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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18-07-19 16:58

정책 수립보다 소비자 보호가 먼저? 원칙 어긴 최종구의 조직 논리

정책국 대신 소비자국에 파워 더 실어줘
IB 키우겠다더니 자본시장 부서 격 낮춰
법에 명시된 소관 업무 우선순위도 무시
금융권 “조직 바꾼다고 욕 덜 먹나” 비판

금융위,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금융위원회의 조직 개편 문제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따가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체적인 조직의 규모는 개편 전과 후의 차이가 크게 없지만 금융 시장 전반을 관리해야 할 금융위가 정부의 소비자 보호 코드에만 지나치게 맞추려 한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조직 전체를 통할해야 할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조직 구성 원칙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내부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 금융위 조직은 3국 1관 15과 체제였다. 국(局)의 숫자는 과거와 똑같은 3국 체제를 유지하지만 나름 큰 변화가 있었다. 금융정책국만 그대로 유지되고 금융서비스국은 금융산업국으로 이름을 바꿨다.

기존의 자본시장국은 사실상 해체돼 자본시장국 산하 3개과(자본시장과·자산운용과·공정시장과)가 새로 확대 신설된 금융소비자국 산하로 편입됐다.

과(科)의 숫자도 늘었다. 한시 조직인 금융혁신과와 금융데이터정책과가 금융산업국 산하에 신설되고 금융소비자국 산하에 가계금융과가 신설됐다. 이로써 금융위 전체 조직 규모는 3국 1관 18과 체제가 되면서 이전보다 조직 규모가 소폭 확대됐다.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위가 조직 설립과 운영의 원칙을 잊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정책,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의 건전성 감독 및 금융 감독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조직을 설립한다고 나와 있다. 또 금융위의 최우선 소관 업무는 금융 정책과 제도에 대한 관리·운영이다.

그러나 이번 금융위의 조직 개편을 보면 이같은 입법 원칙이 훼손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정도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금융위에서 소위 ‘끗발’이 가장 세다는 부서는 금융정책국이었다. 금융 정책 수립·추진이 금융위의 주업인 만큼 정책 부서의 파워가 가장 강했다. 그러나 개편된 조직도에서 금융정책국은 확대 개편된 금융소비자국에 밀려 직제 서열상 두 번째 부서가 됐다.

금융위는 금융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을 금융소비자국으로 확대 개편했다고 설명하지만 금융위의 당초 설립 취지를 생각한다면 초심을 잃었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

금융위 설치 법률에 명시된 소관 업무에 따르면 소비자 보호와 배상에 대한 업무는 정책·제도 운영, 금융기관 인허가와 감독보다 뒤에 명시된 후순위 업무다.

특히나 금융 소비자 보호 업무는 금융감독원의 산하 부서인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맡고 있음에도 금융위에 비슷한 성격의 조직을 굳이 확대해서 신설한 것은 행정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국의 산하 부서로 격이 낮아진 자본시장국의 존재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자본시장 관련 정책 담당자의 격이 달라졌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조직 역시 소비자 관련 부서의 산하 조직으로 편입돼 과거에 비해 자본시장 관련 정책의 힘이 덜해졌다고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통해 금융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랬던 당국이 돌연 자본시장 관련 조직을 축소한 것은 초대형 IB 관련 정책을 뒷전으로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금융위가 당초의 설립·운영 취지와 무색하게 소비자 보호 업무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 시장 전체의 안정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자신의 입지 구축을 위해 ‘코드 맞추기’에만 몰입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특히 조직 개편 후 금융회사의 반발도 만만찮다.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에 나서는 것도 당국이 해야 할 일이지만 무조건적으로 소비자 편에만 서서 일을 하려 한다면 이는 곧 금융회사를 더 옥죄겠다는 뜻이 아니겠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그동안 시장으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던 것은 기존 조직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못 내고 정책 헛발질만 한 결과”라며 “정부 정책 기조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조직을 개편했다가 시장이 혼란을 맞으면 그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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