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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등록 :
2018-08-14 09:47

[기자수첩]한국소비자원 ‘소비자는 없고 기업만 있다’

고가의 전자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며칠을 고민하게 된다. 전자제품의 특성상 최신 제품이라도 불과 몇 달만 지나면 구식제품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찾기 위해서다.

전자를 담당하는 기자로서 신제품 발표회 등을 통해 최신 제품의 성능을 접할 수 있지만 해당 제품의 내구성까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결국 주변에 해당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거나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실제 사용자들이 올린 사용기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해당 제품의 불만사례나 AS 접수건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면 보다 정확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겠지만 제조사들이 이같은 정보를 공개할리 만무하다. 공개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안으로 한국소비자원을 떠올렸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소비생활의 향상을 도모하며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기관이다. ‘소비자 불만처리 및 피해구제’가 주요 기능이기도하다.

한국소비자원을 통해서라면 내가 사려는 제품의 불만사례나 불만접수 빈도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홈페이지에는 마땅한 정보가 없어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해봤다.

스마트폰 제조사별 불만접수 건수와 불만유형 등에 대해 문의했지만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에 해당돼 정보공개가 불가하다”는 답변이 왔다. 이의 신청을 해봤지만 같은 답변이다.

LG전자 OLED TV에 대한 불만접수 건수와 사례에 대한 정보공개도 신청해봤지만 역시나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해당 답변이 나오기까지 걸린 기간도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 정보공개를 청구한 뒤 ‘공개 불가’ 답변을 듣기까지 2주가 걸렸고, 이의신청에 대한 기각 결정이 나오기까지 다시 20여일이 걸렸다. 애초에 공개불가 방침을 세워두고 ‘시간끌기’를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자원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도 아닌데 소비자에게 유용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더구나 소비자원은 종종 기업명을 명시한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최근 배포한 ‘시트형 안마기’와 ‘호텔 예약 사이트’와 관련한 보도자료에도 기업의 이름이 그대로 명시돼 있다.

소비자원이 직접 배포하는 자료에는 기업명을 명시하고 불만접수건까지 그대로 공개하면서 소비자가 공개를 요청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기업의 영업기밀’이라며 감싸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강길홍 기자 sl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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