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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한중 관계회복이 달갑지 않은 이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한중 관계회복이 달갑지 않은 이유

등록 2017.11.10 08:11

수정 2017.11.10 17:40

이지영

  기자

팔자니 정부에 밉보일 듯하고 안팔자니 적자만 커지고신 회장, 한중관계 완전 회복 이전에 매각하는게 ‘최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과 관련한 경영 비리 첫 공판 출석.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과 관련한 경영 비리 첫 공판 출석.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한중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사드 사태로 인해 피해가 막심했던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만은 해빙무드가 반갑지 않다. 그동안 사드보복 직격탄을 맞은 롯데 입장에서 ‘해빙’은 반가운 일이지만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롯데는 사드보복 피해를 이유로 중국 전체 롯데마트 매각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매각이 성사되기도 전에 양국 화해로 사드 갈등이 해소된다면 매각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에게 중국사업은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골칫덩이다. 사드보복에 따른 1조원 손실이 중국 사업 철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사실 중국 사업은 수년 전 만성 적자로 돌아선 이후 꾸준히 신 회장의 발목을 잡아왔다.

신 회장은 오래 전부터 중국시장을 가장 중요한 유통시장으로 보고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적자폭은 갈수록 늘어나기만 했다. 그는 1994년 중국에 첫 발을 내딛은 이래 1996년 그룹 기획조정실 산하에 국제부 설치를 주도했고, 이후 꾸준히 계열사들의 추가적인 중국 진출을 이끌었다. 현재 22개의 롯데 계열사들이 중국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은 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2008년부터는 3조원을 들여 추진해온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공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사업은 순조롭지 못했다. 현지화에 실패한 중국 사업은 2010년을 기점으로 적자가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 2015년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역시 신 회장의 중국사업의 실패가 단초가 됐다. 신 회장이 중국시장에서 1조원 손실 사실을 제대로 보고 하지 않으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격분했고, 신 회장에게 기울었던 마음을 돌리는 단초를 제공했다. 신 회장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성균중국연구소에서 받은 컨설팅 결과에서도 롯데는 낙제점을 받았다. 중국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사업만 크게 벌여 온 게 이같은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수십조원을 쏟아부은 중국사업이 위태로워졌어도 중국사업을 정리할 명분이 없었다. 사업실패를 인정하면 주주들에게 외면받을 것이 뻔했다. 시간이 갈수록 적자는 늘어나고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는 불가능해 보였지만 때마침 사드 사태가 터진 것이다. 물론 중국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도 엄청나지만 중국 사업을 접을 수 있는 명분을 중국이 만들어 준 셈이다.

중국은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집중적으로 보복 행위를 펼쳤다. 온갖 트집을 잡아 대부분 롯데마트의 영업을 중단시키고 3조짜리 선양 프로젝트도 중단시켰다. 영업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중국 법에 따라 임금 등을 계속 지급하다보니 피해액은 연말까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도 골칫덩이를 정리할 수 있는 완벽한 명분이 생기면서 신 회장은 롯데마트의 전면 철수를 선언했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100여개에 달하는 롯데마트 영업이 올스톱되고 3조짜리 프로젝트도 손발이 묶여 손실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라 철수를 반대하는 주주도 없었다.

롯데는 중국에 있는 99개 마트와 슈퍼 13개, 112개 매장 전체를 일괄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빠르게 매각작업을 진행했다. 이미 지난달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예비실사를 진행했다. 현재 이마트 중국 매장을 사들인 태국 최대 유통 기업 CP그룹이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떠오른 상태다. 계약이 성사되면 CP그룹은 이마트 뿐 아니라 롯데마트까지 한국 대형 유통기업 2곳의 중국 매장을 모두 인수하게 된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한-중간 해빙 분위기다. 아직 매각 작업을 완료하지 못한 상황에서 양국의 경색된 관계가 풀려버리면 사업 정리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국은 롯데의 사업 철수 소식에 심기가 불편한 상태다. 지난 예비실사에 중국 현지 기업들도 몇몇 관심을 보였지만 당국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중국 기업 자금이 어떤 식으로든 롯데에 흘러가는 것이 못마땅해서다. 중국 당국에서는 롯데마트 매각 과정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연말 한중 정상회담 성사로 사드갈등이 완전히 해소된다면 롯데로서는 마트를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 양국이 화해를 하고 중국 당국이 그동안 스톱시켰던 롯데 사업들을 다시 정상적으로 돌려 놓으면 중국에서 발 빼는 것이 양국 관계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 중에 있는 신 회장 입장에서는 더욱 부담스럽다.

재계에서도 롯데의 중국사업 철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드보복 덕분에 신 회장이 중국에서 발 뺄 수 있는 명분을 얻었지만 사드갈등이 해소된다면 사업 정리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롯데의 사업 철수가 양국 관계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 뻔한데, 신 회장도 정부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 회장의 경우 현재 경영비리로 재판중인 상태인데 정부에 밉보인다면 재판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반대로 롯데마트 매각 건이 공판을 유리하게 이끌어 줄 수 있는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어 ‘실형이냐, 막대한 손실이냐’를 두고 선택 해야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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