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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등록 :
2018-01-31 14:42

수정 :
2018-01-31 15:36

[대우건설 매각]45년간 주인 4번 바껴…직원들 허탈 "어쩌다 우리가"

오늘 호반건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
건설사관학교로 해외곳곳누리는 대우직원
금호 보다 작은 호반에 금호 악몽 우려도
건설사관학교 자존심 땅에…새기회 의견도

"(박창민 전 사장이)외부 출신 사장으로 왔다가더니 급기야 이젠 중견건설사가 주인이라니.."

"올 것이 온 듯한 기분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우리 대우는 해외 플랜드 인프라 등 해외사업이 많은데, 호반이 경영할 수 있다고 봐야 하나."

일부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침통해 하는 등 대우건설이 동요하고 있다. 대우건설 새 주인으로 자신들보다 몸집이나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크게 밀리는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불만이나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에 회사가 팔리면 45년 역사 동안 네 번째 주인을 맞게 된다. 특히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로 건설업계 사관학교로 불리며 대우맨이라는 자부심이 높은 일부 대우건설 직원들은 기존 금호아시아나그룹보다 작은데다가, 총수 개인기업 성격이 강한 호반건설과 개개인의 능력발휘 기회를 권장하는 대우건설간에 조직문화마저 판이하게 달라 일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등 술렁이고 있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건설업계의 인재사관학교로 불린다. 대우건설은 1973년 설립돼 국내는 물론이고 중동과 아프리카, 남미 등 해외 건설현장에서 굵직한 공사들을 여럿 수행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설사로 성장했다. 당시 명문대 출신 인재들이 대우건설에 몰려든 이유다. 일찍이 1982년 세계 건설회사 순위 15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현재 대우건설 출신의 업계 리더들은 대부분 이 시기를 전후해 회사에 입사했다. 회사의 성장을 몸소 체험하면서 성장 DNA와 글로벌 감각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었던 것. 이렇다보니 대우건설 사장은 대부분 내부출신이 꿰차왔다. 외부출신을 굳이 활용할 이유가 없었던 것. 되레 대우건설 출신들이 외부에 나가 대우맨의 능력을 뽐내고 있다. 대우건설 출신으로 원일우 한양 사장을 비롯해 이근포 전 한화건설 사장, 김선구 전 이테크건설 사장, 김동현 대명건설 등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대우건설 출신으로 대형건설사 수장을 역임한 인물들도 많다. 박창규 전 롯데건설 사장과 김현중 전 한화건설 부회장, 김기동 전 두산건설 부회장 등이 대우건설을 나와 대형건설사를 이끌었다. 박세흠 전 주택공사 사장과 류철호 전 도로공사 사장은 국내 대표 공기업 사장까지 지냈다. 신입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대우건설은 신입시절부터 중동 아프리카 등 직원들을 해외로 보내 트레이닝을 하기로 유명하다. 대우맨으로 자부심을 심어주고 현장 경험을 쌓게하면서 누구든지 대우건설 임원을 비롯해 사장까지 올라갈수 있다는 동기부여까지 감안한 것이다. 이렇다보니 2000년대 들어서 재도약에 성공해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차지하는 등 건설명가로서 자존심을 지켜나가며 지금도 건설업계 3위 자리를 굳건히 수성하고 있는 것.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급반전 되고 있다. 주택전문업체로 중견건설이라는 꼬리표가 일부 붙어있는 호반건설이 새 주인으로 확정되면서 일부 대우직원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 금호그룹도 버티지 못하고 승자의 저주를 받는 등 금호악몽을 다시 떠올리는 가하면 해외 사업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호반이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를 내놓고 있다. 더욱이 실상 김상열 회장 개인기업이라고도 말할수 있는 호반건설이라는 기업문화와 직원들 개개인 능력 발휘할 기회를 다수 부여하는 대우건설과의 조직문화가 달라 경영 자체가 가능할지는 물론 구조조정이나 조직개편 등 당장 닥칠 문제들까지 반발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청와대 청원 개시판에는 ‘대우건설이 호반건설로의 매각을 결사반대 한다’는 제목의 청원까지 게시됐다. 대우건설 직원 중 한명이라고 밝힌 최초 청원자는 대우건설(11조1059억원)과 호반건설(1조2520억원) 연매출을 비교하며 “두기업의 지표만 봐도 대우건설의 호반건설로의 매각은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과거 대우건설이 금호그룹으로 합병된 당시에도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합병할만한 규모나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결국 금호그룹은 금융위기로 대우건설을 버텨내지 못했고, 당시 시공능력평가 1위를 달리던 대우건설은 지금까지 그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대우건설 매각 문제를 정치적 이익만을 좇을 것이 아니라 대우건설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일부 대리급 이하 신입직원 등 건설업계 3위를 바라보고 입사한 젊은 대우건설 직원 등 내부 직원들도 반발기류가 감지된다. 벌써부터 대우건설 일부 직원들 사이에는 중견건설사에 인수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허탈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아무리 그래도 해외에서 인프라사업과 플랜트사업을 하는 대형건설사인데 주택사업만 하는 기업이 단독 입찰했다니 내부적으로 허탈하게 느끼는 직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벌써부터 호반건설의 종합건설업 경영능력을 문제삼으며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할 경우 인수시도를 적극적으로 막아내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호반건설에 인수되는 것이 새 기회가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직원은 “호반건설은 대형건설사 사이에서도 주택사업에 매우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되는 기업”이라며 “시너지를 낼 부분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더욱이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장기간 동안 순혈주의나 온정주의에 물들어 쇄신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어 이번 새 주인으로 과감한 개혁으로 새롭게 거듭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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