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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준 기자
등록 :
2018-01-12 14:37

수정 :
2018-01-12 14:40

가상화폐 ‘대혼란’ 불러온 고위관료들의 ’말말말’

법무부장관 “거래소 폐쇄”, 부총리 “협의 필요한 사안”
가상화폐 시장에 드리운 혼돈, “한강예약” 하소연 나와
‘우왕좌왕·갈팡질팡’, 엇박자 행보, 결국 민낯 드러나
김성태 “멀쩡한 시장, 정부가 들쑤셔 도박장 만들어”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지난해 문재인정부 첫 고위 당정청회의가 열린 모습.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아직 조금 더 부처간에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가상화폐 시장을 충격에 빠트린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 하루 만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진화에 나섰다.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혁신성장 지원단 점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관련 TF 내에서 논의하고 있는 법무부의 안이다”라면서 부연한 내용이다

어제(11일)박 장관이 “정부부처간 이견은 없었다”라고 단언한 것과는 확연히 뉘앙스가 다르다. 청와대도 박 법무장관의 발언 직후 시장이 대혼란에 빠지자 “거래소 폐쇄, 정부 공식 방침 아니다”라고 했다가, 오늘은 “해당 부처서 확인할 문제”라며 자신들과는 상관이 없다는 투로 대답했다. UAE 관련 의혹이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에도 꿈쩍 않던 여론은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고위관료들의 가상화폐 발언에 급속도로 악화되는 중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게시판은 온통 가상화폐 청원으로 도배가 됐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분노하고 황당해하는 건 정부 고위 관료들의 관련 발언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에 정확한 시그널을 주지 못한 채 혼란만 부추기는 행태가 몇 달 째 반복되면서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가상화폐 시장도 이들의 발언에 따라 널을 뛰었다.

지난해 12월 중순 정부부처 수장들은 가상화폐를 둘러싼 다양한 발언을 꺼냈다. 관계부처간 호흡하며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 그해 법무부는 지난 11일 박상기 장관 발언의 기조를 유지했었다. 법무부는 가상화폐 투기를 ‘사행성 투기’로 규정, 가상화폐 거래 전면금지를 시사했다. 이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법무부의 전면금지 입장은 의문이 있다”며 법무부에 완전히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부처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역시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호흡도 불안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말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도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는 5억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추고, 가상통화 취급업을 수행하려면 인적․물적 장비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가상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관리할 수 없다는 게 금융위원회 주장이다. 이에 앞서 민주당과 금융위원회간 대립각도 연출됐다. 박용진 의원은 개정안 발의 시기 때 금융위원회 주도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016년 11월 발족됐으나 지난해(7월 기준) 단 한 차례 회의만 진행한 부분을 꼬집었다.

고위 관료들이 가상화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발언도 등장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27일 출입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금융포럼 송년만찬 때 “2000년대 초반 ‘IT 버블’은 기업이란 형태가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그렇지 않다. 나중에 비트코인 버블이 확 빠지는데 내기를 해도 좋을 것”이라고 가상화폐 가격 급락 가능성을 장담했다. 이때도 지난 11일 가상화폐 시장에 드리운 혼란이 발생했다. 그리고 최흥식 원장의 발언은 투자자들의 화를 불렀다. 그해 12월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해임 촉구’ 청원으로 도배가 됐다. 관련 청원에는 2만명 이상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 청원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나아가 최흥식 원장의 부동산투기 의혹 조사 청원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최흥식 원장은 다주택자로 정평이 났다.

한편 당정청의 이러한 행보는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이날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가상화폐 투기 광풍은 지난해부터 나온 얘기 아닌가. 그러나 이와 관련된 정부의 대책 또는 발표를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한다는 말은 다 딴소리들 아닌가. 이러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비트코인은 급락과 반등을 반복한다. 때문에 어떤 투자자는 ‘한강을 예약했다’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같은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때 “멀쩡하던 가상화폐 시장을 법무부와 청와대가 들쑤셔 오히려 급등락하는 도박장으로 만들었다”며 “마이너스 손이 따로 없을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우승준 기자 dn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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