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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협상술에 밀린 ‘한미FTA’···산업부, 전략 있나?

美 협상술에 밀린 ‘한미FTA’···산업부, 전략 있나?

등록 2017.10.10 14:59

주혜린

  기자

지연전략 펼치다 오히려 美 자극해 ‘폐기’ 공식화美 의중 파악 못한 전략 실패···“자발적으로 했어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명 ‘미치광이 전략’에 우리 정부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 한국은 2차 특별공동위에서 미국 원래 요구대로 재협상 개시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결국 한·미 FTA 재협상이 가시화되면서 정부의 협상 전략이 완전히 실패한 것 아니냐는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통상교섭본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한·미 FTA 2차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고 FTA 개정 절차를 밟기로 합의했다. 한·미 양국은 각각 내부 절차를 거쳐 개정 협상을 공식 선언하고, 이르면 내년 초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한다.

한미 FTA를 ‘재앙’이라 부르짖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FTA 개정을 원치 않았던 한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폐기’ 발언으로 우리정부를 몰아세우더니 급기야 ‘미치광이 전략’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기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통상압력이 한층 거세질 것은 예고된 바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때부터 “끔찍한 협상”이라며 한·미 FTA 재협상이나 폐기를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재협상은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에서 한·미 FTA를 개정하자고 공식 요청했지만 우리는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양자 합의가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를 마친 뒤 “한·미 FTA 효과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을 조사하자고 제안했다”며 “공동조사 없이는 개정 협상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발언 또한 북핵 공조에 따른 엄포로만 여겼다. 하지만 협정 폐기 카드를 뽑아든 미국의 압박에 결국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을 강화하기 위해 FTA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에서야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 서한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블러핑(엄포)은 아닌 것 같다”며 뒷북을 쳤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또한 "한미FTA 협상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 여러분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당당한 모습을 매번 보여왔다. 백 장관은 지난달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업계 간담회를 마치고 "한미FTA 협상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봐야 한다"며 "협상이 진행되는 이 시점에 우리가 카드를 다 보여줄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카드는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전문가가 수장으로 온 후 산업부가 에너지정책에만 치중해 통상정책은 뒷전이 아니였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 백 장관은 취임부터 에너지정책 이외 통상교섭 등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되어 온 만큼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한 통상전문가는 “정책 문제는 일단락돼더라도 정권 내내 반복되는 문제지만 통상은 지나가면 바꿀 수 없는 국익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우선순위가 바뀐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미국이 ‘FTA 폐기’ 카드를 실제로 꺼낼지 예상하지 못하고 FTA 효과 조사 등 지연 전략을 쓰며 버틴 게 큰 착오였다”고 비판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착수는 우리 정부의 근거 없는 자신감과 미국 정부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 따른 전략 실패가 가져온 결과물이라고 평가한다.

한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정부가 1차 공동위 때 미국에 한·미 FTA 경제 효과부터 분석한 다음 재협상 논의를 하자고 제안한 게 오히려 미국을 자극했다”며 “우리 정부는 시간 끌기 전략에만 매달렸다. 우리가 협상 개시를 자발적으로 했으면 더 얻을 게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기존의 FTA 협정 재평가와 통상전략도 전면 재검토하고 우리도 미국에 맞서 내줄 것은 내주되 받을 것은 확실하게 챙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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