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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등록 :
2018-02-20 18:03

수정 :
2018-05-17 12:26

[자본시장 액티브X를 없애자/증권②]“돈 냈는데” 10년째 가로막힌 ‘법인 지급결제’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증권사 개인 지급결제 우선 허용
참가비용 3375억원 냈는데도
법인 지급결제는 여전히 불허
은행권서 고유업무라며 반발 커

증권업계의 묵은 숙원으로 꼽히는 ‘법인 지급결제’가 올해도 증권·은행업권의 다툼의 불씨로 남아 있다. 증권사들이 지급결제망 참여비용으로 수천억을 내고 있는데도 은행권의 반발로 1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급결제란 지급수단을 이용해 각종 경제활동에 따라 발생하는 거래당사자간의 채권·채무관계를 해소하는 행위를 말한다. 신용카드로 물건 값을 지불하거나 은행계좌를 통해 돈을 송금하는 등의 일이 모두 지급결제에 해당한다.

이 중 개인이나 기업 등 경제주체 사이의 자금거래를 소액지급결제(retail payment)라고 하는데 현재 증권사에게는 기업의 소액지급결제, 즉 법인 지급결제가 불가능하다. 법인 지급결제는 기업의 제품 판매대금, 하청업체 결제, 어음 교환 등을 은행 등 금융회사를 통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은행은 개인과 법인의 지급결제가 모두 가능하지만 증권사의 경우 개인 지급결제만 가능한 상황이다.

소액지급결제는 원래 은행의 고유업무였다. 시중은행들은 1986년 금융결제원을 공동으로 출자, 설립해 어음교환, 전자금융공동망 등 지급결제망을 운영해 왔다. 이를 2001년 신협,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에 허용했고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증권사에도 허용하기로 했다. 증권사들은 은행이 구축한 지급결제망을 이용하기 위해 특별참가금 3375억원을 내기로 했다.

그러나 증권사에 법인 지급결제를 허용할 경우 금산분리 원칙이 훼손될 수 있고 증권사를 가지고 있는 일부 대기업의 사금고화가 우려된다는 정치권의 지적이 나오면서 2009년 개인 지급결제만 허용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11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증권사는 여전히 개인 지급결제만 가능하다.

이후 10년이 넘도록 증권업계는 이 문제를 두고 은행권과 논쟁을 벌여왔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천억원을 내고도 10년이 넘도록 지급결제망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다는 불만이 높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참여비용 3375억원에 개인 지급결제뿐 아니라 법인 지급결제 참여비용까지 포함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급결제는 IB업무 영위에 기본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해외 IB와의 경쟁을 위해서 증권사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언급하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면서 은행연합회와 논쟁이 붙기도 했다.

황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 중점 과제를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기’로 꼽았다. 국내에서 은행·보험업에 비교해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황 전 회장은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증권사보다 규모가 더 작은 이들도 2001년부터 지급결제망에 참가하고 있는데 증권사는 2009년 참가한 데다 개인 지급결제만 허용됐다”며 “지급결제는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기반서비스인데 특정기업들이 독점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은 “세계 금융 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증권사가 지급결제망에 가입한 전례가 없다”면서 “기업자본에 대해 증권사가 지급결제를 허용하면 증권이 은행업을 영위하는 리스크를 안게 되고 이는 은산분리 원칙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증권사의 지급결제를 불허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후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의 외국환 업무, 법인 지급결제를 두고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갈등을 이어갔다. 은행연합회에서는 외국환 업무, 법인 지급결제가 은행의 고유업무이고 일본과 미국에서는 비은행 금융기관에 허용된 사례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의 은행자회사 소유가 가능하므로 증권사가 직접 라이센스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내놨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정권 교체 후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도 바뀌어 법인 지급결제 허용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여전히 유보적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선 업권간의 균형 있는 발전이 필요하다”며 증권사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최 위원장 증권사 법인 지급결제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규제 완화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개인·법인 지급결제를 모두 허용하기로 하고 우선 개인 지급결제를 허용한 후 법인에 대해서는 차후 금융결제원 규약을 통해 허용하기로 했는데 10년이 넘도록 지급결제망을 완전히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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