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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기자
등록 :
2018-01-10 15:44

수정 :
2018-05-16 17:59

[자원3사 파헤치기]자본잠식 광물공사 갑론을박....망해야 vs 살려야

“타 공기업 신용도에 영향” vs “공기업도 잘못하면 문 닫아야”
“조금씩 실적 나오고 있어” vs “세금 얼마나 더 퍼 부어야하나”
산업부, 4월 구조조정방안 발표 회생 여부 결정된 바 없어

해외자원개발 혁신TF<제공=연합>


정부가 자본잠식 상태인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에서는 “공기업도 경영을 잘 못하면 문을 닫을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일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광물공사 사정에 정통한 여당 고위관계자는 9일 “광물공사는 5월에 5억달러(약 5,300억원) 규모의 해외 채권 만기가 돌아온다”며 “그전인 4월에 광물공사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파산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올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채권 발행으로 살릴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대한 1조원 추가 지원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사실상 공사의 앞날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애초 공사는 법정 자본금 한도를 2조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는 광물자원공사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 대표발의)의 통과 가능성을 높게 봤다. 2016년부터 자본금이 마이너스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지금까지 발행한 3조7046억원의 사채를 발행해 남은 한도는 2720억원에 불과하다. 수명 연장의 유일한 수단은 정부의 추가 출자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탐탁지는 않지만 살려놓고 보자’며 개정안을 본회의로 보냈다. 하지만 “공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넣어야 할 이유는 없다”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회의에서 호소했고, 반대표가 무더기로 나왔다. 이에 여당 의원이 발의하고 야당이 찬성해 본회의에 올라온 광물자원공사법 개정안은 찬성 44표, 반대 102표, 기권 51표로 전격 부결됐다.

광물공사 재무재표.

공사의 부실은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무리한 자원개발 사업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산업부가 지난 11월 내놓은 ‘자원 3사 해외 자원개발 사업 점검 결과’를 보면, 공사는 두 광산 사업을 앞두고 매장량을 업계 평균보다 높게 가정했다. 또 단기 실적을 내려고 무턱대고 투자했다 큰 손실을 봤다.

구체적으로 캐나다 구리개발 기업 캡스톤 등 3곳에 대한 지분 투자에 2107억원을 썼는데, 지금까지 절반 이상인 1102억원의 손실을 봤다. 멕시코 볼레오 동광 사업은 ‘묻지마 투자’의 한 사례로 꼽힌다. 2008년 “국내 최초 대규모 광산 운영권 확보”라고 홍보했지만, 지난해까지 13억8550만달러를 투자하고 1억6830만달러만 회수했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학계, 회계, 법률, 시민단체 전문가로 구성한 ‘해외자원개발 혁신 TF’가 해외자원개발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해 올 상반기 중 결과를 통보하면 이에 따라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5월 만기 채권의 차환 발행을 광물공사와 협의하고 있다. 올해 공사가 갚아야 할 채권은 7,403억원이다. 정부는 중장기적 재무개선 계획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광물자원공사의 존속을 놓고 정부·전문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한편에서는 광물자원공사의 일부 사업을 매각하고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대한석탄공사 같은 자원공기업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광물자원공사를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자원개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평균 7~10년의 기간이 필요하고, 이제 조금씩 실적이 나오고 있다”며 “멕시코 볼레오 광산에서 생산하는 동이나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광산에서 나오는 니켈과 코발트는 꾸준히 수요가 있고 특히 배터리 원재료인 니켈과 코발트는 최근 전기차 열풍으로 인해 국제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5월 만기되는 해외사채를 대환(貸環)하는데 도움만 준다면 충분히 회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크레딧채권 연구원은 “광물자원공사가 파산할 경우 그 여파가 공기업 전체는 물론 국가 신용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무불이행 됐을 때 다른 공사들이나 정부의 글로벌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정부 여당에서도 부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당과 일부 전문가들은 “공기업도 경영을 잘 못하면 문을 닫을 수 있다”며 회생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추가 지원법을 부결시킨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6900% 부채비율로 존재할 수 있는 회사는 지구상에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그 이전에 망해도 몇번을 망했을 회사였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홍 의원은 “멕시코 볼레오 광산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는 등 누적 적자가 3조원을 넘어섰다”며 “공사의 이러한 실수에도 처벌받은 사람이 없으며, 국민 세금을 이렇게 쓸 수는 없다”고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도 이미 2016년 6월15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서 “법 개정안 부결과 파산가능성 제기에도 불구하고 광물자원공사의 공사채 흐름엔 큰 변화가 없다. 과거 유사한 전례도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사태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다”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이미 잘못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 부실을 계속 안고 가야 한다면, 추가 자금이 든다”며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발생한 부실문제에 대해서는 말끔하게 털고 가야한다. 그것을 다른 공기업에 전이시키거나 아니면 또 민간 참여를 끌어들여서 어떻게 우회적으로 풀어가려고 하는 이런 잘못된 구조조정 방안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주택공사가 안고 있던 그런 부실을 오히려 토지공사까지도 떠안게 돼서 LH공사 전체가 부실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 부실이나 또 과다한 부채 문제, 이런 부분들을 명확하게 해결하려면 오히려 광물자원공사 같은 경우 파산하는 게 맞다. 그 파산의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 에너지자원학과 교수 또한 “호주 광물 컨설팅업체가 2014년 쓴 ‘스노든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약 100년 전부터 채굴이 계속된 볼레오 광산의 수명은 당시 기준 14년에 불과했다”며 “해당 보고서는 볼레오 사업의 채산성이 없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일찌감치 내다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 매각도 방법이긴 하지만, 볼레오와 암바토비 두 사업은 워낙 수익성이 낮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사업에서 빠져나오는 데만 추가로 4조∼5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추산도 있다. 파산이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 개정안 부결과 파산가능성 제기에도 불구하고 광물자원공사의 공사채 흐름엔 큰 변화가 없다. 과거 유사한 전례도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사태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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