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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서 기자
등록 :
2018-02-20 20:18

수정 :
2018-02-20 21:39

[한국GM 존폐위기]‘산업은행 책임론’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한국GM 사태 확산에 2대주주 産銀 ‘속앓이’
“비토권으로 제역할 했다” 우호적 여론 속
“감시 실패로 공장폐쇄 위기” 책임론 고조
“국책은행으로서 주도권 되찾아야” 지적 ↑

그래픽=박현정 기자

한국GM 철수설로 도마에 오른 산업은행이 외부의 엇갈린 시선 속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2대 주주로서 한국GM의 대주주인 제너럴 모터스(GM)을 충분히 견제하지 못했다는 책임론과 15년간 한국GM 존속에 힘을 보탠 공로를 간과해선 안된다는 옹호론이 바로 그 것. 과연 산업은행은 이번 사태에서 얼마 만큼의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것일까.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GM 철수설이 제기되자 산업은행으로 불똥이 옮겨붙는 모양새다. 그간 주주로서 경영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데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뒤에야 늑장대응에 나섰다는 이유에서다.

산업은행은 지분 17.2%를 들고 있는 한국GM의 2대 주주임에도 대주주인 GM(지분율 77%)의 견제에 밀려 주요 경영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8명의 사외이사 중 산은이 추천한 인물이 3명이었음에도 이사회 회의록조차 쉽게 구하지 못할 정도였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건도 마찬가지다. GM 측 공식 발표 전까지 산은은 군산공장 폐쇄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면서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하는 실책을 범했다. 공장 폐쇄라는 돌발 상황이 빚어지자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서는 또다시 기업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산업은행으로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책임론까지 불거지게 됐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산업은행 측을 두둔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그간 한국GM의 경영 현황을 파악하려는 산은의 거듭된 시도가 GM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번번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주주로서 회계장부를 열람하고 재무상태를 검사할 권리를 갖고 있지만 GM이 거부하면서 이를 행사하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에는 주주감사권을 발동해 한국GM 측에 매출원가와 본사 관리비 부담 규모 등 116개 자료를 요청했으나 GM은 이 중 6개만을 공개하는 데 그쳤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부분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5년 동안 지속적으로 경영개선을 촉구하는 등 나름의 노력은 했지만 소수주주의 한계로 대주주의 일방적인 결정을 견제하지 못했다”는 게 당시 그의 발언이었다. 이를 통해 수년에 걸쳐 악화된 산은과 GM 측의 관계가 재조명 됐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GM이 지난 15년간 한국 사업을 유지한 게 산업은행의 비토권 때문이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산은은 옛 대우자동차를 매각하던 2002년 채권단 대표로 출자에 참여하면서 GM이 15년간 보유 지분을 팔지 못하게 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는데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GM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이 한국GM 사태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비토권 만료와 맞물려 GM의 국내 시장 철수를 미리 감지했음에도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실제 최근 유출된 산업은행 보고서에는 GM의 지분 매각 제한이 풀리는 2017년 10월 이후엔 산은도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비토권 만료를 3개월 앞둔 시점에 작성된 문건이다. 국책은행으로서 국내 자동차산업에 미칠 파장과 15만여명 근로자의 생계를 걱정하기보다 보유 지분 매각에 신경을 쏟은 셈이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방침이 나오기 전까지 정부에 주도권을 빼앗긴채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도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지만 유상증자 참여와 대출 재개 등 GM의 요구를 직접적으로 감내해야 할 산은으로서는 다소 부적절했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정부의 뒤에 숨어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면서 “한국GM 2대 주주로서 주도권을 되찾아 실질적인 대응 방안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단 산업은행은 계획대로 실사에 착수해 한국GM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GM 측에 요구할 자료 목록을 작성 중이며 조만간 이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GM의 비협조적 태도가 관건이나 실사가 사실상 GM의 지원 요청에서 비롯된 만큼 앞선 사례처럼 끌려다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산은 측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구체적 협의가 필요해 실사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GM의 생존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본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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