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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3연임 D-9’···하나금융, 금융당국에 집중포화

[최흥식 낙마 후폭풍]‘김정태 3연임 D-9’···하나금융, 금융당국에 집중포화

등록 2018.03.14 09:14

차재서

  기자

금감원 검사단, ‘하나銀 채용비리’ 진상규명 착수 지배구조·사외이사 추천 등 경영실태평가도 예고 당국·정치권도 목소리 높여 “철저히 책임물어야”23일 주주총회 앞둔 김정태 회장 입지도 ‘흔들’

그래픽=박현정 기자그래픽=박현정 기자

채용비리에 휘말린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돌연 자리에서 물러나자 하나금융그룹이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최 원장 사임의 단초가 된 채용비리 의혹이 하나은행과 관련이 깊어 이번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이 가운데 금감원이 채용비리와 지배구조 문제로 칼을 빼들고 나서면서 3연임 확정까지 단 9일 만을 남겨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다소 편치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흥식 원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떠난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곧바로 진상규명 작업에 착수했다. 최성일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하는 특별검사단이 4월2일까지 15영업일간의 검사에 돌입한 것이다.

20명 규모로 꾸려진 특별검사단은 하나금융지주와 KEB하나은행에 검사총괄과 내부통제, IT 등 3개반을 투입해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2013년 당시의 기록을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수장의 갑작스런 하차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만큼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금감원 측은 필요에 따라 검사 대상과 기간을 확대할 수 있다고 못박아둔 상태다.

금감원은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생명에 대해서도 IT 실태검사를 진행 중이다. 시스템과 개인정보 관리 현황 등을 중점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예정된 검사라는 입장이지만 채용비리 조사와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금감원은 조만간 하나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도 펼친다. 회장 선임 절차로 인해 잠시 미뤄둔 지배구조 점검을 재개하는 한편 사외이사 평가와 추천 방식 등도 살펴볼 계획이다. 한 사외이사가 경영진에 쓴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밀려났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금감원도 배경에 강한 의구심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김정태 회장의 연임 확정 후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 했던 금감원과 하나금융의 갈등은 최 원장의 사임을 계기로 다시 확산되는 모양새다. 청와대가 사표를 정식으로 수리함에 따라 금감원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번에는 당국도 가세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검사의 인력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최대한 확실히 조사하겠다”면서 “금감원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최 위원장은 “최 원장 관련 채용비리 의혹 보도 내용을 보면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그렇다면 하나은행의 경영진도 이런 게 제보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는 강경한 발언까지 쏟아냈다.

정치권도 거들고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김정태 회장이 2012년부터 하나금융 회장을 역임했다는 점을 짚으며 그에게도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정부당국에 대해 반격카드를 쓰는 것이라면 가만히 둬선 안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치권과 당국이 하나금융을 향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최 원장의 사임을 둘러싼 ‘음모론’과도 관계가 깊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인 2013년 지인 아들의 하나은행 채용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으로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하지만 2015~2017년 자료가 모두 삭제돼 복구하기 어렵다던 하나은행에서 그 이전의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외부에서는 하나금융 측이 의도적으로 논란을 키운 게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당분간 금융당국의 검사와 정치권의 공세, 여론의 비판에 시달려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금감원의 집중 검사로 채용비리 등 혐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 부담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김정태 회장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감지된다. 그가 당국과의 갈등을 원만히 풀어내지 못한 게 결국 독이 됐다는 지적이다. 또한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이 3연임을 확정짓는다고 해도 금융당국의 따가운 시선 속에 임기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한때 지배구조 문제로 줄다리기를 이어온 최 원장의 낙마는 하나금융 그리고 김 회장 모두에게 결코 호재는 아니었던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흥식 원장이 논란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금감원은 채용비리 검사를 위한 명분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면서 “향후 하나금융에 대한 유례없는 고강도 검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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