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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뱅킹, 사회를 바꾸다

[금융권, 디지털 무한경쟁 돌입①]디지털뱅킹, 사회를 바꾸다

등록 2018.01.02 10:28

수정 2018.01.02 10:31

차재서

  기자

비대면으로 계좌 열면 몇 분 만에 대출까지 가능 인터넷銀 ‘메기효과’에 금융권 핀테크 경쟁 점화이면엔 취약한 보안, 노년층 소외 등 문제거리도시중은행 점포축소 기조에 밀려나는 은행원 늘어

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공식 출범.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국내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공식 출범.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모바일로 앱을 다운받은 뒤 비대면 실명확인을 거치면 은행에 방문하지 않고도 불과 7분 만에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앉은 자리에서 해외에 실시간으로 돈을 보내거나 손쉽게 대출도 가능하다. 그리고 전담 인력이 24시간 붙어 소비자의 불편 사항을 귀담아 듣는다”

지난해 7월 카카오뱅크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내용이다. 사실 시스템이 이렇게 자리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했지만 불과 5개월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이들의 얘기가 허무맹랑하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그만큼 사람들도 성큼 다가온 ‘디지털뱅킹 시대’에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모습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흥행은 금융권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은행과 저축은행, 증권사, P2P업계 등 각 금융업권이 저마다 핀테크 역량을 강화하며 경쟁에 합류하고 나선 것이다. 일부 금융회사는 비대면 계좌개설 절차를 보다 간소화하는 한편 다양한 혜택을 부여했고 심지어는 모바일 전용 사업자 대출 상품까지 내놓기도 했다. 외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놓고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이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이른바 ‘메기 효과’라고 평가했다.

여기에는 모바일 기반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영향이 컸다. 일례로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의 이미지에 힘입어 단숨에 시장을 장악해나갔다. 영업 첫 날 신규 계좌개설 30만500건과 여신 5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한 달째에는 가입자 307만명에 여신 1조4090억원, 수신 1조9580억원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2016년 시중은행의 비대면 계좌개설 건수인 15만5000건과 비교하면 카카오뱅크의 성과는 폭발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인터넷은행이 전세자금대출과 보험상품 판매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 이들을 따라잡으려는 금융권의 노력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디지털금융 시대가 불러온 어두운 이면은 존재한다. 바로 보안과 노년층 소외 문제다. 비대면 거래 확산과 맞물려 금융권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간다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으로 지목된다.

특히 비대면 금융거래는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보안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해킹 또는 악성코드 감염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소비자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는 명의도용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안 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했다는 카카오뱅크 마저도 출범 초기 무단 인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소비자시민모임의 설문조사에서 인터넷은행의 신뢰도는 38.7%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다. 금융권의 꾸준한 보완 노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상대적으로 모바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 소외되는 분위기도 다소 우려스러운 점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디지털금융 시스템이 젊은층을 타깃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각 은행이 아무리 간편한 서비스를 내놔도 노년층은 이용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급결제보고서에서도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20대 82.4%, 60대 이상 52.9%로 집계돼 연령층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이 가운데 주요 은행은 지점을 줄여가고 있다. 신한·KB국민·KEB하나 등 8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지난해 줄어든 점포수만 23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더이상 창구를 운영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찾아갈 은행을 잃어가는 노년층은 물론 일자리에서 밀려나게 될 은행원 모두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다. 실제 지난 2017년 한 해에도 8대 시중은행에서 약 4600명의 직원이 자리를 떠났다. 전년의 2100여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희망퇴직이라는 명분이었지만 배경엔 디지털 금융 활성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라는 암울한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은행원 등 사무직 신규 채용의 문은 더욱 좁아졌고 창구에 남은 현직 행원 중 대부분은 사실상 승진을 포기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렇다보니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금융권에서 자리를 지키기란 그야말로 어려운 일이 됐다. 올해도 은행권의 지점 축소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현장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금융 활성화로 사람들의 생활이 더욱 편리해지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해킹이나 노년층 소외, 일자리 감소 등 우려를 떠안게 된 것도 사실”이라며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이들 문제를 적절히 조율해나가기 위한 금융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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