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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등록 :
2018-02-19 17:21

수정 :
2018-02-19 17:21

[위기의 롯데]열받은 신동빈 회장…컨플라이언스실 '책임론' 부각

법조계 인사 무장 재판 투입했지만 결국 구속
컨플라이언스실 승진잔치 한달만에 상황 역전

창사 51년 만의 첫 총수 구속 사태에 직면한 재계 5위 롯데그룹이 흔들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법정 구속은 그룹 내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판결에 집행유예 공식이 맞아 떨어질 줄 알았다. 갑작스런 총수 부재 사태가 벌어지자 충격과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굵직한 현안들은 모두 올스톱 됐고 호텔롯데 상장은 기약없이 미뤄지며 경영시계가 또 한번 멈췄다. 잠잠했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기다렸다는 듯 경영권 분쟁을 재점화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을 즉시 해임해야 한다”며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냈다. 일본 주주들이 변심해 언제 신 회장에게 등을 돌릴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롯데와 신 회장의 처지는 처참하다. 신 회장은 이번 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마칠 수 있도록 그룹 사활을 걸고 앞장섰다. 경영권 분쟁, 검찰수사 등으로 실추됐던 롯데의 이미지와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외교활동을 펼치며 동계올림픽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국제스키협회장과 각국 카운슬과 만남도 추진하고 올림픽 공식 후원도 자처해 수백억원의 큰 돈을 투자했다. 계열사 파워를 이용해 마케팅에도 앞장섰다. 그러나 법정 구속으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성공적인 동계올림픽 개막의 가장 큰 공신이지만 경기 하나 직접 볼 수도 없는 신세다. 대한스키협회장 직무는 정지됐고 자신이 만든 국제스키연맹 만찬 등 모든 일정도 참여하지 못했다. 손님들을 초대했는데 주인이 집을 비우게 된 격이라 각 국가 귀빈들의 문의는 쏟아졌다. 공들여 세운 탑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룹 내에서는 책임론이 붉어지고 있다. 신 회장의 법정구속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다. 가장 많은 시선이 쏠리는 곳은 지난해 신설한 컴플라이언스실이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지난해 롯데 경영 쇄신안으로 신설된 조직이다. 신 회장은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그룹의 핵심 조직으로 내세워 투명한 롯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초대 위원장으로는 법조계 신망이 두터운 민형기 전 헌법재판관을 선임했으며 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 이태섭 변호사를 준법경영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현재 민 위원장은 부회장급 대우를 받고 있다. 외부 인사를 부회장급으로 영입한 파격적인 사례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의 핵심 업무는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경영실태 점검과 개선작업이다. 그러나 신 회장의 각종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법조계 출신 인사들은 법률적 자문과 조언을 하며 재판에 매달렸다. 지난해 12월 경영 비리 재판 1심에서는 상당한 성과도 발휘했다. 징역 10년의 무거운 중형을 구형받은 상황에서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이끌어내 실형을 피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컴플라이언스실의 약진은 돋보였다. 검사 출신으로 2014년 그룹에 합류한 김현옥 롯데지주 준법경영팀장이 전무로 승진한 것을 비롯해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지주와 계열사 컴플라이언스 전담 임원만 무려 7명이 승진했다. 전담 임원도 지난해 1월 14명에서 올해 1월 20명으로 1년간 6명 늘었다.

하지만 경영 비리 재판에서 신 회장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승진 잔치를 벌인 지 불과 한달 만에 상황은 뒤바뀌었다.

재계 관계자는 “작년 롯데는 신 회장의 재판에 힘을 실어줄 인사들을 컴플라이언스실에 영입해 법률적 조언과 네트워크 파워 등 상당한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작년 12월 신 회장의 비리혐의 1심 공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어낸 것도 법조계 출신 인사들의 활약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국정농단 사건에서 방심한 탓에 결국 총수가 구속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앞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1년 만에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의 판결에 집행유예 공식이 성립할 것이라고 단정 지었던 것이 최대의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지영 기자 dw0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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