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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너도 나도 親정부 사외이사···‘경영진 방패’로 전락하나

금융권, 너도 나도 親정부 사외이사···‘경영진 방패’로 전락하나

등록 2018.03.26 16:32

정백현

  기자

사외이사 1~2명 꼴로 親與 인사들 포진금융업 모르는 인사 포진에 전문성 논란‘경영진 견제’ 임무 지킬 수 있나 우려 ↑

그래픽=박현정 기자그래픽=박현정 기자

국내 금융사들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진용을 대부분 꾸린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 사외이사진 선임 배경이 편향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 외풍을 막아줄 인물이 필요했다는 각 회사들의 희망사항도 있지만 지나치게 친정부 성향이라는 비판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회사 9곳 중 8곳이 주주총회를 마쳤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도 대부분 주총을 통해 이사진 구성을 마쳤다. 각 금융회사들은 내외부 기관을 통한 검증을 거쳐 사외이사 후보를 꾸리고 주주들로부터 동의를 얻어 이사들을 선임했다.

그러나 각 금융회사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전체 사외이사 중 1~2명 정도는 문재인 정부 또는 두 번째 민주당 정부였던 참여정부와 직·간접적 연관성을 지닌 인물들이 사외이사로 포진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 또는 더불어민주당 측과 가깝거나 직·간접적인 인맥을 갖고 있는 사람들, 또는 참여정부 시절 관료를 지냈거나 정부와 관련 있는 조직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중용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소위 말해 ‘캠코더(캠프 출신+동일한 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경우가 많다.

신한금융지주는 대법관 출신인 박병대 이사의 배경이 눈에 띈다. 1979년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박 교수는 거물급 인사가 많은 사법연수원 12기 과정을 수료했다.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황찬현 전 감사원장, 김용덕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이 박 교수의 동기다.

KB금융지주는 학자 출신인 선우석호 이사와 변호사 출신인 정구환 이사가 현 정권의 경제 정책 실세로 불리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친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우 이사와 정 이사 모두 장 실장과 경기고 동문인데 선우 이사는 장 실장의 2년 선배이고 정 이사는 장 실장과 동기다.

특히 선우 이사의 경우 과거 한국금융학회에서 장 실장과 막역하게 지냈고 논문까지도 함께 쓸 정도로 가까운 관계로 알려져 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관료 출신 김홍진 이사가 참여정부와 관계가 깊다. 김 이사는 참여정부 시절 재정경제부와 예탁결제원 등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법학자 출신인 백태승 이사는 연세대 교수 재직 시절인 2009년과 2016년 교수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진보 성향 인물이기도 하다.

지방은행도 친정부 계열 사외이사들이 다수 포진했다. BNK금융지주는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에 참여했던 정기영 이사가 있고 부산은행에는 손기윤, 차정인 이사가 친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손 이사는 참여정부 시절 국민경제자문위원회에 참여했고 차 이사는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다.

대구은행에는 변호사 재임 중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공개지지를 선언했던 이재동 변호사가, 광주은행에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지병문 이사가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또 IBK기업은행은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의 전문위원 출신인 김정훈 이사가 활동 중이며 비은행 금융회사 중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각각 참여정부 시절 각각 보건복지부 차관과 조달청장을 지낸 강윤구, 김성진 이사를 각각 선임했다.

사외이사 외에도 금융권 내 다른 직함에도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은 많이 분포돼있다. KB금융지주가 올해 초 영입한 김정민 KB부동산신탁 부회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으로 2012년 18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아울러 신용보증기금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정책실장을 지낸 최상현 씨를 비상임이사로 선임했고 주택금융공사는 부산지역의 유력 정치인인 오거돈 전 동명대 총장의 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손봉상 남경이엔지 상무와 조민주 변호사를 비상임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이외에도 산업은행은 상임감사로 서철환 전 기획재정부 국장이 선임됐고 기업은행 상임감사에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을 지낸 임종성 헌법재판소 기획조정실장을 선임했다. 또 수출입은행 감사로는 대통령 경호실 출신인 조용순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가 자리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난해부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등 경영 관련 현안에 대한 금융당국의 간섭 강도가 심해지면서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인물로 친정부 성향의 인물을 등용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사 배경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금융회사의 중립적·객관적 경영이나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견제 등 본업에 충실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측면으로만 사외이사 선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특히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사외이사의 본업을 보면 대부분 법조인이나 관료, 국회의원 등 정치인 등으로 금융업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 많다. 물론 사외이사라는 제도 자체가 다양한 업종의 전문가들을 초빙하는 것에 있다지만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CEO나 내부 경영진을 적극 견제해야 할 이들이지만 친정부 성향 인사를 사외이사로 포진시킨 것은 사실상 사외이사를 경영진의 친위부대나 대관업무 관계자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사외이사들이 경영진 견제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경영진이 보장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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