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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기자
등록 :
2018-06-0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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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최저임금 논란 점입가경…기름부은 KDI

KDI, 최저임금 ‘속도조절’ 보고서…“부정확·편의적” 비판
보고서 작성자 “15%씩 올려도 고용 타격 가능성 희박”
文 대통령, “긍정효과 90%” 발언 놓고 논란 가중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 때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최근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두고 해석이 제각각이다. 정부 기관 내에서도 시각 차이가 클 뿐더러, 같은 통계 자료를 두고도 입맛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두고 이렇게 큰 논란이 일고 있는 건 어떤 통계를 인용했는지 그리고 통계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저임금 인상이 올해 고용감소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지만, 향후에는 인상 속도 조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언론에 따르면 KDI는 이날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은 적지만,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오르면 최대 24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일자리 감소폭을 줄이기 위한 일자리안정자금 규모도 현재 3조원 수준에서 급속히 늘어나 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비용을 급속히 증가시킨다”며 “속도 조절을 고려해야한다”고 밝혔다. KDI의 이 같은 분석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최근 언급한 속도조절론과 맥락이 같다. 반면 속도조절론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이목희 일자리위 부위원장이나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입장이 다르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고 논란이 확산되자, 보고서를 작성한 KDI 최경수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의 고용 감소 효과는 이론상 최대치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최경수 선임연구위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향후 최저임금 인상률을 15% 수준으로 유지하면 고용 충격이 우려되지만, 정부가 이에 대비하면 고용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도입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등을 병행하면 ‘2020년 1만원 인상’ 공약을 이행하더라도 고용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거란 결론인 셈이다.

최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도, 일자리 안정자금도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이론적 문헌을 통해 (분석)했을 때 금년도 효과를 한 3~8만여명으로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일어난 것을 보면 3만명도 안된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여러 보완조치가 들어갔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 헤드라인에 금년도 8만명 고용 감소 한다고 뽑았더라. 고용정보원도 3월까지 통계를 보면 고용 변동이 없다고 했는데, 모든 통계가 그렇게 나온다”며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의 고용감소가 없었다는 언급도 있지 않나. 그것은 팩트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KDI의 분석을 정면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고용정책국장이 된 이상헌 박사가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탄탄한 분석 없이, 토론에 불기운만 보태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이번 KDI 분석은 그런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고용 탄력성이 국가마다 특징이 있어 외국 추정치로 최저임금 효과를 예상·공개하는 것은 드물다며 KDI가 미국과 헝가리의 최저임금 고용 탄력성 추정치를 가져다가 한국의 사례를 ‘짐작’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의 근거로 제시된 미국의 추정치 -0.015(고용 0.15% 감소)는 대부분 1970∼1980년대 자료이고 그 이후 추정치는 0에 가까워 전체적인 고용 감소 효과는 없는데도 오래된 데이터를 사용한 것은 부정적 효과를 전제하고 분석했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부정확하고 편의적인, 그것도 외국에서 수입된 추정치를 기초로 KDI가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외국 정책 사례도 부적절하게 사용돼 분석보다는 용기가 더 돋보인다”고 비판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을 옹호하면서 했던 발언들의 근거를 놓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 근로자 임금이 다 늘었고 특히 저임금 근로자 쪽 임금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무슨 통계를 근거로 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최저임금을 올렸는데도 양극화는 오히려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앞서 통계청은 5월 24일 올해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소득 1분위(하위 20%)의 소득이 작년보다 8% 감소했고, 이로 인해 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 격차가 예년에 비해 더욱 커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자 청와대는 “통계청에서 나온 자료를 더 깊이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계청 발표의 근거가 되는 원시자료, 즉 Raw 데이터를 가지고 관련 국책기관에게 면밀하게 분석하도록 지시했다”며 “조사대상 가구 가운데 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전체 가구 조사 결과와 다르게 전 분위에 걸쳐 평균 소득이 늘어났고 근로자외 가구에서는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가 심각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가구별 근로 소득이 아닌 개인별 근로 소득으로 분석하면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증가율이 높고 작년보다 높은 소득 중가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이것이) ‘90% 긍정적인 효과’의 근거가 되는 분석 결과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통계청 조사는 가장과 배우자, 가구원을 합친 가구 전체의 소득을 따진 것이고 청와대가 근거로 삼은 통계는 고용된 상태인 임금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본 것이다. 예를 들어 가족 3명이 최저임금 노동자라면 임금 인상으로 당연히 소득이 늘어나겠지만 만약 이 중 한 명이 실직했다면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족 중 자영업자나 실직자의 소득 감소는 반영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개인은 취업이 돼 있는 사람 기준이며, 가구로 할 때는 취업을 하고 있다가 실직된 사람들의 소득도 포함이 되는 것이다”며 “그 부분에서는 개인별 분석은 분석방법이 조금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가구 기준의 통계청 자료에서 개별 노동자의 소득을 분리해 재가공 하면서 논란을 부른 것이다”고 설명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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