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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등록 :
2018-04-10 07:41

수정 :
2018-05-18 11:05

[新지배구조-롯데①]지주회사 전환 시동 걸었지만…앞날 여전히 가시밭길

롯데지주 출범 후 순환출자 고리 13개로 해소
호텔롯데·롯데홈쇼핑·롯데월드타워 '산넘어 산'
경영권 분쟁 재점화 '신동주'도 끝내야 할 숙제

한-중 관계가 해빙기를 맞고 있지만 롯데그룹은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1년째 이어지는 사드 보복으로 중국 사업 손실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으로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롯데는 신 회장 대신 지휘봉을 잡은 2인자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는 총수 부재 상황에서 지주사 체제 완성을 위한 호텔롯데 상장을 비롯해 롯데홈쇼핑 재승인, 롯데월드타워 특혜 의혹 해소, 중국 롯데마트 매각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게다가 신 회장의 구속을 기다렸다는 듯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도 해결해야 한다.

일단 롯데는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상태에서도 지배구조 개편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롯데지주의 6개 비상장사 분할합병이 완료되면 지난 10월 지주회사 출범 과정에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및 상호출자를 모두 해소하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는 등기일(2017년 10월 12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모두 해소해야 한다. 2014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416개로 10대 그룹 중 가장 많았다.

순환출자 고리는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출범 후 13개로 줄었다. 이후 작년 11월 2개 계열사 주식 매각으로 11개까지 줄어들었다. 유통, 식품, 금융 부문 41개 계열사가 편입돼 있던 롯데지주는 오는 4월로 예정된 합병기일을 거치면 총 53개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번 합병으로 신동빈 회장과 롯데지주 특수관계인 지분율도 높아지면서 그룹에 대한 신 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결권 있는 주식을 기준으로 기존 13.0%이던 신 회장의 지분율은 13.8%로, 롯데지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기존 54.3%에서 60.9%로 각각 확대됐다.

합병 후 오너 일가 및 관계사 총 지분율은 38.2%가 되지만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비중이 37.3%까지 치솟으면서 특수관계인 의결권 지분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율도 각각 4.6%와 2.6%로 높아졌다.

하지만 롯데의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향후 화학 계열사들과의 분할합병, 호텔롯데 상장에 이은 관광 계열사 분할합병까지 마무리돼야 롯데는 비로소 완성된 지주사 체제를 갖추게 된다.

롯데는 이르면 올해 안에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신 회장의 구속으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현재 롯데는 형식상 일본 롯데가 중간 지주회사인 호텔롯데를 통해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도다. 호텔롯데 상장이 이뤄져 국내 주주 지분율이 높아져야 한국 롯데의 독립성이 커지게 된다.

당장 오는 5월 26일 사업권이 끝나는 롯데홈쇼핑의 재승인도 당면 과제다.

재승인 여부는 심사를 거쳐 다음 달 말에서 4월 중순 사이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뇌물 의혹 사건에 연루되면서 재승인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신 회장의 구속으로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면세점 사업도 위기에 처해 있다. 월드타워점 사업권 박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 회장이 롯데면세점 사업권 청탁과 관련해 K스포츠재단에 뇌물을 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관세청은 특허 취소 여부를 놓고 법리검토를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롯데월드타워 역시 감사원 감사 등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감사원은 최근 이명박 정부의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감사를 벌이기로 했고, 결과에 따라 검찰 수사 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드 보복으로 큰 타격을 입은 중국 사업도 롯데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총 99개의 롯데마트 중국 점포 중 87개의 영업이 중단되고 나머지 12개 점포도 매출이 급감했다. 1년 동안 중국에서 손실 규모만 2조 5000억원이다.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 추진 중인 매각 작업은 별다른 진전이 없다. 대부분 매장이 1년 가량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 시간이 갈수록 매력도가 떨어진다. 물론 장부 가격 하락으로 인해 매각 가격도 점점 하락 중이다.

총 3조원을 투입해 선양에 건설 중인 초대형 복합단지 프로젝트 '선양 롯데타운'도 1년 넘게 공사가 멈춰있다.

신 회장 구속 이후 다시 경영권 분쟁에 불씨를 붙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공세에도 대응해야 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동생이 구속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일본 롯데홀딩스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 신 회장을 공격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2015년부터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얼마 전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을 때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뿐 아니라 이사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공격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씨가 유죄 판결로 수감돼 일본롯데홀딩스의 이사로 직책을 다하는 것이 불가능한데도 대표권 만을 반납하고 이사 지위는 유지했다"며 "이는 옥중 경영으로 사회적으로 도저히 허용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롯데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는 지분 28.1%를 보유한 광윤사이고, 신 전 부회장은 50%+1주의 지분을 보유한 광윤사 최대주주다. 광윤사의 뒤를 이어 종업원 지주회(27.8%)와 일본 롯데 계열사(20.1%) 등이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다.

그동안 신 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일본 롯데홀딩스의 공동대표를 맡고 부회장으로서 1인자 역할을 해왔다.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에서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대표이사직은 내려놨지만 이사직과 부회장 직함은 유지했다. 신 회장이 자유의 몸이 되면 얼마든지 다시 대표직에 복귀해 ‘원톱체체’를 부활시킬 수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확대하며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현재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개인지분은 4%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제치고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일본 주주들에게 명분과 상징성을 제공한 셈이다. 하지만 신동부 전 부회장이 일본주주들의 마음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된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에 지배를 받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수 있다.

롯데 안팎에서는 오는 6월로 예정된 일본롯데홀딩스 정기주총이 신 전 부회장의 문제 제기로 야기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구속을 경영권 복귀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 여기는 신 전 부회장이 지분이 취약한 한국 롯데 대신 일본 롯데의 경영권 탈환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6월로 예정된 홀딩스 주총이 또하나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dw0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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