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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건설현장 외면···인력난 조짐

주 52시간 근무제 건설현장 외면···인력난 조짐

등록 2018.07.20 08:27

손희연

  기자

수입 줄어··· 근무제 현장엔 인력난 심해워라밸? 현장 이해 없는 탁상행정 불과 날씨 영향, 매일 상황 달라···혼란 가중

서울 B지역에서 시공되고 있는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손희연 기자. (기사내용과 무관)서울 B지역에서 시공되고 있는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손희연 기자. (기사내용과 무관)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연장 근무도 할 수 없게 되니 수입이 줄어 돈벌이가 힘들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국내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근로자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린 내용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건설업계에서는 잇따른 우려가 일고 있으며 시름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건설현장의 속사정은 어떨까.

18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자들은 “우려를 예상했고, 결국 우려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장을 잘 모르는 탁상행정에 그치는 주먹구구식 제도라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에 대한 처벌을 6개월간 유예했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초비상이다.

제도 시행 전에 수주한 기존 공사 현장의 노동시간이 줄어 공기를 맞춰야 하는 문제와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지연 비용도 부과된다. 노동시간 연장으로 인한 노무비, 생산비용 증가로 인한 비용 증폭 등 건설사들이 잇따라 가중되는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월 일요일 휴무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제도 시행 전에 발주된 공공 공사만 공기를 연장하고 간접비를 증액하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특히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더 이상 일을 못 해 수입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급여에 대한 우려가 깊다. 보통 최저임금 수준으로 일한 시간만큼 수당을 계산해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이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고 시행하는 현장을 기피하는 근로자까지 생기고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 내에서의 후문이다.

이 가운데 근무제 도입은 했지만 아직까지 정확하고 세밀한 기준이 없어 현장 근로자 간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원도급업체, 하도업체, 건설현장 관리자, 근로자와 근로자들 사이에서 마저 입장차이도 크고, 각기 다른 현장 환경과 분위기 등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현장 근로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

대형 건설사들 대부분이 주 52시간제에 탄력근무제 적용이라는 큰 틀을 구상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300인 이상이 되는 건설사는 100여 개에 달한다. 탄력근무제 시행을 도입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에 비해 중소형 건설사들은 대책 마련 및 시행이 현실적으로 아직 막막하다. 출근 시간을 늦추는 등 제도 시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6개월이라는 유예기간 동안 돌파구 마련에 나서야 한다.

현재 건설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61시간, 해외 근로자의 경우 67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 환경은 물론 외부 변수 등으로 작업이 지연됐을 경우 주말 근무 등을 통해 부족한 작업을 보강해야 하지만, 52시간 근무를 적용할 경우 공사를 제때 마무리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속출할 수 있다.

올해 7월 장마철의 장맛비와 폭염 등 날씨의 영향이 상당히 받고 있다는 것이 건설 현장 근로자들의 전언이다. 국내 A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C근로자는 점심시간에 간식만 먹고, 하루종일 일을 해야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날씨의 영향으로 장맛비가 많이 내리는 날을 대비해,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날씨에 근로시간에 맞춰 일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건설사 측은 공기 안에 공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호소했다. 최대한 근로자의 근무 시간 준수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건설 업계의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력을 보강해야 하는데, 늘어날 인건비보다 무서운 것은 지연 배상금”이라면서 “공사를 제때 마치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천차만별로 다른 현장직 특성상 근로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 내에서는 도입 전부터 대책 마련과 근무제 시행 방법을 구상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B건설 현장의 A근로자의 경우, 다른 근로자가 아파서 현장 출근을 못 할 경우, 그 빈자리를 대신했을 때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간에 포함을 시킨다면 탄력적 근무제라고 해도, 상황이 복잡해진다고 전했다.

건설사 중 한 곳의 협력업체인 B건설사는 “현장이란 게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한정돼 있고, 오랜 기간 같이 일한 근로자들끼리 함께 작업하는데, 작업 중간중간마다 서로 다른 팀끼리 일을 하게 되면, 효율성이 떨어져 공사 지연시 발생하는 비용 발생이 상당하다”며 "무엇보다도 공정별로 현장 기술자들이 있는데 현장마다 상황이 진짜 천차만별이다, 토목공사 같은 경우에는 공기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또한 건설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현장 인력 충원에 힘쓰고 있지만, 일할 사람 자체가 부족한 인력난을 호소한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건설 현장의 숙련 인력 수요는 총 139만859만명이다. 하지만 시장의 내국인 인력 공급은 120만9534명에 그친다. 이밖의 인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리를 채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근로제 도입으로 인해 결국 건설업자들과 근로자들만 힘들어지고 있는 꼴이다”며 “무엇보다도 인력난이 심한 현장직에서는 인력 고용이 점차 힘들어 질것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제도가 좋은 취지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건설 현장에 맞는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하는 등, 현장직 특성에 맞는 세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근로자 1인당 임금은 현재보다 9~15%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건설사가 단축된 근로시간을 임금에 그대로 반영할 경우, 수도권 관리직 근로자 일당이 현재 하루 20만원 안팎에서 17만원 안팎으로 줄어든다는 것. 건설사는 인건비 부담이 9~12% 정도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웨이 손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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