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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특화형 점포’, 더 자유로워지면 어떨까?

[자본시장 액티브X를 없애자/은행⑤]은행 ‘특화형 점포’, 더 자유로워지면 어떨까?

등록 2018.03.11 10:20

수정 2018.05.17 12:20

차재서

  기자

이종산업과의 결합으로 활로 모색 오프라인 점포서 커피에 공연까지 건물 임대업에 국한된 것은 아쉬워 “새로운 사업 기회 열어줘야” 지적도

그래픽=박현정 기자그래픽=박현정 기자

“은행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니 커피향이···”

시중은행 점포가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카페나 제과점, 문화 콘텐츠 등 이종 산업과 결합한 ‘특화형 점포’가 생겨나고 있는 것. 소비자들은 은행 점포를 찾아 금융업무를 보는 동시에 지인과 차를 마시거나 공연·전시 관람 등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실생활에서 멀어져가는 오프라인 점포를 재단장해 다시 소비자를 끌어모으려는 은행권의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은행 점포가 감소하는 추세에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나자 내심 환영의 뜻을 내비치는 한편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다양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점포 수 감소로 소비자와의 대면 기회가 줄었지만 각 은행은 이종업계와 손잡은 특화점포를 앞세워 분위기 전환을 꾀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두 개의 특화점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커피숍 폴바셋을 입점시킨 동부이촌동지점, 크리스피 크림 도넛과 결합한 잠실롯데월드몰 지점이다. 일부 공간을 각각의 업체에 제공해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점포를 구성했다.

또한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방배서래 지점을 전시 공간으로 꾸며 ‘컬처 뱅크 1호점’을 선보였다. 해당 지점에서는 국내 유명 공예 작가, 주목 받는 신진 공예 작가 등의 작품을 전시·판매 중이다. 아울러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은행의 참여형 플랫폼으로써의 가능성도 시험해보고 있다.

NH농협은행 역시 강남구 테헤란로에 ‘역삼금융센터’를 운영 중이다. 농협은행의 첫 ‘카페 인 브랜치’ 점포인 이 곳은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을 모두 취급하며 1층 객장 내에는 ‘디 초콜릿 커피 앤드’ 카페가 입점해 있다.

각 은행이 올해도 각양각색의 콘텐츠를 접목하고 이종 산업과 결합하는 등 노력을 지속할 계획인 만큼 향후에도 이색적인 은행 점포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16년 은행법 개정과 맞물려 나타난 변화다. 각 은행이 점포 규모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면서 공간도 임대할 수 있게 되자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소 딱딱하게 여겨졌던 은행의 이미지를 벗고 점포의 수익성까지 높일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1석2조’다. 금융권 안팎의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다만 여기에도 ‘살짝’ 아쉬운 대목은 있다. 공간의 활용이 임대업으로만 제한돼 사업모델 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체의 입점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배경에는 은행의 이러한 고민도 깔려있다. 이를 우려한듯 일부 은행은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화점포가 조속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은행에 여러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많은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면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은행이 전혀 다른 사업을 영위한다는 데 논란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신규 점포가 가져다 주는 이익도 무시해선 안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사실 각 은행은 지난 몇 년간 불필요한 점포를 꾸준히 정리해왔다. 금융감독원이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집계된 국내 은행 점포수는 지난해 9월말 기준 7077곳이다. 전년 동기의 7356곳 대비 279곳이 감소했다.

이는 곧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찾아갈 은행 점포가 사라지고 현장의 은행원은 점차 일자리를 잃어가는 추세다. 실제로 같은 자료에서 은행종사자 수는 지난해 11만4295명으로 전년 대비 4338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은행이 제시하는 특화 점포 모델이 이들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각 은행이 선보인 특화 점포를 제대로 활용하면 일자리 창출과 노년층 소외 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골목상권 침해 우려 등 사회적 반발을 피할 수 있는 선에서 은행권에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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