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보험금 청구 60건도 안돼···100가구 중 3가구만 가입(종합)

지난 15일 경북 포항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각종 피해가 속출했지만, 다음날 오전까지 보험사에 접수된 지진보험금 청구 건수는 60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보험에 가입한 세대가 100가구 중 3가구에 그치는 등 가입률이 저조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1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NH농협손보, 더케이손보 등 7개 손보사에 접수된 △풍수해보험 △화재보험 지진위험특약 △재산종합보험 보험금 청구 건수는 총 57건이었다.

유형별로는 화재보험 지진위험특약 보험금 청구 건수가 39건으로 가장 많았다. 풍수해보험은 13건, 재산종합보험은 5건이 청구됐다.

회사별로는 DB손보에 접수된 보험금 청구 건수가 화재보험 지진위험특약 14건 등 총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농협손보와 삼성화재에는 각각 14건, 13건의 청구가 접수됐다. 현대해상은 8건, KB손보는 2건에 머물렀다.

삼성화재의 경우 행정안전부 주관 정책성보험인 풍수해보험 보험금 청구 건수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풍수해보험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농협손보 등 5개 회사만 취급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와 더케이손보에는 각각 재산종합보험, 화재보험 지진위험특약 보험금 1건이 청구되는데 그쳤다.

대규모 지진으로 주택과 상가 등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보험금 청구 건수가 수십건에 그친 것은 보험 가입률이 낮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화재보험 지진위험특약의 세대가입률은 약 3.2%였다.

국내 지진보험 가입금액은 약 2987조원에 달하지만, 이 중 98%에 해당하는 2917조원은 재산종합보험 가입금액이다. 재산종합보험은 전 위험을 담보하는 방식으로 고액의 상업·제조업 물건을 인수하는 기업성보험이다.

주택의 가입금액은 약 70조원으로 전체의 2.3%다. 지난해 전체 주택 공시가격 약 3500조원 대비 약 1.9% 수준이다.

국내 전체 주택이 화재보험 지진위험특약에 가입할 경우 연간 평균 지급 보험금 규모는 약 4000억~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지역별 주택화재보험 지진위험특약 가입금액 비중은 경북이 21.6%로 가장 높았다. 경북은 지난해 경주, 올해 포항 인근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는 등 지진 위험이 높은 곳이다.

경북과 경남, 부산, 대구, 울산 등 경상도 지역 시도의 가입금액을 합치면 약 1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68.4%를 차지한다. 부산의 경우 가입금액 비중이 20.3%로 경북에 이어 두 번째 높았고, 울산과 대구는 각각 9.7%, 8.6%로 뒤를 이었다.

공시가격 총액 대비 가입금액의 비율인 침투율은 경북(0.52%), 울산(0.27%), 부산(0.18%) 등의 순으로 높았다.

한편 손보사들은 피해를 입은 고객들을 위해 손해사정 인력을 급파하고 차량 무료 견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DB손보는 포항시 북구에서 손해사정 전담 조직이 상주하는 긴급보상 현장캠프를 운영한다.

또 보험금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고, 손해액의 50% 내에서 가지급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DB손보는 지난해 9월 경북 경주 인근에서 지진 발생 당시 보험금 20억5000만원(473건)을 지급한 바 있다.

KB손보는 지진 피해 차량 중 자력 이동이 불가능한 차량을 무료로 견인해준다. KB손보 자동차보험 가입 고객이 아니더라도 콜센터에 신청하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접수된 일반보험 사고 중 계약상 하자가 없는 건에 한해 추정손해액의 50%를 가지급금으로 지급한다.

장기보험 가입 고객은 피해 발생일로부터 내년 4월 말까지 6개월간 보험료 납입을 유예한다. 보험계약대출, 가계신용대출, 부동산담보대출 등 대출 원리금은 3개월 내 원리금 정상 상환 시 연체이자가 면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