

  • 독도 13℃

  • 대전 12℃

  • 전주 13℃

  • 광주 13℃

  • 목포 13℃

  • 여수 15℃

  • 대구 18℃

  • 울산 19℃

  • 창원 17℃

  • 부산 16℃

  • 제주 13℃

나라경제 걱정에 산소호흡기 달고 대통령 독대

[SK 최종현 회장 20주기②]나라경제 걱정에 산소호흡기 달고 대통령 독대

등록 2018.08.20 09:01

강길홍

  기자

전경련 회장 역임하며 재계 리더 역할 수행할 말 다하면서 정치권과 갈등 벌이기도고등교육재단·장학퀴즈로 인재육성 앞장‘화장’ 유언으로 장례 문화 변화 이끌어

폐암수술을 받은 故 최종현 회장(가운데)이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제공폐암수술을 받은 故 최종현 회장(가운데)이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제공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뛰어난 기업가이자 늘 나라경제를 먼저 생각한 재계의 리더였다. 또한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인재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폐암수술을 받은 최종현 회장이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 호흡기를 달고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일화는 유명하다. 최종현 회장은 같은 해 10월, 11월에는 청와대를 찾아가 김영삼 대통령과 독대하고 경제위기에 따른 비상조치를 건의하기도 했다. 이때도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었다.

최종현 회장은 사돈관계이던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됐지만 대통령의 사돈이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를 고사했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때가 됐다는 생각에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했다.

전경련 회장을 맡게 된 최종현 회장은 정부에 직언을 서슴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김영삼 대통령과 임기 내내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다. 정권에 밉보이면서 가혹한 보복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SK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후로도 최종현 회장은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꼭 해야 할 말은 반드시 하고 말았다.

최종현 회장이 인재 육성을 그토록 강조했던 것도 자원빈국인 대한민국이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가 중요하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SK의 성장조차 불투명했던 1970년대부터 인재양성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이유다.

최종현 회장은 우선 1972년에 조림사업으로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해개발(현 SK임업)을 설립했다. 1974년에는 사재를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도 안되던 시절 ‘일등국가가 되기 위해선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최종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재단이다. 재단은 당시 서울 집 한 채 값보다 비싼 해외 유학비용은 물론 생활비까지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최종현 회장은 단순히 재정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았다. 일요일이면 학생들을 집으로 불러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각종 주제에 대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도 방송되고 있는 ‘장학퀴즈’ 후원 역시 인재 육성을 위한 노력이었다. 1972년 시작된 MBC 장학퀴즈는 시청률 저조로 1년만에 종영의 위기를 맞게 된다. 이 소식을 듣게 된 최종현 회장은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조건 없이 지원해도 괜찮다”며 단독 지원을 결정했다. 이후 매년 두차례씩 장학퀴즈 기 장원과 월 장원 학생들을 초청해 식사를 함께 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한편 최종현 회장의 나라사랑은 우리나라 장례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최종현 회장은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화장(火葬)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묘지 난립으로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 못하는 것을 평소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다.

최종현 회장의 시대를 앞선 유언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종현 회장 사후 한달만에 ‘한국 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가 결성돼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이 전개될 정도로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최종현 회장 장례가 유언대로 화장으로 치러지자 1998년 20%에 불과했던 화장률은 이듬해 30%를 넘는 등 매년 급증했고, 현재는 82%에 달할 만큼 대중화됐다. SK그룹은 최종현 회장의 유언에 따라 2010년 1월 500억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장례시설을 준공해 세종시에 기부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