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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기자
등록 :
2018-03-01 17:23

한국GM 장부 들여다본다는데, 배임죄 성립 가능한가?

공정위·국세청도 GM 압박 가세…세무조사 철저히 한다는 방침
고리부채 부담, 과도한 개발비, 주요부품 고가매입 등 의혹
시민고발인단 배임죄로 형사 고발…실효성은 예측불가능

한국지엠 30만 일자리 지키기 금속노조 결의대회.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정부가 한국GM 구조조정 문제를 놓고 실사하는 것은 물론, 금융감독원 특별 감리, 국세청 세무 조사까지 동원하기로 했다. GM 본사에 대한 한국GM의 고리부채 부담, 과도한 개발비와 로열티 지급, 주요부품 고가매입 등 최근 언론계와 정관가 안팎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GM의 현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군산시민들은 시민고발인단 모집 운동에 착수했다. GM과 관련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과연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지, 이런 조처들의 실효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27일 “현재 GM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만나서 자료를 정리 중”이라며 “결과를 보고 전향적으로 감리가 필요하다면 금융위원회에 요청해서 바로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도 “감독원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다.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GM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국세청과 논의해 GM의 이전 가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최근 한국GM이 납품받은 자동차 부품을 반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하도급법 위반인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철수설로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GM에 대해 세무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GM 본사가 연구개발비로만 매년 6,000억원 이상을 받아가는 등 한국GM의 이익을 줄여 조세회피를 했다는 것이다.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같은 내용을 주장했다. 안 전 청장은 한국GM의 2대 주주(지분율 17%)인 산업은행도 한국GM의 현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GM의 감사보고서 등을 보면 한국GM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GM 본사에 연구개발비로 1조8580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기간 한국GM의 누적 손실(1조9718억원)과 비슷한 액수다. 한국GM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연구개발비 6140억원을 GM에 납부했다.

GM은 한국GM을 대상으로 고리대금업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GM은 2001년 대우자동차(지금의 한국GM)를 인수하면서 갚아야 할 12억달러를 직접 부담하지 않고 한국GM에 빌려주는 형식으로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채권단에 냈다. 문제는 국내 완성차 업체에 대한 차입금 이자율의 두 배가 넘는 연 5% 고리 이자였다는 점이다.

GM은 이런 방식으로 한국GM이 적자를 볼 때마다 연 4.7~5.3%의 고리 자금을 빌려줬다. 2016년말 기준 총 차입금은 2조9,700억원이며,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이자로 챙겨간 돈만 4620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GM은 2013년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할 때도 한국GM에 철수 비용 2916억원을 부담하게 했다. 국내 다른 자동차 업체보다 10% 포인트 높은 가격으로 부품 등 원재료를 공급하고 한국GM이 만든 완성차는 싸게 사가는 등 한국GM의 경영을 악화시켰다.

안 전 청장은 “한국GM의 이익을 미국 본사의 이익으로 가져간 현금 뽑아먹기”라며 “한국 정부에 내야 할 세금을 미국 국세청에 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우리 국세청이 나서서 세무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미국 국세청과 협의를 통해 세금을 받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미국 본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부 한국GM에 떠넘기면서 손해를 입은 만큼 한국GM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업 총수들이 법정에 설 때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죄목 중 하나가 배임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가 대표적 예다. 신 회장은 현금자동입출금기 운영사업을 하는 계열사인 롯데 피에스넷에 부당 지원했다는 이유로 배임 혐의를 받았지만 최근 무죄 판정을 받았다.

업무상 배임죄는 형법 356조 2항에 의해 ‘업무상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규정되어 있다. 쉽게 말해, 기업의 경영자가 투자자들의 신의를 저버렸다고 해서, 즉 배신행위를 했다고 국가가 처벌하는 것이다.

기업이 새로운 투자 등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필연적으로 위험 부담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험 부담 상황을 해당 기업이 투자자들이 부여한 임무를 배신했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업무상 배임죄는 한국에서는 성립된다. 미국은 업무상 배임죄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을 통해 민사재판의 대상으로도 삼지 않는다. ‘경영판단의 원칙’이란 경영진이 성실하고 공정하게 경영상 판단을 통해 기업 활동을 했다면 손해를 발생시켰다 하더라도 책임을 면하는 법리다.

26일 군산시민들은 군산공장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한국GM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 고발하겠다며 시민고발인단 모집 운동에 착수했다. 이번 주말까지 동참자를 모아 다음달 5일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고발장을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민고발인단은 조성원 변호사와 이진우 매거진군산 대표가 공동 대표를 맡았다.

조성원 변호사는 “그동안 일반 시민들 입장에선 현수막을 내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며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GM 경영부실 원인을 규명하고 군산공장을 정상화시키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진우 매거진군산 대표는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경영실사 자료 제출조차 불실성한 GM측도 태도를 바꿀 것”이라며 “이는 우리 정부의 대 GM 협상력을 키워주고 군산공장을 살릴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조처의 실효성에 문제도 제기된다. 통상 기업 실사는 3~4개월이 걸리는데 한국GM 실사의 경우 정부가 한 달로 기간을 대폭 줄이기로 한 만큼 시간 자체가 충분치 않다. 한국GM과 GM 본사가 과거처럼 자료 제출 등에 정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또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검찰은 배임죄로 기소하지 않는다. 설령 기소 되더라도 법원이 유죄로 판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법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배임죄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비판이 있는 만큼 예측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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