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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제소 않겠다며 기업 살리기는 외면

[사드에 우는 기업, 침묵하는 정부①] WTO 제소 않겠다며 기업 살리기는 외면

등록 2017.09.15 15:02

수정 2017.09.15 15:45

주혜린

  기자

靑, WTO 제소 요구 일축 “지금은 협력 유지 중요한 시점”신동빈·정용진 등 유통기업 총수들 호소에도 ‘뒷짐’만산업부, WTO 제소 방침 6개월 전부터 고려···가능성만 되풀이

신동빈 회장(왼쪽)과 황각규 사장 <제공=연합뉴스>신동빈 회장(왼쪽)과 황각규 사장 <제공=연합뉴스>

사드 보복 여파로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다. 기업들의 피해가 한계점에 도달했지만 정부의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는 ‘WTO 제소’라는 유일무이한 카드마저 포기하고 말았다. 일각에선 우리 피해 기업에 대한 정부의 외면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중국의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지금은 북핵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한·중 간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는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며 ‘WTO 제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WTO 제소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기존 정부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으며 WTO 제소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셈이다. 앞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제소할지 안 할지 카드를 갖고 있다”며 “어떤 게 효과적일지는 아주 세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발표로부터 몇 시간 뒤 롯데마트의 탈(脫)중국 소식이 들려왔다. 롯데마트마저 이마트에 이어 사드 사태에 무릎 꿇고 중국 매장 매각을 결정했다. 이마트도 중국 진출 20년만에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이마트는 연내 중국에 있는 매장 6개 모두를 매각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7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업계 애로사항을 호소하며 한 ·중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후 달라진 것은 전혀 없었고 유통기업들의 피해는 더욱 커졌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총 43만947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2.3%나 급감하며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외에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도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 제외로 고초를 겪고 있으며, LG전자 경우 아예 휴대폰의 오프라인 판매를 접었다.

사드 배치가 공식적으로 확정된 2016년 7월13일 이후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중국 측의 보복으로 우리 기업들은 이미 많은 손실을 입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사드 보복 피해액은 연간 8조5000억~22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산업부는 우리 기업의 피해가 커지자 중국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선 WTO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김현종 본부장은 지난달 24일 주요 업종 수출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중국의 대(對)한국 조치들이 해소될 수 있도록 통상장관회담, G20 등 양자 다자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면서 “WTO 제소도 배제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이미 6개월 전에 정해졌다. 산업부는 지난 4월 WTO 서비스이사회에서 “한국 관광·유통 분야에 대한 중국의 조치가 WTO 협정 위배 가능성이 있다"고 중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했었다. 이는 지난 3월 산업부가 중국의 사드보복이 WTO ‘최혜국대우’ 규정 위반이고 이를 WTO에 제소할 경우 ‘승소할 수 있다’는 법리 검토를 마친 뒤에 이의제기에 나선 것이다.

이런 판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장기간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수개월 동안 WTO 제소 가능성만 되풀이했다. 급기야 이제 와서 제소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WTO 제소 후 나타날 후폭풍 등을 고려해 선뜻 제소 카드를 꺼내 들지 못하고 검토 중으로 일관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검토 기간 동안 우리 기업들이 큰 피해를 봤다”며 “정부가 WTO 제소 방침을 재차 강조한 만큼 업계에선 이번 결정에 그나마 걸었던 기대도 무너졌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7일 사드 4기 임시 추가 배치 결정으로 한중 관계는 더욱 악화될 분위기다. 우리 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양국 경제 마찰이 가속화하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며 “정부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으로 애꿎은 기업만 피해를 뒤집어 쓰고 있으나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양자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단은 아예 없다고 봐도 좋다”며 “WTO에서 2차례 사드 보복에 항의한 것에 대해 중국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사실이다. WTO 제소는 그 자체만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효과적 카드인데 공개적으로 포기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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