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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화학·통신’ 3대 핵심 사업군 구축

[구본무 별세]‘전자·화학·통신’ 3대 핵심 사업군 구축

등록 2018.05.20 13:09

강길홍

  기자

회장에 취임 후 3대 핵심 사업군 구축이차 전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승부사’LG화학 배터리 경쟁력 글로벌 톱 올라서

2002년 10월 구 회장이 전기차배터리 개발을 위해 만든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사진=LG 제공2002년 10월 구 회장이 전기차배터리 개발을 위해 만든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사진=LG 제공

“제가 꿈꾸는 LG는 모름지기 세계 초우량을 추구하는 회사입니다. 남이 하지 않는 것에 과감히 도전해서 최고를 성취해야 하겠습니다.”

구본무 회장이 1995년 LG 회장으로 취임하며 던진 일성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젊고 도전적인 경영진으로의 세대교체를 통해 미래 사업을 주도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결심에 따라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부 회장이 50세에 LG그룹이 제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국내 대기업 최초의 무고(無故) 승계였다.

이는 구 명예회장이 1988년부터 시작한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에 의한 LG의 ‘변혁 1기’가 마무리되는 것인 동시에 ‘변혁 2기’의 출발이었다.

당시 구씨와 허씨 가문의 원로 경영진들도 구 명예회장의 뜻에 동감하며 동반 은퇴를 결단함으로써 구 회장을 비롯한 젊은 경영진이 독자적이고 소신 있는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구 회장은 취임 당시 부친으로부터 “경영혁신은 끝이 없다. 자율경영의 기반 위에서 혁신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 그룹 구성원 전체의 공감대를 형성시켜 합의에 의해 일을 추진하라, 권위주의를 멀리 하라”는 당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취임 순간부터 LG를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사업구조 재편으로 ‘초우량 LG’를 구축하겠다고 천명한대로 제2의 경영혁신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 선제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미래 성장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구 회장의 평소 지론에 따라 그룹의 성장을 주도해나갈 사업으로 ‘전자·화학·통신서비스’ 3대 핵심 사업군을 집중 육성해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그 과정에서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산업 경쟁력 견인과 경제 발전에도 기여했다.

특히 구 회장은 가전·기초소재 등 전자와 화학 분야의 주력사업을 세계 최고로 키운다는 목표로 선제적인 투자와 역량을 집중해 흔들림 없이 탄탄히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으로 이끌었다.

가전 사업은 명실상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며 석유화학의 기초소재 사업도 고부가 제품 개발을 통해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사업으로 안착했다.

구 회장은 사업에 있어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승부사’이기도 했다.

“어떤 사업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그 과정이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도에 포기하거나 단기성과에 급급해하지 않고 부단히 도전해 결국에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경영 철학 중 하나였다.

실제로 회장 취임 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영에서는 초일류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해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구 회장의 ‘집념의 승부사’와 같은 면모는 ▲부회장 시절부터 끈기 있게 개척한 이차 전지 사업 ▲단호한 결단으로 키운 OLED TV 등 디스플레이 사업 ▲통신 사업으로의 과감한 진출 등에서 잘 나타난다.

구 회장은 90년대 초반 당시 국내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이차 전지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어 20년 넘게 끈기 있게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하며 현재 LG의 핵심 성장사업이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으로 키워냈다.

1992년 당시 부회장이었던 구 회장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방문한 영국 원자력연구원(AEA)에서 충전해서 반복 사용이 가능한 이차 전지를 처음 접하고 미래의 새로운 성장사업이 될 가능성을 봤다.

구 회장은 이차 전지 샘플을 직접 가져와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 이를 연구하도록 했고 1996년에는 전지 연구조직을 LG화학으로 이전토록 하여 연구를 계속 진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90년대부터 수년간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회사 안팎 여기저기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구 회장은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와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라.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해보라”고 독려했다.

2005년에 이차 전지 사업이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을 때도 구 회장은 “끈질기게 하다 보면 꼭 성과가 나올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라고 다시 한번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그 결과 LG화학은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한 데 이어 중대형배터리 분야를 적극 개척해 현재 ‘전기차 배터리 제조 경쟁력 평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제조 경쟁력 평가’ 등 중대형 이차 전지 사업 경쟁력 면에서 글로벌 톱으로 평가 받고 있다.

LG화학은 국내 오창공장을 비롯해 미국 홀랜드 공장, 유럽 폴란드 브로츠와프공장, 중국 난징공장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하면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전기차배터리 등 전지 부문에서만 매출 5조원을 추가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은 2017년 기준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의 GM·포드·크라이슬러와 유럽의 아우디·다임러·르노·볼보, 중국의 상하이 자동차 등 30여개의 완성차 업체를 배터리 공급처로 확보했다.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수주를 꾸준히 늘려감에 따라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2017년 말 기준 30개 회사로부터 42조원에 달한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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