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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서 기자
등록 :
2018-02-17 01:19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GM 압박에 ‘불편한 연휴’

‘군산공장 폐쇄’ 방침에 한국GM 철수 위기 고조
2대주주 産銀 고심…비토권 만료로 협상력 잃어
실사로 결정한다지만 GM에 휘둘릴 가능성 높아
“국책은행이 협상서 강경한 태도 보여야” 지적도

그래픽=박현정 기자

“산업은행은 한국GM의 구원투수일까?”

15만6000여명 근로자를 볼모로 잡은 GM(제너럴 모터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편치 않은 설 명절을 맞았다. 한국GM의 운명을 판가름 낼 협상테이블에 앉기는 했지만 ‘공장폐쇄’ 카드까지 꺼내든 GM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어 이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회장은 이번 연휴에 별다른 일정 없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펼쳐질 GM 측과의 원만한 협상을 위해 여러 방안을 구상하는 데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한국GM 철수설’이 어김없이 고개를 들자 2대 주주(지분율 17.2%)인 산업은행으로 불똥이 옮겨붙었다. 이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가 “무조건적인 지원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면서 정부와 GM 본사 사이에 놓인 산은만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가 됐다.

일단 산업은행은 연휴가 끝나는대로 한국GM에 대한 실사 준비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GM과 실무진 협의를 거쳐 방식을 정한 뒤 외부 전문기관에 실사를 맡기기로 했다. 이는 유상증자 참여와 대출 재개 등을 원하는 GM 측 요구에 응할지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문제점을 먼저 들여다보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산업은행 역시 뾰족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5년간 GM이 보유 지분을 팔지 못하게 한다는 ‘비토권’을 앞세워 한국GM 철수를 저지했지만 작년 10월 그 효력이 끝나면서 이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 사실 ‘한국GM 철수설’이 제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10월16일로 GM 본사가 약속한 한국GM 지분 매각 제한 기간이 만료되면서 이들이 한국 사업을 정리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온 것이다. 예상대로 GM 측은 올들어 유상증자 참여 등 다소 부담스런 조건을 내놓는 동시에 군산공장 폐쇄를 갑작스럽게 통보하며 정부를 압박해왔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당사자인 한국GM 노조를 비롯해 산업계와 금융권 전반에서는 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공장폐쇄를 사전에 견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산업은행을 향한 책임론까지 일고 있다.

물론 한국GM 지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외국기업의 경영실패를 혈세로 돕는 것에 대한 반감도 존재한다. 이를 감지한듯 산업은행 측도 신중한 태도로 사안에 접근하는 모습이다.

다만 한국GM 철수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산업은행이 이를 방관할 수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상당수 근로자가 실직 위기에 처했음에도 산은이 손을 놓는다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일자리 창출’ 정책을 역행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추산한 한국GM과 협력사의 총 고용인원은 15만6000명(2016년 기준)이다. 만일 한국GM이 이대로 철수를 밀어붙인다면 이들은 모두 직장에서 내몰리게 된다. 여기에 지역 상권에 미칠 영향까지 반영하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외부에서는 산업은행이 GM 측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한국GM의 존속을 유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사 결과가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유상증자 참여 등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GM이 과거 경영현안에서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한데다 외국기업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가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는 만큼 외부에서는 국책은행인 산은이 이번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한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규 투자 등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의 자금 지원은 단기적인 대책에 그칠 것”이라며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중심을 잡고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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