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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기자
등록 :
2018-01-09 15:56

수정 :
2018-01-09 16:01

[흔들리는 시장경제] 反시장 ‘정책 홍수’에 경제 주체 ‘시름’

최저임금·법인세 인상, 기업들 부담…결국 국민에게
보유세 인상 효과 ‘글쎄’…“규제에 대한 시장의 보복”
가상화폐 규제 강화…거래소 투기 더 부추겨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지난 7월 말 호프미팅 때 만난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새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수차례 규제 개혁을 약속했지만, 규제 완화는 커녕 시장 원리를 무시하는 정책들을 홍수처럼 쏟아내 우려를 사고 있다. 여전히 기업과 시장을 옥죄는 새로운 규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어 재계의 시름이 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정부는 규제 개혁을 통해 시장경제 원리가 잘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불평등과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강조했다. 동시에 ‘상가임대료 부담 경감 대책 마련’ 등 영세 자영업자 지원대책 마련도 당부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이 올들어 큰 폭 오르면서 그 후폭풍이 예상보다 거세다. 특히 영세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해고 등이 현실화되자 급기야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임대료를 낮추고 고용보험 부담 완화를 제시했지만 그리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전망이다.

실제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이 적용되자 그 여파는 정부가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심각하다. 편의점을 비롯한 소규모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은 곧바로 인력 줄이기에 나섰다. 생활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가계 소득이 높아지고, 이게 소비확대와 고용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했던 당초 의도와는 정 반대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맹점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는 편의점 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연봉지급 방식에 따라 일반 정규직 근무자도 최저임금 위반이 될 가능성도 있어 유통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인건비 비중이 높은 외식·프랜차이즈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8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임에도 많은 과제가 이해관계라는 허들(장애물)에 막혀 있어 안타깝다”며 “기업들이 많은 일을 새롭게 벌일 수 있게 제도와 정책을 설계해 주길 바란다”고 정부에 호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고 지난해 ‘깜짝 성장’을 달성하는 등 경기가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영환경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기업확신지수(BCI)에서 한국이 25개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한 것은 ‘갑질 근절’을 명분으로 늘어난 각종 규제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을 악화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업들은 경기 회복세가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좀처럼 긍정적인 경기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체감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이유로는 각종 정부의 규제 정책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주요국 보호무역 기조가 지속하는 등 글로벌 경기의 부정적 요인에 더해 국내 법인세율과 최저임금 인상을 기업 부담을 가중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정부가 기업에 부담을 주는 주된 정책으로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지목했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은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펴고 있다”며 “한국은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7일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방침을 밝히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7월쯤 발표할 세법개정안에서 보유세 인상의 방향성을 정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연이은 부동산 대책에도 연초부터 강남 집값이 치솟자 보유세 인상에 속도를 낼 계획인 것이다.

지난해 5월 장미대선과 8·2 부동산 대책을 필두로 한 잇따른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발표로 작년 주택시장은 등락을 거듭했다. 정부의 예상과 달리 전매제한 확대와 투기과열지구 지정, 청약조정대상지역의 자격요건 강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은 지역별 청약성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난 지방부터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하반기 서울을 중심으로 상승전환했다.

그러나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보유세를 인상하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인상돼도 증세 대상이 일부 다주택자에 한정될 가능성이 큰 데다 세금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신도 작용하고 있다. 한 국책연구원은 “부동산 세금 중과, 새 정부 교육정책 등이 역효과로 이어진 꼴”이라며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부동산시장에 반영되면서 규제에 대한 시장의 보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 또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보유세를 높이는 게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는 대책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보유세 개편은 다주택자 등에 한정해 조세 형평성, 거래세와 보유세의 세입·세출 상황,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검토하는데, 단기적 부동산시장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보유세를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긴급 브리핑을 열어 시장은행의 가상화폐와 투자와 관련 “더 이상 우리나라가 비정상적 거래를 주도하는 시장이 되도록 방치할 수 없다. (가상화폐 투기를 막기 위해) 거래소 폐쇄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가상화폐 투기 근절을 위한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투기 광풍이 가라앉긴커녕 오히려 더 뜨거워지자 재차 엄포성 경고를 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날도 이더리움 등 일부 가상화폐 가격은 3~10% 오름세를 기록했다. 더 이상 정부의 엄포가 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면서 ‘정부 규제 무용론’의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규제안이 되레 가상화폐 열기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가상화폐에 매력을 느끼도록 하고 있고 조건부 허용 등으로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우리 정부가 국내 시장의 단기 과열을 막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설익은 대책을 쏟아내며 오히려 시장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적잖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강력한 시장경고는 오히려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수순밟기’ 아니냐는 시장의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면서 “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하고 나머지는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충고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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