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철 기자
등록 :
2018-06-20 16:00

한전·한수원·발전 공기업에 反원전 사외이사 대거 입성

환경시민단체 출신, 한전 이어 한수원에도 선임
남동발전·남부발전·한국에너지공단 등에도 포진
원전 기반 기업에 반대론자들 경영진 구성 논란

월성 1호기. 사진= 연합 제공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등에 업고 반원전론자들이 정부 요직은 물론 에너지 공공기관에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노금선, 최승국, 박철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이중 최 사외이사는 서울특별시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위원, 녹색연합 사무처장,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태양과 현재 바람에너지 협동조합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이같은 반원전론자인 최 사외이사의 한전 입성은 원전 수출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한전의 기조에 맞지 않는 모습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 취임식에서 “한전은 에너지 부문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프로젝트 이행 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원전수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이후 계속해 원전수출에 대해 강조해 왔다.

원전을 건설·운영하는 한수원 이사회에도 원전 반대론자가 입성했다. 한수원은 지난 10일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부 교수, 강래구 더불어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장, 김규호 경주대 관광레저학과 교수 등 3명을 새 사외이사(비상임이사)로 임명했다. 김해창 교수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 반대 측 토론자로 나섰다.

김 교수 등이 합류한 한수원 이사회는 15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와 부지 매입 단계였던 신규 원전 4기의 건설 백지화를 결정했다. 7000억원을 들여 보수를 한 월성 1호기는 2022년까지 운영될 예정이었다. 이를 두고 한수원 노조는 “한수원의 존재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인사”라며 “탈원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사로 선임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그 산하기관들에도 환경운동가들이 임명되고 있다. 원안위 강정민 위원장이 대표적이다. 강 위원장은 미국 환경단체에서 활동했고, 작년 신고리 공론화 때 건설 중단 측 패널이었다. 지난 2월 원안위 신임 위원에 임명된 김호철 변호사는 환경운동연합 부설 환경법률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한전 자회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2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남동발전은 지난 9일 이종은 지역문화공동체 경남정보사회연구소장을 임기 2년의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남동발전에서 시민단체 출신이 이사로 활동하는 첫 사례다. 동서발전은 지난달 22일 박경호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사와 이경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등 두 명을 신규 비상임이사로 뽑았다.

남부발전 역시 하재훈 인본사회연구소 운영위원을 새 사외이사로 선택했다. 주로 화석연료를 사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회사가 환경·시민단체 출신을 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시민단체와는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발전회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에너지공단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공단은 지난달 26일 5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새 이사는 신근정 서울시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간사, 정희정 세종대 기후변화센터 연구위원, 조승문 미디어플랫폼협동조합 시그널 이사장 등으로, 줄곧 탈원전을 주장해온 시민단체 출신들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등이 사외이사 선임에 관여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며 “내부적인 채용 프로세스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정부 관계자들이 사외이사를 뽑는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주현철 기자 JH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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