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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은 회장, 고비 넘겼지만 앞날 ‘첩첩산중’

[대우건설 매각]이동걸 산은 회장, 고비 넘겼지만 앞날 ‘첩첩산중’

등록 2018.01.31 16:55

차재서

  기자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호반건설 최종 확정 거래 종결 시 1조3000억원 우선 지급될 듯産銀, 자금 회수하고 경영부담 덜어내 ‘반색’헐값 매각, 특혜 논란 여전해 앞으로가 관건

그래픽=박현정 기자그래픽=박현정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후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대우건설 매각을 일단락지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기대치에 못미치는 헐값 매각과 특정기업 밀어주기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최종 계약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31일 산업은행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오는 2월께 호반건설과 MOU를 체결한 뒤 정밀실사와 주식매매계약을 거쳐 여름엔 거래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 매각 가격은 약 1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본입찰에 단독으로 뛰어든 호반건설은 매각대상지분 중 40%(1억6600만주)는 즉시 인수하고 나머지 10.75%(4500만주)는 2년 뒤 추가 인수를 위해 산은에 풋옵션을 부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재무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당분간 산은을 우호세력으로 두면서 경영정상화에 도움을 받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매각이 종결되면 약 1조3000억원이 산은에 우선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산은의 매각공고를 시작으로 3개월여간 이어진 대우건설 인수전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산은은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막바지에 치닫자 내심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을 거쳐 일부 자금을 회수하는 한편 경영에 대한 부담도 덜어내는 성과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당초 산은이 대우건설의 매각을 결정한 것은 비금융계열사를 정리해 정책금융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혁신안 내용과 관련이 깊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대우건설을 비롯한 비금융자회사의 부실이 불거지며 여론의 지탄을 받아온데다 작년에는 금호타이어 매각도 실패한 만큼 이번 과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나가야하는 입장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이동걸 회장도 취임 직후 연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와 국정감사에서 대우건설 매각을 강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사를 전달했다. 밑지고 팔더라도 건설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기업이 회사를 맡길 필요가 있다는 게 당시 이 회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큰 폭으로 떨어진 대우건설의 주가가 첫 번째 문제였다. 지난 30일 종가 기준 대우건설의 주가는 주당 6140원이다. 지난 2010년 산은으로 넘어갈 때까지만 해도 1만원을 웃돌았으나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게다가 산은은 주당 1만5000원에 주식을 인수했고 유상증자 등으로 지난 7년간 총 3조2000억원을 대우건설에 쏟아부은 실정이었다.

헐값 매각 논란이 나온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 결국 매각 가격이 기대치인 2조원에 못미치는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정해지면서 산은으로서는 적잖은 손실을 떠안은 셈이 됐다.

이렇다보니 이동걸 회장도 최종 결정에 앞서 고심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6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려다 한 차례 일정을 연기한 게 대표적이다. 매각자문사의 평가가 끝나지 않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가운데 정치권과 대우건설 노조에서도 산은을 향한 공세를 거듭하고 있다. 줄곧 호남기업 특혜 시비를 제기한 자유한국당은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된 이날까지도 “3조2000억원의 국민혈세가 들어간 기업을 1조6000억원에 파는 것은 ‘반토막 졸속매각’”이라며 강한 우려의 뜻을 표시했다. 어렵더라도 정상화 노력을 거친 후 제값을 받고 파는 게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산은의 전량매각 방침이 ‘분할매각’ 방식으로 전환되는 등 대우건설 매각의 절차와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고도 한국당 측은 주장하고 있다.

당사자인 대우건설 노조도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간 노조는 투명한 매각을 요구하며 수차례 호반건설 매각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시해왔다. 호반건설의 사업 경험과 경영능력을 의심되며 자금조달, 고용승계 등이 제대로 평가됐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시공능력평가 순위 13위인 호반건설이 3위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되자 내부에서도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우건설 매각의 막바지 작업을 앞두고 헐값 매각 등을 둘러싼 정치권과 노조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전영삼 산업은행 자본시장부문장은 “예비입찰에서 평가기준을 충족한 3개 입찰적격자 중 호반건설이 유일하게 최종입찰에 참여했다”며 특혜의혹에 반박하는 한편 “지분 매각이 최대 목적인 만큼 투자자의 니즈를 감안해 이사회에서 분할 인수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매각가격이 처음 인수할 때 들였던 가격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금의 주가를 감안하면 큰 문제가 없다”면서 “호반건설과의 MOU 체결 전에 노조와 만나 이 같은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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