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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영 기자
등록 :
2018-07-27 18:01

수정 :
2018-07-28 00:45

교보생명 ‘오너 겸 CEO’의 고민…즉시연금 대응책 논의

교보생명, 27일 이사회서 대응책 논의
일괄지급 거부 삼성생명과 유사 사례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우회압박 가능
금감원, 윤 원장 휴가 후 입장 정리

생명보험사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액 및 자살보험금 미지급 관련 교보생명 제재 내용. 그래픽=박현정 기자

국내 보험사 유일의 오너 겸 최고경영자(CEO)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즉시연금 미지급액 일괄 지급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업계 1위사 삼성생명이 금융당국의 일괄 지급 권고를 거부하고 소송전을 예고하면서 법리 공방 끝에 대표이사 해임 권고 위기까지 몰렸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다음 달 24일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과 함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만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신창재 회장 등 사내·사외이사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번 이사회는 회사의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정례 이사회로, 만기환급(상속만기)형 즉시연금 미지급액 지급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날 이사회를 연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일괄 지급 요구를 수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향후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과소 지급 고객들에게 상품 가입설계서상의 최저보증이율 적용 시 예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미지급액을 일부 지급키로 했다. 약속한 최저 이율을 적용했을 때보다 적게 지급한 연금만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법원에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모든 가입자에게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지 않고 계산한 미지급액을 전액 일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한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삼성생명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 A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을 지급토록 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의 결정에 따라 모든 가입자에게 미지급액을 일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교보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액은 700억원(1만5000건)으로 추산된다. 삼성생명 4300억원(5만5000건), 한화생명 850억원(2만5000건)에 비해 적은 금액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다른 대형사와 달리 분조위에 관련 즉시연금 과소 지급 관련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되지 않아 금감원과 직접적인 갈등을 겪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금감원은 삼성생명의 분조위 결정 수용 다음 달인 지난 3월 모든 생보사에 관련 사안을 분조위의 결정과 동일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통보한 상태다.

금감원은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일괄구제제도를 통해 소비자를 구제토록 하고, 분조위 결정 취지에 위배되는 부당한 보험금 미지급 사례에 엄정 대응키로 했다.

교보생명은 삼성생명과 마찬가지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 약관에 연금 지급 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다. 분조위는 삼성생명에 대한 분쟁조정 결정 당시 해당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유사한 사례의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액 일괄 지급을 거부하고 소송에 나서기로 한 만큼 교보생명도 향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즉시연금 미지급액을 지급하되 특정 기준을 정해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소송 결과에 따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경우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금감원의 일괄 지급 압박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분쟁조정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보험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예정된 정기 검사에서 검사 강도를 높이거나 다른 사안을 빌미로 제재를 가하는 우회 압박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달부터 시범 시행된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에 따라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위험관리실태 현장점검이 타깃이 될 수도 있다.

교보생명을 비롯한 3대 대형 생보사는 모두 각 복합금융그룹의 대표회사다. 금감원은 오는 10월 3개 회사를 상대로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감원에 반기를 드는 법리 공방은 시간벌이용일 뿐 무의미하다고 평가해왔다. 징계는 징계대로 받고 보험금은 보험금대로 지급했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때의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견해다.

국내 보험업계에서 유일하게 회사의 최대주주인 오너가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는 교보생명의 경우 대표이사 해임 권고와 같은 중징계에 가장 민감하다.

금감원은 지난 2016년 주계약 또는 특약을 통해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을 판매했으나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보사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토록 했다.

금감원은 당시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관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약관상의 실수일 뿐 자살은 재해가 아닌 만큼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섰다.

특히 대법원에서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인 2년이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금감원은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전액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3대 대형 생보사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 불가 입장을 고수하다 금감원의 고강도 제재 방침에 전액 지급키로 했다. 금감원은 영업정지,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 중징계 방침을 사전 통보하며 보험금 지급을 압박했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5월 최대 9억원에 달하는 과징금과 기관경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받았다. 삼성생명은 8억9400만원, 교보생명은 4억2800만원, 한화생명은 3억9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금감원은 윤 원장의 여름휴가가 끝나는 다음 달 1일 이후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액 일괄 지급 거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삼성생명에 대한 금감원의 조치는 교보생명, 한화생명에 대한 대응 방식과 직결되는 만큼 모든 회사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감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같은 달 24일 보험사 CEO 간담회의 분위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과 보험사 CEO들의 첫 공식 상견례인 이번 간담회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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