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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희 기자
등록 :
2018-07-23 11:13

[新지배구조-영풍그룹①]장씨-최씨 한지붕 두가족 경영

해방 후 70여년 간 양대집안 공동 운영해
3세 경영승계 과정서 잡음 한차례도 없어
순환출자 해소 과정서 계열분리 단행 전망

영풍그룹 지배구조. 그래픽=박현정 기자

‘한 지붕 두 가족 경영 체제’. 영풍그룹은 재계에서 보기 쉽지 않은 소유 구조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1949년부터 현재까지 두 집안이 힘을 합쳐 몸집을 키웠다. 3세 승계 과정에서도 잡음이 전혀 없다. 때문에 공동경영이 3대 째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순환출자 문제가 얽혀있는 만큼 이참에 계열분리를 단행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영풍그룹은 해방직후인 1949년 황해도 출신의 동향인 고 장병희 창업주와 고 최기호 창업주가 동업으로 만든 무역회사인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두 창업주는 사업을 시작한지 반년만에 한국 전쟁으로 사업을 접게됐지만 1951년 부산에서 다시 손을 잡았다. 이들은 철광석 등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충주철산개발공사를 세운 후 사세가 확장되자 1953년 각 계열사 이름을 영풍으로 통합했다.

1970년엔 경북 봉화군에 국내 최초의 대단위 아연제련공장인 석포제련소를 준공해 비철금속 제련업에 진출했다.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하고 1978년 온산제련소를 준공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국내 아연시장 공급을 주도했다. 같은 해 초대 회장이던 최기호 창업주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2대 회장으로 장병희 창업주가 취임했다.

최 회장이 초대 회장을 맡게 된 것은 창업 초기 일본과의 무역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어에 능통했던 최기호 창업주는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며 광산과 제련 쪽 사업을 담당했다. 장병희 창업주의 경우 국내 경영을 책임져왔다.

사업구조는 2세에도 이어졌다. 고려아연 중심의 비철금속 사업은 최씨일가(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 등)가, 지배회사와 전자계열은 장씨일가(장형진 영풍그룹 명예회장, 장세준 전 코리아써키트 대표,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 등)가 담당했다. 두 집안은 지분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고 공동 경영 체재를 유지하고 있다. 장형진 회장이 영풍문고 지분을 매각하며 승계작업을 완료하는 과정에서도 최씨 일가에서의 반기는 없었다.

장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이후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계열사 씨케이 등을 활용해 2세에서 3세로 이어지는 승계작업을 실시했다.

지난해 말 장 회장은 씨케이 보유 지분을 무상감자 형식으로 처분해 장남 장세준과 차남 장세환, 딸 장혜선 씨에게 우회 승계했다. 장남과 차남에게는 각각 32.81%를 딸에겐 22.91%를 줬다. 이후 씨케이는 영풍그룹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한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며 3세 경영을 공고히 했다.

지난 3월에는 장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영풍문고 지분 18.5%(3만7000주)를 전량을 씨케이에 매각했다. 해당 거래로 씨케이의 영풍문고 지분율은 거래전 14.5%에서 33.0%로 상승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영풍문고는 영풍 지분 14.17%를 보유해 장씨 일가의 그룹 지배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지주사격인 영풍 지분은 장남과 차남에게 모두 넘겼다. 영풍 1대 주주는 장세준으로 16.89%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영풍개발로 14.17%, 3대 주주는 장세환으로 11.15%이다. 이에 재계에선 장 회장이 장차남에 대한 차별을 두기 보단 형제경영 구조를 염두해 두고 승계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분석했다.

장씨 일가가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는 동안 최씨 일가에서의 특별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최씨 일가가 장악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계열사 중 인터플레스 지분 6.01%을 보유하고 있어 비중이 낮아 보이지만 ‘서린상사→영풍→고려아연→서린상사’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이다.

서린상사가 보유중인 영풍의 지분은 10.36%이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이 49.97%, 장형진 16.12%, 장철진 1.12%로 지배중이다.

재계에선 “영풍그룹의 소유 구조는 두 집안이 공동경영하는 특별한 경우로 승계나 경영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게 독특하다”라며 “영풍그룹의 과제는 남아있는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는 것으로 고려아연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향후 그룹 지배 구조는 최씨 일가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희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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