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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서 기자
등록 :
2018-08-08 16:00

수정 :
2018-08-08 17:36

[NW리포트/車보험료 인상 논란ⓛ]최저임금 인상→정비수가 인상→보험료 인상, ‘인과관계 설명 안돼’

정비수가는 ‘숙련된 정비기사’ 기준으로 결정
최저임금 인상과 수가 인상은 상관관계 없어
실제 정비요금은 보험사-정비업체 개별 계약
수가 인상이 보험료 인상 요인 될 수 있지만
온라인 보험 확대 등 인하 요인도 적지 않아
보험업계 일방 주장보다 정확한 통계 내놔야

주요 손해보험사가 자동차 보험료 인상 채비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나이와 차종, 가족 구성원에 따라 많게는 200만원을 웃도는 보험료를, 그 것도 갱신 때마다 한 번에 납부해야 하는 만큼 갑작스럽게 늘어날 부담에 우려가 크다. 집집마다 자동차 보험 하나씩은 들어놓은 터라 비단 어느 한 가정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가장 큰 단초를 제공한 것은 국토교통부의 ‘정비요금’ 인상이었다. 보험업계는 자동차 정비비용이 늘어난 것을 감안해 보험료를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정부로 화살을 돌리는 듯한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최저임금’ 정책과 맞물려 정비요금이 올랐으니 결과적으로 보험료 인상은 정부가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손보사의 이러한 움직임을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든다. ‘최저임금’이라는 단어만 뺀다면 말이다. 2010년 정비요금이 약 16% 올랐을 때도 이들 손보사는 똑같은 이유를 댔고 결국 보험료를 3% 가량 높이는 데 성공했다. 다른 구석이 있다면 금융당국이 이번에는 쉽게 수용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개입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인터넷 보험시장 활성화 등 환경 변화를 고려해 보험료 인상의 타당성을 면밀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픽=박현정 기자

◇보험료 인상이 최저임금 탓?=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손보사는 올 하반기 자동자 보험료를 인상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조만간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료 요율 검증을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현재로서는 오는 10월경 보험료를 3~4%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손보사들이 꼽은 보험료 인상 압박 요인은 다양하지만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최저임금’이다. 그 중 최대 압박 요인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동차 정비요금 상승’으로 지목된다. 국토부는 지난 6월 ‘적정 정비요금(시간당 공임)’을 2만5383~3만4385원(평균 2만8981원)으로 책정한 용역 결과를 내놨다. 2010년 대비 연평균 2.9% 인상한 수치다. 이를 적용하면 정비비용은 약 20%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연간 보험료 지급액이 3142억원 늘면서 2.9%의 보험료 인상요인이 발생한다고 보험개발원은 추산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보험금 산정기준 중 하나인 일용임금이 5.6% 상승해 사고 때 지급되는 소득보상금 등도 늘어나는 만큼 보험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있다. 결국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절반만 들어맞는 얘기다. 정부 측도 일용임금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수긍할 수 있지만 전적으로 최저임금 탓이란 푸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적정 정비요금’ 산출 과정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이처럼 주장하는 배경을 알 수 있다. 정비요금은 표준작업시간에 시간당 공임을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국토부는 앞서 공표한 표준작업시간과 참고작업시간을 뼈대로 정비환경과 기술의 변화, 보험·정비업계의 의견 등을 두루 수렴해 결과치를 도출했다.

단,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할 부분은 어느 정도 기술을 갖춘 ‘숙련된 정비사’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기준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으면 정비시간·요금에 영향을 미치면서 보험·정비업계 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는 ‘최저임금’과 정비요금 인상이 무관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업계 표준의 역량을 보유한 정비사가 최저임금을 받고 근무할 가능성은 무척 희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정 정비요금은 분쟁 시 활용되는 하나의 참고지표에 불과하다고 국토부 측은 설명했다. 자동차 정비소의 규모·인건비·시설·역량 등에 따라 보험사와 계약하는 조건이 제각각이라 정비요금 만을 근거로 보험금을 올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비요금이 2.9% 올랐다고 증가분이 고스란히 보험료에 반영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비슷한 경향성은 띠겠지만 정비업체의 상황에 따라 달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요금을 산정할 때 인건비가 고려되는 것은 사실이나 최저임금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업무 보조라면 모를까 안전이 최우선인 자동자 정비를 (최저임금을 받는)초심자에게 맡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달치 사고 접수 늘었다고 인상?=손보사가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꼽은 다른 하나는 계절적 요인으로 급증한 ‘사고 건수’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자동차 사용이 늘어 사고가 증가했고 이를 바탕으로 상당한 보험금을 지급했으니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1일부터 26일까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 6개 대형 손보사에 접수된 사고 건수는 약 68만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8.8%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1분기말 기준 82.6%였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 비율)이 7월말에는 9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수치가 보험료 인상 주장을 충분히 뒷받침하지는 못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공통된 견해다. 단순히 7월 한 달 동안의 통계만 가지고 경향성을 따져보기엔 부족함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설령 한파와 폭설로 손해율이 상승했다는 지난 겨울의 통계치까지 반영하는 한이 있더라도 보다 장기적인 데이터로 따져봐야 한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현재 각 손보사의 7월 사고 접수 건수는 금융감독원이 따로 집계 중이다. 보험개발원으로부터 마감된 자료를 전달받는대로 손보사가 주장한 내용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 측은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들어 내용은 알고 있으나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이르다”면서 “일단 외부에 공개된 수치가 정확한지부터 살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하 여력’ 있다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손보사의 자동차 보험료 인상 움직임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쓴소리’를 던졌다. 온라인 전용보험 확산에 따른 사업비 절감 등 인하요인도 있어 실제 보험료 인상 여부와 수준을 지켜보겠다는 일종의 경고다.

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채소값 등 각종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공공재’ 성격을 띤 자동차 보험료마저 오른다면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놓고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시선도 존재하나 최 위원장이 이렇게 말한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각 손보사가 온라인채널을 통해 자동차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만큼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온라인 판매 특성상 인건비와 판매수수료 등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다.

지난 2016년 ‘보험다모아’ 사이트 오픈 1주년을 기념해 보험개발원이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온라인채널(CM)을 통해 자동차 보험을 판매하면 보험료가 대면 판매 대비 15~17%, 텔레마케팅(TM) 대비 3~4% 내려간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에는 자동차 보험료 비교견적 사이트가 활성화되면서 접근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사업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0.5%p 내려간 18.9%로 개선된 게 이를 방증한다.

비록 보험료 인하 효과와 관련해서는 2년 전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지만 여전히 가격 인하 유인은 존재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진단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약관 개정과 손해율 상승 등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할 만한 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각 보험사가 광고 등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할애하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지는 않았는지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귀띔했다.

향후 최 위원장은 시장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과 반영 시기, 방식 등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듣고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종구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말 그대로 보험업계가 주장하는 인상 요인이 타당한지를 검증해보자는 취지”라면서 “자동차 보험은 어디까지나 민간 기업이 관리하는 분야인 만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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