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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영 기자
등록 :
2018-03-06 17:49

수정 :
2018-05-17 12:23

[자본시장 액티브X를 없애자/보험·카드②]의료행위냐 아니냐…발목 잡힌 헬스케어서비스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출시 답보 상태
의료·비의료행위 기준 없어 유명무실
지난해 복지부 가이드라인 마련 무산
금융당국이 의료계 등 의견 조율해야

“치료가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춰 국민의 건강증진과 의료비 절감을 위한 헬스케어서비스 분야에서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의료법상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의 경계가 명확해지도록 감독당국, 유관기관에 관련 법 및 제도 개선을 건의하겠다.”(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

“웨어러블기기와 연계한 헬스케어 분야에 보험사 등 민간회사 참여가 확대되려면 여러 가지 진입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건강증진뿐 아니라 의료비 절감과 관련 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보험료 할인 예시. 그래픽=박현정 기자

보험업계가 한 목소리로 헬스케어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의 기준을 명확히 해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보험계약자의 건강관리 노력과 성과에 따라 보험료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은 보험과 헬스케어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 보험상품이다. 지속적인 건강관리로 보험사고 위험이 감소하면 그에 따른 혜택을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대표적인 예로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등 웨어러블기기를 착용하고 일정 걸음 이상을 걷는 등 신체활동을 하면 활동량을 확인해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보험사는 보험료 할인뿐 아니라 웨어러블기기 구매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하거나 제휴업체의 서비스 이용을 위한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편익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가이드라인은 금융당국이 보험업법의 테두리 안에서 특별이익 제공에 관한 기준을 일부 완화한 수준에 불과하다. 의료법상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 아니어서 실행에 한계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행 보험업법상 계약자에게 월납보험료의 10% 또는 3만원이 넘는 특별이익을 제공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이를 완화해 웨어러블기기 구매비용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며 “여전히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이어서 보험사들은 섣불리 상품을 출시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가이드라인에는 보험사가 제공할 수 있는 편익에 건강 관련 서비스 제공이 포함됐지만, 의료법 등 현행 법령상 허용된 범위로 한정했다.

의료기관의 의료행위와 비의료기관의 헬스케어서비스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은 지난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보건복지부는 해당 가이드라인 제정 초안을 마련해 지난해 2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한 바 있으나, 이후 의료계와 보험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이 절충점을 찾지 못 해 최종안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 초안은 위험군, 즉 질환의심자가 의사와의 상담 및 지도를 토대로 건강관리서비스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위험군이 전체 인구의 4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질환자가 아닌 이들이 의사 통제 하에 건강관리서비스를 받도록 의무화할 경우 관련 산업의 침체 또는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의료행위와 헬스케어서비스라는 용어의 의미에 관한 법적 규제가 없고 기존의 판례나 유권해석을 통한 간접적 접근만 가능한 상태”라며 “대법원의 판례나 복지부의 유권해석에서는 의료행위를 상당히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가정용 측정기 등 평소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기를 사용한 혈압이나 지방 측정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행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웨어러블기기를 활용한 헬스케어서비스 역시 건강상태와 질병 유무에 대한 판단 행위에 개입할 여지가 있어 의료행위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현재 보험업계의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출시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료행위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눈치만 보는 형편이다.

병원 예약 대행이나 제휴업체를 통한 건강상담 등 부가 서비스를 기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게 고작이다. 일부 보험사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한 헬스케어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서비스 범위가 특정 영역에 국한돼 있다.

보험사의 헬스케어서비스와 적절한 보상이 건강관리에 미치는 영향은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 확인된 바 있다. 헬스케어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계약자는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고 보험사는 질병과 사망에 따른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제주 제외)의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2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흡연자 567명 중 31%는 보험사의 생활습관 개선 도움과 인센티브 제공 시 6개월 이내에 금연을 실천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인센티브가 없을 경우 6개월 이내에 담배를 끊겠다는 응답은 13.1%에 불과해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현재 흡연 중인 보험 가입자 10명 중 3명은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면 반년 안에 금연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의 기준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보험업계의 헬스케어서비스는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이 나서서 복지부, 의료계 등과 의견을 조율하는 등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한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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