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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기자
등록 :
2018-08-09 15:33

수정 :
2018-08-09 15:59

[창업자로부터 온 편지]양재봉 - 현재를 읽으면, 미래가 열린다

편집자주
‘창업자로부터 온 편지’는 한국 경제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대기업 창업자들부터 미래를 짊어진 스타트업 CEO까지를 고루 조망합니다. 이들의 삶과 철학이 현직 기업인은 물론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의도 증권가의 상징과도 같았던 ‘황소상’을 기억하시나요? 한국 증권업계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황소상을 세운 주인공은 대신증권의 창업자 송촌(松村) 양재봉 명예회장입니다.

양 회장은 1943년 한국은행의 전신인 조선은행에서 금융계에 첫발을 딛었습니다. 해방 후에는 은행을 나와 미곡상, 양조장 등 사업을 시작했지만 자금난을 겪으며 실패하고 말았지요.

1960년 양 회장은 한일은행에 입사, 금융업의 길로 돌아옵니다. 1973년에는 미원그룹 임대홍 회장, 해태제과 박병규 사장 등과 함께 대한투자금융을 설립하게 됩니다.

이때 양 회장은 정부의 자본시장 육성 방침을 파악, 증권회사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1975년에는 중보증권을 인수해 대신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정부의 증권사 대형화 계획에 맞춰 자본금을 늘린 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게 됩니다.

1976년 업계에서 최초로 증권 전산화를 시작한 양 회장, 1979년에는 전광판 형태의 시세판을 도입했는데요. 이로 인해 뉴스나 경제 프로그램 속 증권가 풍경에 전광시세판이 등장하게 된 것이지요.

2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1.9%에서 9%로 끌어올리며 승승장구하던 양 회장에게도 위기는 찾아옵니다. 1977년 ‘박황 사건’이라 불리는 한 영업부장의 거액 횡령사건이 발생, 결국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

양 회장이 빠진 대신증권은 점차 기울어 갔습니다. 결국 대신증권은 자본잠식 상태로 전락하는데요. 4년이 지난 1981년 주주들은 다시 양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양 회장은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돌아온 양 회장은 대한투자금융 주식을 팔고, 미원그룹 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대신증권 주식을 인수, 껍데기만 남았던 대신증권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대신증권을 다시 정상화시키는 데 집중합니다.

기업 자금조달의 중요성을 인식, 금리가 30% 대로 치솟은 당시 회사채를 매매하면서 큰 차익을 남긴 것. 이로써 대신증권은 다시 건실한 증권사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됩니다.

이밖에도 양 회장은 업계 최초의 ‘전국 지점 온라인’ 실시를 비롯해 1997년 ‘홈트레이딩 주문 시스템’ 오픈, 1998년 대형 증권회사 중 최초 ‘인터넷 웹 트레이딩’ 시작 등 업계의 변화와 발전을 선도해왔는데요.

흐름을 읽고 미래를 대비하는 데 탁월했던 양 회장의 안목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것은 IMF 때였습니다. IMF 사태가 터지기 전인 1995년 단기차입금을 모두 상환, 무차입 경영을 시작한 것이지요.

대신증권은 양 회장의 무차입 경영에 힘입어 IMF 사태라는 초유의 경제 폭풍에도 굳건히 버텼고, 5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주인이 바뀌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증권회사를 넘어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한 대신증권. 그 성장의 원동력은현실의 흐름을 읽고, 미래를 대비한 양재봉 명예회장의 안목과 결단력에서 나온 게 아닐까요?

이석희 기자 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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